나 그런 여자를 안다
보고 있으면 잠길 듯이 깊은
눈이 호수 같은 여자를 안다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나나무스꾸리의 물망초를 듣는
비쩍 바른 몸만 가진 여자
문학을 좋아한다며
시인들의 배설로 도배 된 북새통,
저 60년대의 ‘주막’의 주인인 여자
문인들의 난삽한 잡설에 끼어
밤늦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는 여자
사랑해서 불행했던 여인 카츄사와
황량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떠오르는
왠지 부축해줘야 될 것만 같은
버들잎 같은 그런 여자를 안다
(김종호, ‘나 그런 여자를 안다’, 전문)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모든 인연에는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사랑해서 불행했던 그러나 불행해서 어쩌면 오히려 더 행복했을. 시인들의 배설로 도배된 북새통, 문인들의 난삽한 잡설에 끼여 밤늦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는 버들잎 같았다는 저 여자. ‘문학은 몇 장의 원고지의 끄적거림이 아니라 저렇듯 평생 온몸을 바쳐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저 여자의 삶이 더 문학에 가까운 삶이 아닌가’ 하는 시인의 자조 섞인 반성이 ‘나 그런 여자를 안다’에서 ‘나 그런 문학을 안다’라고 읽혀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만은 아니라 사료됩니다만.
보고 있으면 잠길 듯이 깊은…… 저 또한 이런 시편을 만나 뵙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울 뿐이네요. 참 좋은 인연입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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