께냐*
한 사람을 잊는 데에 한 평생이 걸렸다
뜨거웠던 몸과 다리 싸늘히 식고나면
연인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서 부는 피리
그대가 오신다는 바람결에 꽃은 핀다
외롭게 걸어왔던 이번 생의 부은 발등
그리운 이름 부르며 무릎 꿇고 앉은 밤
온 생을 기다려온 다리뼈에 구멍 내어
절뚝이며 걷듯이 외로움을 채우면
쓸쓸한 입술 속에서 다시 피는 당신 이름
(용창선, ‘께냐’ 전문)
* 죽은 연인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서 분다는 안데스 인디언들의 피리.
사랑한다면 섣불리 그 감정을 확인하려 하지 말고 다만 그 시간을 오래 견디라는 말이 있지요. 견딘다는 것은 결국,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는 일. 그런데 이런 사랑도 이별의 시간은 오네요. 타오르는 순간은 잠시잠깐 나머지 시간은 끝 간곳을 모르는.
‘심장’의 다른 말이 ‘입술’이라 했던가요. 고백에서 시작하여 독백으로 끝나는. 한 입술이 또 다른 입술로 그렇게 건너다보면, 사는 것이라기보다는 살아내야만 하는. 하여, 최초의 남자인 아담도 최초의 여자인 하와에게 이런 고백을 해야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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