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0)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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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0)만남과 헤어짐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2.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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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코이카 소장님이 부산지부장으로 발령받아 귀국하다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 만남과 헤어짐

오늘은 동티모르 코이카 소장님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부산지부장으로 발령받았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추진력이 남다른 분이다. 옆방 박 자문관은 소장님이 모든 단원들에게 이임인사를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그 내용 중 일부에 조금 섭섭해 하는 것 같다. 또 박자문관이 하는 보건 업무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며,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나이든 사람이 굳이 공항에 전송하러 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안 가겠다고 한다.

나는 인근에 사는 NIPA 최자문관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중간에 손님들이 계속 타서 조수석에 여자 단원 둘, 뒷좌석에 남자 단원 다섯, 모두 8명이 동승했다. 이 곳에서는 승차 인원 초과 단속이 없다고 한다. 하긴 트럭에 사람들이 가득가득 타서 다니고, 미크롤렛 미니 버스는 창밖에 두세 명씩 매달려 다니는 모습이 일상이다.

공항에는 환송객이 40여명 가까이 나와 있었다. 딜리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단원들, 또 그 사이에 인연을 맺은 교민들이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이영대 자문관을 만났다. 하얀색 계열의 세련된 복장에 또 잘 어울리는 흰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사모님도 함께 왔다. 부부 옆에는 키 큰 외국인이 함께 있다. 알고 보니 돈보스코 기술학교 경영담당 요셉 신부님이었다. 인도 신부님이다. 이자문관은 이 돈보스코 기술학교에서 자동차 관련 기술 전수와 학교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 회사 사장을 했었던 것으로 들었다.

귀국하는 동티모르 코이카 소장님을 공항에서 배웅하다.
귀국하는 동티모르 코이카 소장님을 공항에서 배웅하다.

경은지 선생님이 거의 모든 단원이 참여해서 만든 롤 픽쳐(두루말이 긴 그림)를 소장님께 송별 선물로 드렸다.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정도 되는 종이에 단원들의 사진과 각 단원이 보내는 감사의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승용차에 5명이 합승했다. 이번엔 승차 인원을 지킨 것이다. 옆에 최희철 시니어 단원이 함께 탔다. 오늘 처음 본다. 그는 담수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물을 걸러서 식수로 사용하는 필터링 형식의 담수화라고 했다. 차량을 지원해 준 최자문관이 이왕 나온 김에 바람도 쐴 겸 좀 드라이브를 하자고 제안한다. 모두 한가한 주말을 보내고 있으니 아주 기분 좋은 말씀이었다.

가는 곳은 티바 지역이다. 해안선을 따라 가는데 처음에는 포장도로인데 나중에는 비포장도로다. 공항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꽤 높은 산정에 카페가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주변은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전망이 빼어난 멋진 곳이다. 인도네시아 산 Bintan 맥주를 한 캔씩 마셨다.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다.

나하고는 만나자 이별이었지만, 그 동안 정열적으로 치열히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해 오신 강 소장님의 무사 귀국을 축하드리고, 내내 건강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 친절한 이자문관님 부부

저녁 때 이영대 자문관이 집으로 초대했다. 내가 이 곳에 부임하기 전에 궁금한 점, 준비할 것들을 메일로 알려주기도 했던 친절 자상한 분이다. 선생님은 만도기계에서 중역으로 근무했었다. 이 회사가 현대자동차 부품 회사로 바뀌자, 그 곳에서 고위층 임원으로 일했다. 그 후 외국인 회사에 취업하여 프랑스, 중국, 방글라데시 등에서 최고경영자로 근무하다 퇴직했다고 한다. 이 곳에 온지 9개월 정도 되었는데, 돈보스코 기술전문학교에서 자동차 전문가로 기술과 경영을 자문해 주고 있다.

파파야, 망고 등을 들고 갔다. 화사한 미소와 세련된 복장의 예쁜 부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새집으로 이사를 와서 다른 단원들도 함께 방문했다. 최자문관의 차로 박형규 시니어 단원도 함께 갔다. 집은 공항을 지나 돈보스코 기술학교 근처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되었다. 집은 단단한 철문과 근엄해 보이는 경비가 잘 지키고 있는 방갈로형 고급 주택 단지 속에 있었다. 넓은 정원에 야자수, 파파야 등 관목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열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수영장이 있고, 단층집들이 수십 채 성안에 자리 잡고 있다.

동티모르 베코리아기술고의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동티모르 베코리아기술고의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이 선생님 부부는 전엔 라멜라우 호텔에서 장기 거주를 했었는데, 악취가 때때로 올라오고 답답해서 이리로 이사했다고 한다. 임대료가 월 2000 달러라고 했다. 220만원 정도다. 최고급 임대주택이다. 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자문관은 생활이 아주 여유롭고, 또 사모님도 함께 살고 있으니 필요하고 가능하리라 여겨졌다.

사모님은 여러 가지 음식과 반찬을 준비했다. 연근 조림, 김치, 양파 김치에 쇠꼬리탕을 내 놓았다. 서로들 해외 근무 경험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아프리카 세네갈에 대해서, 박형규 단원은 에티오피아에서 근무했던 얘기를, 최자문관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의 무슬림의 생활을 얘기했다. 이 자문관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

이 자문관은 한국에서 최신 프로젝터를 구입해 왔는데, 설치를 박 선생님께 부탁했다. 박 선생님은 컴퓨터 전문가여서 핸드폰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설치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이 TV를 사지 않고 이런 프로젝트 기기로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모든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했다. 집속에 대형 영화관을 설치한 것과 같아 보였다. 저녁 8시 경에 집으로 향했다. 좋은 음식과 분위기를 제공해 주시느라 수고한 이자문관과 사모님께 감사드린다. 참으로 푸근하고 좋은 분들이다.

◇ 독립결정투표기념일

오늘은 동티모르 독립 결정 투표 기념일로 공휴일이다. 조금은 유별난 휴일같다.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독립결정 여부를 투표로 정한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다. 우리에게 특이한 국경일이다. 이 곳의 공휴일을 보면 부활절 전 예수 수난 성금요일, 예수 성체 축일, 이슬람교 금식(라마단) 종료일, 이슬람교 희생절, 가톨릭 성인 대축일, 가톨릭 위령의 날, 성모마리아 잉태일 등이다.

우리학교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간 쉰다. 나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우선 새벽 미사에 참례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물이 안 나온다. 받아놓은 물로 대강 씻고 나섰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주인에게 전화할 수도 없었다. 집을 나서며 물이 안 나온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까운 비다우 성당으로 향했다. 모기가 많은 곳이어서 모기 기피제를 양팔과 다리에 발랐다. 이 곳 새벽 미사는 6시 30분이다. 그런데 6시 20분경에 도착했는데 이미 미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예정시간 보다 늦는 게 일상인데 일찍 하고 있으니 아마 공휴일 미사 시간은 다른지 모르겠다. 지난번 보다는 많지 않으나 쉬지 않고 모기가 날라 다니며 공격한다.

올 때는 다른 길을 선택해서 걸었다. 그런데 한참 가다가 길을 잘 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돌아서 왔던 길로 귀가했다. 하긴 지금은 남는 게 시간이니 뭐 후회할 일도 없어 보였다. 집에 와서 우선 물을 틀어 본다. 물이 나온다. 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간밤에 밑에 사는 관리인이 물을 틀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밤새 물탱크에 있던 물이 다 빠져 나가서 물 공급이 안 된 것이다. 이 곳에 와서 벌써 물 문제가 생긴 것이 세 번째다.

아침을 대강 먹고 쉬는데 양주윤 한국산업인력공단 동티모르 한국어평가원소장님의 전화가 왔다. 점심을 그의 집에서 하자고 한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동티모르 베코리아 기술고의 전자과 학생들과 함께.
동티모르 베코리아 기술고의 전자과 학생들과 함께.

 

과일을 좀 사고 미크롤렛 버스를 타고 12시 30분 경에 티모르 플라자로 갔다. 그의 집은 티모르 플라자의 고급 아파트에 있다. 티모르 플라자 바로 뒤에 있는 같은 건물군의 일부가 아파트다. 투 룸의 아파트인데 주방 겸 거실과 침실로 되어 있다. 이 곳은 양소장의 사무실 겸 숙소다. 물론 한국어 평가 연수원은 우리 학교 가는 길에 넓은 공터를 지닌 건물이다. 그 곳은 아마 동티모르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시설 같다.

조금 있으니 한 청년이 들어선다. 송명건이라는 한국어 평가원의 교사였다. 제주시 화북 출신으로 대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도 같은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후배 같은 느낌이 갑자기 솟구쳤다. 이 곳에 7년째 살고 있고 한국어 교육과 평가 업무의 실무적인 것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양 선생님은 오늘은 샤브샤브를 먹자며 얇게 썬 돼지고기를 내보인다. 슈퍼에서 샤브샤브용 돼지고기도 판다고 한다. 야채를 넣어 육수를 끓이고 돼지고기를 익혀서 참이슬 한 잔과 함께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어 보였다. 양파 장아찌도 내놓았는데 맛이 일품이다. 전에 설명했지만 간장, 설탕, 식초, 물을 1:1 비율로 넣어 끓여서 양파와 마늘에 부으면 된다. 양파는 그날 먹어도 되고 마늘은 20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해외에 나오면 누구나 딱히 좋은 밑반찬이 없는데, 양파 장아찌야 말로 구원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양소장님은 사모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요즘 이름 해설과 작명으로 대단히 바쁘다고 한다. 작명에 임문하게 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부인은 독실한 기독교인다.

어느날 TV를 보는데 어떤 유명 작명인이 그날의 초대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앉았는데, 앞에 앉은 사람들의 이름만 보고도 그들의 직업을 모두 알아맞추는 놀라운 관경을 연출했다. 사모님은 그 작명인의 주소를 알아내 통화하고, 자료를 제공받으며 오랫동안 공부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 책은 절대 보내 줄 수 없다고 했다. 인테넷을 통해 수소문했다. 청계천에서 작명과 운명에 대한 그 책을 겨우 구했다. 다시 일 년 간 공부에 몰입했다.

동티모르 한국어평가원과 연수원.
동티모르 한국어평가원과 연수원.

지금은 작명 전문가가 되어 이름만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을 내다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양소장님도 원래 이름은 양황일이었으나 부인이 단명할 이름이라고 개명을 줄기차게 주장해서 결국 지금의 양주윤으로 바꿨었다. 개명한 후로 모든 일들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모님의 권유로 50명 정도가 개명했고, 친족도 5명 가까이 이름을 바꿨다. 양선생님은 계속 부인 이야기를 이어갔다. 부인은 몇 년 전에 어떤 연수를 받고 있었다. 그 연수단 단장을 맡고 있는 여자의 이름이 특이해서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어느 날 몇 단원들과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사모님이 그 단장에게 ‘혹시 혼자 사시지 않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사모님은 그녀의 이름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설명했다. 같이 있던 사람들도 모두 엄청 놀랐다. 양 선생님은 덧붙인다. 각기 다른 병에서 키우고 있는 두 개의 양파를 두고 매일 좋은 말만 하는 것과 나쁜 말만 늘어놓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좋은 말만 들은 양파는 예쁘게 자라지만, 나쁜 말만 들은 양파는 지저분하게 구겨진다.

이 양파의 비교 실험은 나도 EBS 방송에서 보았고, 이 동영상을 다운 받아 학생들에게 훈화하면서 보여준 적도 있었다. 좋은 이름은 자주 불리면 아주 긍정적으로 변화하지만, 부정적인 성격을 지닌 이름은 그의 운명에 먹구름을 끼게 한다는 말이었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작명운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또 작명운에 따라 개명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힘든 결단처럼 보였다. 오늘은 작은 재 동티모르 제주도민 향우회가 있었던 날이었다.

집을 나서서 티모르 플라자 바로 옆에 붙어있는 다른 슈퍼인 Leaders Market에 들렸다. 이 곳은 티모르 플라자 보다 조금 싸고 학용품, 전자제품, 식기류 등이 많이 판매되는 곳이다. 양상추, 양파, 차 끓이게 등을 샀다. 내일은 나도 양파장아찌를 담궈 봐야겠다.

(2017년 8월 26일, 8월 27일, 8월 30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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