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론
물에게 바닥이라는 의자가 없었다면
평등을 보여주는 수평선이 없었을 거다
물들이 앉은 엉덩이 그래서 다 파랗다
별빛에게 어둠이라는 의자가 없었다면
희망을 바라보는 마음이 없었을 거다
별빛이 앉은 엉덩이 그래서 다 까맣다
의자란 누가 앉든 그 의자를 닮아 간다
풀밭에 앉고 가면 풀 향기가 스며들고
꽃밭에 앉았다 가면 꽃향기가 스며든다
(임영석, ‘의자론’ 전문)
겨우내 잠들어있던 꽃밭을 깨워 봅니다. 그러나 옹골지게 지난 계절을 잡고 놓지를 않는. 웃자라면 그것이 곧 죽음. 낮게 낮게 가장 낮게 낮출대로 낮추어 저 길고 긴 겨울을 견딘. 의자란 누가 앉든 그 의자를 닮아간다고 했나요? ‘바닥’이라는 그리고 ‘어둠’이라는 의자가 없었다면 우리에게 ‘평등’ 혹은 ‘희망’이라는 말은 존재치도 못했을 테니까요. 풀밭에 앉고 가면 풀 향기가 스며들고 꽃밭에 앉고 가면 꽃향기가 스민다는 봄, 의자를 바꿔 앉은 제 꽃밭은 또 얼마나 많은 풀들과 꽃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게 될까요.
문득, 올려다 본 하늘 구름이라는 의자가 있어 행복한 하늘.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또 너무나 믿음직한 의자인 새. 그러고 보니 이 세상 모든 만물이 모두 다 의자고 또 의자네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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