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 (17)운항중인 비행기 문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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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 (17)운항중인 비행기 문 열 수 있을까?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2.1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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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헌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문영헌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지난해 8월 31일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타고 터키(안탈리아)에서 우크라이나(키예프)로 향한 한 여성 승객은 항공기가 착륙하자마자 비상구를 열고 기체 날개 위로 걸어 나갔다. 그는 승무원이 말릴 새도 없이 "너무 더워 시원한 바람을 쐬겠다"며 기체 위로 나섰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항공은 성명을 내고 "PS6212 항공편에서 한 승객이 착륙 직후 비상구를 불법으로 개방하고 날개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승객은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승객이 비행기 날개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은 공항을 찾은 수많은 승객에게 목격됐다. 공항 이용객이 찍은 여성의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공유돼 엄청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보리스필 국제공항 Boryspilchany                               YTN보도
(사진좌)보리스필 국제공항 Boryspilchany / (사진우) YTN보도

10 여 년 전, 하노이(베트남)에서 시엠립(캄보디아)까지 운항하는 베트남 항공편에 탑승했던 한 한국인 (고 모씨)이 아무런 이유 없이 비행기 출입문을 열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비행기가 지상을 이동하던 중에 발생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피해는 없었지만,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이 승객에게 베트남 교통부(The Transport Ministry)는 미화 840달러 정도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저지른 행동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베트남 항공은 전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행히 비행기가 지상에 있을 때 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비행기 문을 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형사고가 벌어지는 것이다. 단, 비행기 문을 열 수만 있다면 말이죠!!!

일정 고도의 높이에서 비행할 때는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비행기 문을 열 수 없다. 문을 열 수 없는 이유는 비행기 안과 밖의 압력 차이 때문이다.

비행기가 보통 3∼4만 피트 상공에서 비행한다고 하더라도 비행기내 압력은 승객들이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지상과 비슷한 압력(실제로는 백두산 높이에서의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비행기 내외의 압력 차이가 발생한다. 비행기 밖의 낮은 압력과는 달리 기내는 상대적으로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대략 풍선과 같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 풍선이 지상에서는 멀쩡하지만, 일정 높이의 상공으로 올라가면 내부의 높은 압력과 외부의 낮은 압력 차이로 인해 결국 풍선이 터지게 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내부의 압력을 지상과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 높은 고도에 올라가면 낮은 외부 압력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풍선처럼 터지지 않으려면 비행기 기체의 재질과 구조가 튼튼해야지만 4만 피트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비행기 기체에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는 비행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8-10psi 정도라고 한다. 어느 정도일까? 가로, 세로 1인치 면적에 가해지는 1파운드의 힘(압력)이 1psi 다. 즉, 비행기가 4만피트 상공에서는 비행기 안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는 압력이 1인치 면적에 약 8-10파운드의 힘이 가해진다는 얘기다.

비행기 문 크기를 가로 1.5미터, 세로 2미터라고 가정해 보자.

가로가 약 60인치, 세로가 약 80인치이므로 4800인치 면적에 약 10psi 압력이 가해진다는 얘긴데, 이때 힘(압력)은 약 48000파운드가 된다.

비행기문을 열려고 하면 승무원이 안으로 잡아 당긴 후 밖으로 밀어 열기 때문에 21톤에 가까운 압력이 가해지는 문을 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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