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2)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박영선 후보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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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2)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박영선 후보 패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4.10 02: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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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박영선 후보 패배
재일본 김길호 작가.
재일본 김길호 작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기사를 일본에서 처음 읽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오보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었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모국의 기사를 읽어 보니 사실이었다.

1월 24일 박영선 씨가 문재인 대통령 생일을 축하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 많이 많이 축하 드립니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 벌써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라면서 올렸던 내용이었다. 찬양이나충성에도 한계가 있고, 그와는 정반대로 실언과 쓴 글에도 그럴 터인데, 사실인 것을 확인한 순간 충격적이었다. 읽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초등학교 시절 구구법처럼 동동 외웠던 우리나라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해서도 이러한 수식어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은 세종대왕 보유국!!!>이라든지 <대한민국은 이순신장군 보유국!!!>이라는 등의 수식어를 필자는 죄송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역사상의 인물에대한 표현이었다면 멋진 구호로서 빛났을 것이다.

그렇게 태양처럼 떠받들던 위대한 대통령의 후광도 저녁 노을처럼 힘을 잃고 서울 시장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는 완패했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미디어들은 '문비어천가' 등으로 희자화 한 글들을 소개했지만, 진정 위대한 서울시민들은 침묵 속에서도 행동으로 박영선씨에게 일깨워주었다.

박영선 씨는 시심(詩心)이 깊은 것 같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스스로의 표현도 그렇지만 선거 후, 8일 새벽 자신이 페이스북에 박용주 시인의 시를 인용해서 심정을 나타냈다.

사랑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많은 강을 건넜고/ 깊은 산을 넘었습니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목련이 진들/ 박용준 시인의 시 귀절을 적어 봅니다./ 이른 새벽/ 하얀 목련이 피는 것을 보며/ 집을 나섰습니다/ 목련의 단아하고/ 눈부신 흰빛에 맺힌 간절함이/ 봄을 말하고 있었지요/ 천만시민의 새로운 봄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 봄이 지고 말았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모두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이 승리하길 염원한/ 시민들께 끝없는 감사를 드리며/ 엎드려 큰 절 올립니다/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습니다./ 이제 새로 피어나는/ 언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루하지만 그녀의 페이스북 전문을 소개했다. 이렇게 시를 인용한 그녀의 페이스북은 다시 있었다. 1월 15일 서울 시장 출마를 놓고 고심하면서 김완하 시인의 '뻐국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라는 시였다. 필자가 시를 소개한다면 그 시 전문을 쓰겠지만 박영선 씨가 시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다는 의미여서 시는 생락하겠다.

시는 순수하다. 시심은 더욱 순수하다. '목련의 단아하고 눈부신 흰빛에 맺힌 간절함이 봄을 말하고 있었지요. 천만시민의 새로운 봄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 봄이 지고 말았습니다' 꽃이 지었다고도, 선거에 지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봄이 지고 말았다는 상징적 독백의 표현은 뛰어나다. 남의 쓴 시를 읽고 감동할 수 있다는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인 정치가 박영선 후보자가 왜 이렇게 참패를 당했을까.

거슬러올라가보면, 추미애 씨의 시심도 엿볼 수 있다. 지난 해 12월 15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천 산책로에서>라는 제목 속에서 "(전략)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그러네요!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되어야만 그대들의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랭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 날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 시는 이육사의 절정(絶頂)에서 발췌한 시였다.

'절정'은 이육사의 '광야(曠野)'와 함께 식민지시대의 대표적인 저항시이다. 암울한 일제 식민지시대 민족의 비운을 통감하고 그것을 시로 묘사하면서 독립을 그리던 이 시가 어떻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권력을 잡고 마구잡이로 휘둘렀던 법무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랐을까. 이육사는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억압 받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저항시였는데 말이다. 추미애 씨는 시심만이 아니고 불심(佛心)도 깊어서 산사(山寺)에도 가고 삼보일배를 실천하기도 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대통령의 시심도 드러난다. 지난 해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씨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때도 필자는 깜짝 놀랐다. 범법용의자로서 법무부장관까지 그만둔 그를 신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니 어처구니없었다.

더 나아가서 국민들에게 이제는 그를 놓아 주자는 요청까지 했다. 누가 그를 붙잡았는가. 국민 절대 다수가 그는 법무부장관 자격이 없다고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끝까지 붙잡은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놓아 주자니 본말전도였다.

덤으로 덧붙인다면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한국을 말할 때, 고국, 모국, 조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조국'이라는 단어를 더욱 좋아 했었다. 그런데 '조국(曺國)' 씨 때문에 '조국(祖國)'이라는 단어는 알레르기 트라우마로 사용할 수 없는 금기어가 되버리고말았다. 엄청난 손실이다. 필자만이 손실이 아니다.

'마음의 빚'은 경제 논리로서 계산하고 헤아릴 수 없는 당사자간의 이심전심의 산물이고 시적 요소도 띄고 있다. 그래서 '마음의 빚'은 공개적이 아니라 당사자간에 조용히 갚고 처리할 성질의 빚이다. 그것이 또 정서적이고 아름답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너무 남용해서 식상할대로 식상했지만 멋진 표현이고 이것 역시 시적이다. 여당은 시의 인용을 좋아한다. 이렇게 그들이 부르짖는 순수한 시심대로였다면 다른 요인도 더불어 많겠지만 서울, 부산시장 선거의 참담한 패배는 없었을 것이다. 위선의 시심이 낳은 결과였다.

재일동포 사회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역사상 한일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추락시켜버린 결과는 일본에도 책임은 있지만,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내린 선거이기 때문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은 9일자 사설에 한국 서울,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사설을 게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불공정에의 분노가 분출했다'는 제목에서 부동산투기와 강인한 검찰 개혁으로 국민의 불신을 낳아 여당의 참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용공, 위안부문제 문제는 문정권의 구심력 저하로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여당 대패, 대중(중국) 사료에 경계를 강화하라'는 제목에서 중국과의 외교에 대해서 더욱 가깝게 접근하여 북한과의 외교 교섭을 다시 시작하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일본과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하게 나올지 모른다는 대일 카드를 경계하는 논조를 제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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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im 2021-04-10 09:54:03
순수한 시가 상처받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