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 울리 지그 컬렉션 內 남북작품 전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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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 울리 지그 컬렉션 內 남북작품 전시 지원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1.04.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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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250km 분단선이 가른 남북의 극명한 대비를 예술을 통해 조명
근현대 미술을 통해 바라보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이근)가 지원하는 ‘국경을 넘어: 울리 지그 컬렉션 內 남북한 관련 작품 전시(Border Crossings-North and South Korean Art from the Sigg Collection)’가 오는 4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ern)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스위스의 유명 컬렉터이자 1990년대 중국, 몽골, 그리고 북한의 스위스 대사를 역임한 ‘울리 지그(Uli Sigg)’의 미술품 컬렉션 중 남북한 관련 주요 작품 75점을 선보인다.


울리 지그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쉰들러(Schindler) 그룹의 중국 주재원을 지냈으며 1995년에 주중 스위스 대사로 임명되며 다시 중국 땅을 밟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해 400여 작가의 작품 2,300여 점을 구입했다. 당시 수집한 1990년대 작품들은 울리 지그 컬렉션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울리 지그가 대사 시절(1995~1998) 어렵사리 수집한 북한 작가의 작품들과 2000년대 들어 수집한 한국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1970-2010년대 한국 미술을 함께 조명하고, 250km 분단선을 사이에 둔 채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남북의 모습을 예술로 풀어낸다.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
북한 공예가와 협업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유명한 함경아 작가는 <샹들리에> 역시 북한의 자수공예가들과 함께 완성했다. 작가가 원하는 이미지를 종이나 천에 프린트하여 북한으로 보내면, 북한에서 그 이미지를 한 땀 한 땀 손자수로 수놓아 다시 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도안과 결과물의 차이는 인간 소통의 근원적 한계와 더불어,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이 낳은 우회적 소통의 한계를 잘 드러낸다.

함경아 작 '샹드리에'.
함경아 작 '샹들리에'.

이세현의 <붉은 산수>는 작가가 휴전선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하던 시절,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의 풍경을 그렸다. 멀리서 보면 수려한 산수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먹구름과 자욱한 포연(砲煙)이 가득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세현 작 '붉은 산수'.
이세현 작 '붉은 산수'.

펑멍보(Feng Mengbo), 광팅보(Guang Tingbo) 등 중국 작가와 연변 출신의 조선족 작가 심학철(Shen Xuezhe)의 작품도 소개된다.

남북한 대사관이 공존하는 도시, 스위스 베른에서 예술로 대비되는 남북의 모습
스위스 베른은 전 세계에서 남북한 대사관이 모두 주재하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뜻깊다. 베른시립미술관은 1879년 개관한 스위스 최고(最古)의 미술관으로, 파울 클레, 세잔, 마티즈,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등 주요 화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을 맡은 캐슬린 뷜러(Kathleen Bühler) 베른시립미술관 현대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미술사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분단선을 사이에 두고 활력 넘치는 현대미술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이 공존한다는 점”이라며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양식이 양 체제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KF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울리 지그 컬렉션의 주요 작품들이 실물로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근현대 미술을 통해 남북한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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