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7)시력을 되찾은 동티모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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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7)시력을 되찾은 동티모르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6.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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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을 되찾은 동티모르인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시력을 되찾은 동티모르인

오늘은 이곳에서는 가톨릭에 의한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이며 공휴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11월 1일은 천주교에서 모든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날로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날이다. 최근 통계를 찾아보니 동티모르의 가톨릭 신자는 97.45%나 차지하고 있다. 모두가 가톨릭 신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선지 내가 세네갈에 근무할 때는 절도, 폭행, 사기 등을 당하지 않은 봉사단원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 곳에서는 아직 한 건도 피해본 사례를 들어보지 못 했다. 물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민족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야곱신부와 함께
야곱신부와 함께

미사 중에 특별 헌금 봉헌도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하는 정도의 헌금을 여기서도 하려도 노력하고 있다. 미사는 7시가 되어야 시작되었다. 평일에는 6시 30분인데 주일이나 대축일은 7시에 첫 미사가 있다.

11시 반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12시 경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코디네이터인 신승우 대리가 2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다. 최충호 자문관에게 전화했으나 안 간다고 하고, 다른 자문관들도 모두 안 간다고 한다. 신대리는 자문관 담당 코디네이터였는데 아무도 공항 송별을 하지 않겠다니 조금 이상했다. 그 사이에 서로 간에 서운하게 쌓인 일들을 있는 느낌인데, 최근에 도착한 나는 알 수가 없다. 내가 보기에는 예의 바르고 무척 친절했었는데 자문관들이 한 사람도 안 보이면 좀 섭섭해 하지 않을까 걱정 되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마을시장 입구까지는 걸어서 가고, 그곳에서 미크롤렛 10번을 타고 공항 입구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공항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땡볕에 걸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한적한 시골의 버스터미널 같은 곳이 이 나라 최고의 딜리국제공항이다.

공항 로비는 비가림 시설만 되어 있고 사방이 그냥 트여있다. 더위는 피할 수 없고 단지 그늘과 약간의 연결된 철제 의자들만 제공되고 있다. 왼쪽은 출국자를 위한 문이고, 오른 쪽은 입국자용이다. 입국자 환영객들은 좀 있으나, 출국자 입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익숙한 얼굴들은 안 보인다.

강동현 대리, 정혜진 과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모두 받지 않는다. 10여 차례 전화해서 겨우 강대리와 통화가 되었다. 2시경에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가 사무실에 확인한 바로는 12시까지 나오면 된다고 했었다. 지금은 12시 30분이다. 3시에 출국한다고 했다. 이 곳에서는 국제선을 타야 할 경우는 보통 3시간 전에 나오기 때문에 지금쯤 환송객이나 출발하는 사람이나 나와야 하는데 아무도 안 보인다.

한참 후에 김현진 선생님이 들어선다. 조금 있으니 한국인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들어온다. 김 선생님이 소개한다. 알고 보니 전자 상가 컴퓨터 가게 오블리가도 여주인이다. 지난번에 사장이 자기 부인이 한국인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부인은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이 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 곳에서 전자 사업을 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이다. 그녀는 아주 미녀다. 데리고 온 딸 ‘다온’이는 아버지 쪽을 많이 닮았는데, 무척 귀엽다. 남편은 인도네시아에서 아주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고 한다.

조금 있으니 김은비 선생님 등 몇몇 단원들이 도착했다. 그런데 한국 신부님이 보인다. 나는 가까이 가서 인사를 드렸다. 전에 한국 신부님이 계시다는 말은 들었으나 어디에서 사목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신부님은 이 곳에 있지 않고 3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에서 사목하고 있었다. 복자수도회 소속이라고 해서 서귀포의 복자수도회, 또 세네갈의 복자수도회 수녀님들을 얘기했더니 내용을 잘 파악하고 계셨다.

신부님은 10여명의 현지인들과 함께 왔다. 설명에 의하면 신부님의 주선으로 한 맹인이 한국에 가서 눈 수술을 받았다. 시력을 얻게 되었고, 그 환자가 오늘 귀국한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들이 광명을 얻고 돌아오는 그를 만나러 먼 시골에서 온 것이다. 휠체어를 탄 환자를 보자 신부님과 온 가족들이 나가서 끌어안고 기뻐한다. 참으로 신부님이 큰일을 하신 것 같다. 어둠에 빛을 준 것이다.

2시가 넘어서자 신대리, 코이카 직원들, 소장, 인턴 등의 모습이 보인다. 신대리는 이 곳에 코디로 와서 결혼했다. 아들도 낳고, 많은 보람을 안고 출국하고 있다. 그의 부인도 코이카 단원이었다. 그는 아주 차분하고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은 코디였다. 워낙 많은 업무로 무척 힘들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귀가 길은 신대리 후임인 강동현 대리가 태워주었다. 티모르 플라자에서 내려 사무실에서 쓸 종이컵, 커피, 차 등을 구입하고 모뎀도 충전했다. 오늘도 몹시 덥다. 또 많은 시간 걸어서 다니느라 많이 피곤하기도 하다.

  ◆  위령의 날

크리스토레이에서 대학생들과 기념 촬영
크리스토레이에서 대학생들과 기념 촬영

이 곳에서 위령의 날이다. 6시 30분에 성당에 가보니 제대 앞이 온통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 조그만 바구니에 집집마다 꽃을 가득가득 채워서 갖다 놓았다. 생화도 있지만 거의 조화다. 꽃병에 꽂은 것도 있고 꽃잎을 모은 것도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다른 성당에 다니는 아이들이 꽃바구니를 들고 가는 것을 보았었다. 축일이어서 7시에 미사가 있다. 미사 집전 신부님은 처음 보는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분이다. 머리가 희고 권위가 있어 보인다. 미사가 끝나자 신자들은 자기가 가져온 꽃바구니를 들고 총총 집으로 돌아간다. 꽃바구니에 초가 담긴 것들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신자들은 미사에서 축복받은 꽃들을 망자의 무덤에 가서 뿌리거나 장식한다고 한다.

돌아오다가 중간에 있는 다른 성당을 지나게 되었다. 아직 미사가 진행 중이어서 나도 나머지 부분을 참례하기로 했다. 작은 성당인데 밖에 여러 대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성당 밖과 길 건너까지 늘어서서 스피커 소리에 맞춰 미사를 보고 있다. 택시와 차들도 오다가 군중들이 있으니 돌아서 간다. 신부님의 강복을 받고 집으로 왔다.

카톡을 열어보니 강대리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전화해보니 휴가신청서가 잘 못 되었다고 한다. 어제 공항 다녀오면서 내가 강대리에게 제출한 휴가신청서 결재가 났는지 문의했었다. 바빠서 아직 보지 못 했다고 했는데 이제야 확인한 모양이다. 기관장 승인서 대신에 물품기증서가 첨부되었고, 또 휴가 신청서에 김현진 단원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김선생님께 휴가 신청했던 양식을 받아서 사용했는데, 그 양식을 잘 못 제출해 버린 모양이다.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처리하다 보니 첨부물을 바꿔서 보낸 것 같다.

오늘 휴일이지만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출근했다. 여러 서류를 다시 보내야 한다. 거리는 텅 비어 있고 날씨는 너무 덥다. 학교에 도착하니 교문이 닫혀 있었으나 통쇠로 잠근 것은 아니어서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사무실 쪽으로 가니 드와르테 교감과 세 아들이 학교에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자주 아버지를 만나러 학교에 온다. 특히 5 살쯤 되는 막내는 군것질할 돈을 안주면 가지 않고 계속 보챈다. 나도 보이면 돈을 쥐어준다. 모두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에어컨을 켜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서류를 확인해 다시 보냈더니 강대리가 추가할 서류가 세 가지 더 있다고 알려왔다. 가족관계증명서, 사유서, 화촉 청첩장 등이다. 우리 딸 진솔이의 결혼식 때문에 1주일 앞당겨 휴가를 가려고 하니 무척 복잡하고 힘들다.

겨우 마무리하고 집에 오니 1시 반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모처럼 한가한 오후를 맞았다. 그동안 미뤄놓았던 마늘이나 까기로 했다. 1kg 쯤 되는 통마늘을 까는데 족히 두 시간은 걸린듯하다. 마침 옆방 박자문관이 준 의료용 실리콘 장갑을 끼고 하니 손도 안 아리고 껍질도 잘 벗겨졌다. 전에 세네갈에서 맨 손으로 마늘을 깠는데 나중에 그 독성으로 손이 아리고 결국 손가락 껍질이 벗겨졌었다. 오전 성당에서 오는 길에 골목 가게에서 고구마를 사왔었다. 저녁 때 고구마를 삶아 보니 단맛이 거의 없다. 간장에 찍어 먹으면서 저녁을 대신했다.

옆방에 일본 JIKA 봉사단원 두 사람이 이사 왔다. 후쿠오카 출신의 Yoshie Horiuchi와 동경 출신의 Hiromi Tomita 라는 여자 단원들이다. 요시에는 인력관리 위원회에서 일하고, 토미타는 컴퓨터 전문가라고 한다. 모두 20대 여성이다. 일본 여자 특유의 상냥함과 밝은 인사성이 빛나 보인다.

◆ 정전과 뿔사

오늘은 어제 보아 두었던 좀 더 가까운 다른 성당 미사에 참례해 보기로 했다. 이 성당에도 아침 미사가 있는지가 우선 궁금했다. 수녀님 두 분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아침미사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성당은 작지만 아주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참례 신자 수는 40명 정도였다. 따뜻하고 차분하고 안정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중앙에 십자가상이 있는데 뒤쪽으로 파란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예수 수난 14처 그림과 성모상, 예수상이 있다. 좌석도 모두 새 것이고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다. 보통은 먼지가 많이 쌓여 있어서 앉으면 먼지나 흙이 바지에 묻기 때문에 털어 내거나 닦고 앉아야 하는데 이곳은 깨끗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모기들이 왔다 갔다 한다. 우리나라 시골의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성당) 같은 분위기다.

집 근처에 있는 과일가게 정경.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집 근처에 있는 과일가게 정경.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시간에 맞춰 신부님이 나오시는데 시중드는 복사는 없다. 수녀님 여섯 명이 나와 있다. 남자는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고 나머지는 여신도다. 초등학생인 듯한 여학생이 앞 쪽 일반석에 앉아 있다가 신부님이 필요할 때 복사 역할을 하고 있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모두 재빨리 사라진다. 이런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보면, 성당 미사가 끝나자마자 거의 모든 신자들이 바로 집으로 떠난다. 뜻 깊은 예식을 마치고 서로 친교와 우정의 시간을 가지면 좋으련만, 바로 성당 문을 나서는 모습이 가톨릭의 공통적 성향인 것 같다.

오늘은 처음으로 오랜 정전을 경험했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깨었는데 정전이었다. 3시경이었다. 밤중이어서 주인에게 연락하기도 미안하고 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알리기로 했다. 6시쯤에 일어나 보니 역시 정전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계전기에서 계속 경고음이 울렸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내 방의 계전기에서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기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김현진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김선생도 이곳에서 살다가 불편함이 많아 더 여건이 좋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그녀에 의하면 이곳에서 살 때 뿔사(Pulsa)가 다 소모되어 직접 사다가 전기를 재가동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는 말이 기억났다. 어제 들은 그 요란한 소리는 뿔사가 떨어져 가고 있으니 충전을 하라는 경고가 아니었을까? 처음 겪는 일이나 알 수가 없었다. 전기, 가스, 수돗세는 임대료에 포함되어 있으니, 주인이나 관리인이 계기판을 수시로 점검하고 미리 충전해야 하는데 아마 잊어버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너무 어두웠는데 복도 쪽 커튼을 제키니, 복도 불빛으로 사위를 조금 분간할 수 있었다. 초와 성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어나서 주인 란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으나 계속 수신불가 메시지가 뜨고 받지도 않는다. 이른 아침이라 귀찮을 것이다. 성당에 다녀왔으나 여전히 정전 상태다. 밑에 층 가게에서 일하는 집사에게 말했더니 와서 확인하고는 뿔사가 떨어졌다고 한다. 8시에 뿔사 판매업자가 출근하면 충전해 주겠다고 한다. 8시에도 여전히 정전이다. 밑에 층으로 가서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여직원 Juday가 있어서 상황을 예기했더니, 9시에 가능하다고 한다. 9시가 지나서 전기가 왔다. 냉장고가 멈춘 지 6시간 정도가 되었으니 안에 있는 식품들이 아마 많이 변질되었을 것이다. 전기가 없으면 모든 생활이 멈추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되었다. 더위 정말 견디기 힘들다.

이곳은 전기가 모두 사전 구매로 이루어진다. 뿔사라는 것을 사면 고유번호가 있고 그 번호를 계기판에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 계기판에 뜬다. 전기가 회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도 딜리의 경우 전기는 엄청나게 남아돈다고 한다. 생산량의 43%밖에 소모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지방은 거의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또 지방에는 발전 시설 자체가 없다. 자가 발전 시설을 주로 이용한다. 수도 딜리에는 전기가 남아돌지만 송전 시설이 없기 때문에 지방으로 잉여 전력을 보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 집은 자주 정전이 생기지만 자가 발전 시설도 있어서 주전원이 나가면 자동으로 자가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런 면에서는 조금 편리하다. 세네갈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정전이 되었는데 전기세는 후불제였다. 보통 하루에 서너 번은 정전되었었다. 그러나 이 곳은 선불제이나 자주 확인해야겠다. 전기세는 임대료에 포함되는데 주인이 잘 살피지 않으니 우리가 자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인 미사

딜리 한인교회 신자들.
딜리 한인교회 신자들.

오늘은 한국인 미사에 참석하기로 한 날이다. 나는 이 곳에 한국인을 위한 미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알게 되었다. 한인회장에게 연락했더니 오늘 10시에 픽업해 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5시에 일어나 체조, 청소, 샤워를 하고도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다. TV로 독일 채널인 DW 뉴스를 보고, 프랑스 Lotus 영화도 잠깐 봤다. 또 테툼어 단어 공부도 하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9시 45분이 되었다. 준비하고 10시 5분전에 집 밖으로 나가니 이미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금교권(아브라함) 한인 회장님이 조수석에는 장용기(스테파노) 형제님이 타고 있었다. 찾아가는 성당은 알고 보니 바로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사회복지 시설인 도미니꼬 고아원 부속 성당이었다. 이 고아원은 전에 내가 동네 성당을 찾으면서 밖에 성인들의 그림이 그려있어서 기웃거려본 곳이었다.

금회장님은 한국에서 가져온 헌옷들이라며 보자기를 챙겨 내렸다. 성당에 가보니 20여 평의 좁은 공간인데 기타가 두어 대 놓여 있었고 익숙한 얼굴의 여학생들 몇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9시 미사 영어 성가를 부르는 여학생들이 그녀들이었다. 나중에 신부님께 여쭤보니 37명의 여학생들이 이 곳에 기숙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도미니꼬 수도회 고아원 복지 시설이었다.

회장님은 동티모르 성당 소식지인 주보, 성가책, 기도문 등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한국어 미사는 처음이다. 신부님 본명은 Saiz Santiago 다. 우리말로 야고버 신부님이다. 다른 성당에서 미사하면서 여러 차례 뵌 분이다. 아주 인자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신부님이다. 스페인 출신으로 일본어, 베트남어, 한국어 등이 유창하다. 성도미니꼬 수도회 신부님으로 소속 수도회가 있는 세계 곳곳에 파견되어 근무했었고 한국에도 10여년 살았다고 했다.

미사에 참석한 분들은 한국대사관 이영철 영사, 대사관 여자 행정원, 코이카 단원, 현지 교민 등 17명이었다. 미사 끝에 생일을 맞은 분에 대한 축하와 새 신자 소개가 있었다. 나도 앞에 나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코이카 단원으로는 정승균 시니어 단원, 김은비 단원, 김영숙 단원 등 4명이 참석했다.

미사 끝에 점심 모임이 있다고 한다. 교우 한 분이 9년간 이곳에 살다가 임지가 바뀌어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난다고 했다. 한인회에서는 긴 타월인 타이즈를 목에 걸어 환송했다. 이름이 수놓아지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점심 장소는 대무지(중국어로 엄지 손가락이란 뜻)라는 중국 식당이다. 음식은 두부조림, 탕수육, 새우튀김 등이고 회장님은 백주(백알)를 준비해 오셨다. 모든 음식이 입에 잘 맞는다. 이 곳은 순수 중국 식당이다. 다른 곳들은 대부분 중식과 인도네시아식이 합쳐진 음식점들이다. 장용기 형제님은 아주 유쾌하고 성격이 좋아 보이고 사교적이다. 침술과 뜸 전문가라고 한다. 오랜만에 마신 백주는 40도나 되는 술이었다. 오는 길에 Dili Mart에 들려 양파, 간장 등 부식을 조금 사서 돌아왔다.

(2017년 11월 1일 11월 2일, 11월 3일, 9월 15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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