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에서
오래도록 그리워 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 스- 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살겠네
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 할
사람 없어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경(景)'에서
(김영남, ‘모슬포에서’, 전문)
이런 몹쓸 짓이 또 있을까요.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이별’. 몹쓸, 몹쓰을, 모스을…그러면서 다시 또 그리워지는. 떠나보낸다고 정말 떠나보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애당초 ‘사랑’이 아니겠지요. 닿을 수 없는 마음, 둥 둥 둥 늘 섬처럼 떠다니기만 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떠나간 사람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겠지요. 그때는 이 詩에서처럼 저 모슬포 바다를 한 번 찾아가 볼 일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느껴볼 일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다가 왜 저렇듯 쉴 새 없이 온몸을 뒤집는지를.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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