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암 마을
조용한 데로
이사 오니
버스가 두 시간,
세 시간 꼴이다
가파도,
마라도에 가면
하루에 두 번쯤
배가 올 게다
저 세상에
날 데려가시면
다시 못 올
이 세상
(나기철, ‘명도암 마을’, 전문)
막바지 5월이 가니 본격적인 여름인 6월이네요. 혹자는 말하였다지요. 살 같이 빠른 게 세월이라고. 그런데 이렇듯 초스피드적인 세상에 이와는 정반대인 삶을 사는 생이 있네요. 명도암! 두 시간, 세 시간 만에야 겨우 한 번씩 버스가 오는. 문득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저 버스 시간표대로라면 해도 달도 산도 바다도 모두 저 구름 같을 것이라고. 그러나 정중동이라 했던가요. 겉으로만 고요했지 하여, 저 세상에 날 데려 가시면 다시는 못 올 이 세상, 지금부터라도 시계가 주인이 아닌 시인 저 자신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그러고 보니 어쩌면 시인은 이 시에서처럼 해와 달을 모두 품는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明’, 이 ‘明道岩’마을로 이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인 송인영)
저작권자 © 제주경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