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리의 노래
내 고향 오조리 봄은
바당애기 혼자
집을 지킨다
얼마나 외로우면
소리껍질에 뿔이 돋는가
그 뿔에
송송
젖부른 어미의 숨비질이 뜨는가
왜 바당애기는
“아버지”란 소리 한 번 못 해봤는지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
반평생 호-이 호-이
숨비질 소리만 질긴 뜻을
말하지 말라
제주도의 사월바람은
거슬러 날라오는 소리개의
발톱
돌담 너머
수평선 푯대 끝
그 이름은 아직도 숨을 죽인다
내 고향 오조리는
소라 껍질 같은
가슴이 빈 사람들만
답답한 봄을 맞는다
(강중훈, ‘오조리의 노래’, 전문)
보내기 싫은 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이와는 반대로 다가오는 봄을 한 번도 가슴 따뜻이 맞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말하지 말라 말하지 말라 돌담 너머 수평선 푯대 끝 아직도 산채로 목숨을 부지하고 서 있는 것만 같은. 하여 둥 둥 둥 둥 둥 둥 한평생 젖부른 어미의 숨비소리로나 밖에 뜰 수가 없는.
슬픔을 슬픔으로만 이야기 한다면 그게 어찌 詩랴. 다 썩어 문드러진다 해도 지켜내야만 하고 또한 지킬 수밖에 없는, 처절하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슬하기도 한, 이 도타운 한 소절 저 시인의 노래가 5월 이 오도 가도 못하는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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