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스님
우리의 한살이는 그닥 긴 시간 아니라고 네 번 얕은 잠
과 그 꿈 깨면 끝이라고 스스로, 일간초옥一間草屋 지어 열
반에 드시는
詩여!
(이교상, ‘누에스님’, 전문)
어디 누에뿐이겠습니까. 사람도 이와 똑 같을 터. 태어나면 자라고 자라면 병드는. 사는 게 일장춘몽이라는 말, 알고 보면 그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이게 다라면 우리네 삶이 얼마나 허망하겠습니까. 이렇듯 우리네 삶이 아무리 꿈같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시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詩가 詩 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詩가 詩여야만 하는 그 이유를. 열반에 든다는 것은 윤회와 미혹의 세계에서 해탈하는 깨달음의 세계. 즉 그 끝에 서 보아야만이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그러고 보니 초파일이 코앞이네요. 이쯤해서 어느 스님이 하신 말씀이 불현듯 저의 뇌리를 스치네요. 비단이 비단 되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가 비단이 되어야 한다! 산다는 그 자체가 고행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삶 자체가 기쁨입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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