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약기](55)명도암 마을(나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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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약기](55)명도암 마을(나기철)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6.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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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암 마을

조용한 데로

이사 오니

버스가 두 시간,

세 시간 꼴이다

 

가파도,

마라도에 가면

하루에 두 번쯤

배가 올 게다

 

저 세상에

날 데려가시면

다시 못 올

이 세상

       (나기철, ‘명도암 마을’,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막바지 5월이 가니 본격적인 여름인 6월이네요. 혹자는 말하였다지요. 살 같이 빠른 게 세월이라고. 그런데 이렇듯 초스피드적인 세상에 이와는 정반대인 삶을 사는 생이 있네요. 명도암! 두 시간, 세 시간 만에야 겨우 한 번씩 버스가 오는. 문득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저 버스 시간표대로라면 해도 달도 산도 바다도 모두 저 구름 같을 것이라고. 그러나 정중동이라 했던가요. 겉으로만 고요했지 하여, 저 세상에 날 데려 가시면 다시는 못 올 이 세상, 지금부터라도 시계가 주인이 아닌 시인 저 자신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그러고 보니 어쩌면 시인은 이 시에서처럼 해와 달을 모두 품는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明’, 이 ‘明道岩’마을로 이사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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