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과 흠
홈은
흠이 아니다
자신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어준 까닭이다
흠도
흠이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것에 맞서
견뎌낸 상처인 까닭이다
(이 안, ‘홈과 흠’, 전문)
꽃들의 색깔은 계절을 닮는 지 나날이 그 색이 원색에 가까워지는 요즈음.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알고 보면 시간의 흔적, 그게 바로 저 꽃이 아닌가 합니다. 해와 달 산과 바다 바람과 비 천둥과 번개… 이런 숱한 이야기들이 모여 또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이룬.
‘홈과 흠!’ 그랬나 봅니다. 아마도 이 시인께서도. 저 시간의 옹이, 그 상처를 어루만지다 ‘홈’이 ‘흠’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흠’ 또한 결코 ‘흠’이 될 수 없는. 기꺼이 내어 주었기에 부끄럽지 않았고, 맞서 싸웠기에 비굴하지 않는. 우리가 십자가를 영광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겠지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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