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1959년 겨울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서정춘, '30년 전 -1959년 겨울', 전문)
불과 30년 전의 일이었지요. 입 하나 덜기 위해 생떼 같은 자식을 떠나보냈던 때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그나마 건넸을 저 한 마디. 이 봄, 왜 이다지도 사무쳐 오는 걸까요. 눈치도 없이 해는 왜 저렇듯 질그렝이 늦도록 집으로 가지도 않고 그 뒤를 따라 꼬르륵 꼬르륵 하늘은 왜 그리도 푸르렀는지…이러구러 이제 그 아버지가 가고 그 아이가 다시 아버지가 되어. 그렇다면 오늘 이후 저 아비가 할아버지가 되고 저 아이가 다시 아버지가 되는 30년 후, 우리는 또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붙잡고 싶어도 붙잡지 못하는 것이 자식! 그 자식들이 오늘 또 고향을 뜨고 있네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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