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44)모슬포에서(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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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44)모슬포에서(김영남)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3.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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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오래도록 그리워 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 스- 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살겠네

 

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 할

사람 없어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경(景)'에서

     (김영남, ‘모슬포에서’, 전문)

시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이런 몹쓸 짓이 또 있을까요.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이별’. 몹쓸, 몹쓰을, 모­스­을…그러면서 다시 또 그리워지는. 떠나보낸다고 정말 떠나보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애당초 ‘사랑’이 아니겠지요. 닿을 수 없는 마음, 둥 둥 둥 늘 섬처럼 떠다니기만 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떠나간 사람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겠지요. 그때는 이 詩에서처럼 저 모슬포 바다를 한 번 찾아가 볼 일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느껴볼 일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다가 왜 저렇듯 쉴 새 없이 온몸을 뒤집는지를.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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