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52)눈물은 왜 짠가(함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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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52)눈물은 왜 짠가(함만복)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5.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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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든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만복, ‘눈물은 왜 짠가’,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일 년 삼백 육십 오 일, 이 모든 날들이 제각각 다 소중하지만 특히 그 중에서도 5월, 이 달이 더 남다른 이유는 아마도 이 5월이 ‘감사의 달’이 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는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으로 모셔다 드리며 마주한 모자의 밥상.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를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가 이 날은 앞장서 아들을 설렁탕집으로 데려 갑니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기를 먹어야 하는디……사 주실 형편이 안 되면 그냥 포기할 법도 한데 어머니는 한 발 앞서서 그러면 고깃국물이라도 든든히 먹어 두어야 한다며 이미 반은 비운 당신의 설렁탕에 없는 소금을 보태 기어이 한 투가리의 고깃국물을 더 얻어내시는. 그런데 이 두 모자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인 아저씨가 보고서도 못 본 척 오히려 흔쾌히 국물 한 그릇을 더 부어 주시는 것도 모자라 조심스럽게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그러고 보면 정말 세상은 혼자 사는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아버지께 뼈를 빌리고 어머니의 살을 빌어 이 세상에 온 것을 봐도 그렇고 또한 사는 동안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인연들에게 알게 모르게 신세를 지우고 있는지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비록, 세상 모든 눈물이 다 말라버린다 해도 이 시인이 흘린 이 눈물만은 산을 적시고 바다를 적시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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