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문정희, ‘돌아가는길’, 전문)
벚꽃이 가고 목련이 갔습니다 그 다음은 백합이 오고 장미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백합이 가고 장미가 가면 곧 다시 쑥부쟁이가 오고 구절초가 오겠지요. 이렇듯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터인데 시작이 있으면 결말이 있고 소멸이 있으면 생성이 있다는, 어쩌면 이런 유의 말들은 다만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는지요. 결국, 자연의 시간이라는 것은 다만 無에서 와 無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 이 평범한 진리 앞에 다시 한 번 부질없이 모았던 두 손 다시 모으게 되는 아침입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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