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본 제주관광] : (3) 도깨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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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본 제주관광] : (3) 도깨비도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6.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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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춘(관광학박사)

독특한 자연경관과 문화는 관광객이 관광지에서 즐기는 주요 소재이면서 선호와 만족도 높다. 지난 세기 제주는 국내외 지역과는 다른 자연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에 의해 소개가 많이 되었다. 이번 편에서는 많은 기록 중에서 비교적 최근인 도께비도로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

◇ 1980년대 초반 신혼여행객 사진 촬영하던 택시기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

도깨비도로는 과거 쓰던 말이고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부터는 신비의 도로라 불리고 있다. 위치는 제주시 1100로 2894-63번지 일대로 제2횡단도로(1100도로)를 끼고 있다. 제2횡단도로는 제1횡단도로(5.16도로)에 이어 한라산을 넘는 도로로 과거 공식명칭은 국도 제99호선, 1990년에 도로명을 1100고지를 넘는다하여 1100도로로 변경한바 있다. 이곳이 어떻게 발견되고 관광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1990년 무렵 나타나고 있다.

자료 사진
자료 사진(경향신문, 1990.11.3)

위 기사에 따르면, 택시기자들이 도깨비도로, 착각도로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1982년 한 택시기사가 이곳 주변에 신혼부부를 태워 억새풀 사진을 촬영하다가 정차해 둔 택시가 오르막 고갯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상한 현상을 처음 목격하면서 이 도로가 불가사의한 도깨비도로라고 알려졌다. 이 기사에서는 1990년 11월 당시 가을 관광성수기를 맞은 제주지방에 신혼부부, 단체관광객 등 1만여명이 몰려들고 있는데, 도깨비도로를 찾는 관광객들이 하루 2천여명이라 소개하고 있다. 당시 기사에서도 이 도로를 건설할 때 개설·포장한 관계자들이 실제 내리막길인데도 착시현상에 의해 오르막길로 보인다는 언급을 하고 있는데, 착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에게는 신기하게 보여서 인파가 몰렸던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 1990년 중반 관광자원화 논의시작, 관음사 주변 또 다른 도깨비도로 명소화

1996년에서는 이 주변 도로를  관광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래 기사에서는 요술고개라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가 저절로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요술고개(일명 도깨비도로) 주변이 관광공원으로 조성된다. 제주시는 13일 제주시 노형동 축산진흥원 북쪽 요술고개주변 1만평을 관광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1.3km(폭 15m)의 우회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1100도로 일부인 요술고개가 관광객으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교통체증과 사고위험이 상존해 우회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1996년 5월 14일)

그리고 기존 1100도로 도깨비도로에서 이후에 추가로 발견된 11번 도로(5.16도로) 관음사 근처 도깨비도로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관광지 조성 계획이 수립되는 관광자원화 계획이 진행되었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와 그 다음 조선일보 기사에 관음사 근처 도깨비도로 내용이 소개되었다.

자료 : 기사
자료 : 기사

(전략) 11번 도로에서 관음사로 빠지는 2.5km 1117도로도 도깨비. 1.5km 지점은 언덕위로 하늘만 보일 정도로 틀림없이 오르막. 깡통, 빈병, 물 등 모든것들이 언덕위로 올라가고 시동을 끄면 차량도 뒷걸음친다. 1.8km 지점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져 뒷걸음질, 병던지기, 물붙기, 시동꺼보기 등 각종 아마추어 실험에 넋 나간 사람들로 붐빈다. 16번도로와 1113도로가 만나는 제주시 붉은오름~장성동 코스는 제주도민도 잘 모르는 도깨비 출몰지역. 「착시현상」이라는 이성적 설명은 도깨비를 목격한 사람들에겐 먹히지 않는다. 내가 봤는데? 분명히 차가 언덕으로 올라가던데? 숨은 도깨비들은 찾아다니는 것, 제주관광의 큰 묘미다. (조선일보, 1996.12.2)

위 관련된 기록에서 시사점을 생각해보면, 1100도로 도깨비도로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방문객이 많아지다 보니 교통체증과 사고위험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곳이 지역주민이 생활하거나 거주하는 곳은 아니였지만 제주시~서귀포시 간 교통량이 많았던 곳임을 감안할 때 지역주민이 도깨비도로 주변으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교통체증 등의 생활불편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주민불편 측면과 관광활성화 측면이 복합되면서 관광자원화가 진행된 과정을 유추할 수 있다.

◇ 실제 우회도로 건설과 관광자원화는 2000년대 이후에

그러나 실제 이 우회도로 공사는 1999년에 착수 2000년이 돼서야 마무리 되었었다.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제주시 `도깨비도로'를 우회하는 대체도로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초까지 개설키로 돼 이 일대에 각종 관광객 편의시설이 갖춰질 전망이다.
제주시는 96년부터 4년째 지연되고 있는 제주시 노형동 속칭 도깨비도로 우회도로 개설사업과 관련,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재정융자 특별회계자금 20억원이 지원됨에 따라 토지 보상협의가 끝나는 6월 공사에 착수, 내년초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우회도로 개설 필요성은 지난 90년대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관광호텔이 밀집된 신제주에서 한라산을 거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로 이어지는 1100도로상 도깨비도로에 착시현상을 실험하는 관광차량이 수십대씩 한꺼번에 몰려 극심한 교통체증현상이 날마다 반복되기 때문.
이 곳에는 허니문 시즌인 요즘 신혼부부를 태운 하루 2천여대의 차량들이 시동을 끄고 오르막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실험하거나 관광객들이 차에서 직접 내려 깡통을 굴려보는 등 육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시는 우회도로를 개설할 경우 기존 도로의 착시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데다 사업계획을 확정한 이후에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고충끝에 올해 공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우회도로는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1100도로 제주시 서부공설묘지-제주도축산진흥원 구간을 서쪽으로 800m가량 돌도록 됐고 폭은 기존도로보다 배나 넓은 20m로 개설된다. 시는 대체도로가 마무리되면 도깨비도로 주변에 관광객 편의를 위한 각종 휴게시설을 갖추는 등 관광명소로 개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1999.3.17.)

이렇게 우회도로 건설이 2000년 초 완공된 다음 단계에서는 지역주민의 관여와 태도가 다소 바뀐 것으로 유추된다. 이곳을 활용한 관광활성화 방향으로 강화된 것이다. 제주일보 2002년 12월 14일 기사(“신비의 도로 주차장 조성 차질”)에서는 우회도로 건설 이후 제주시가 신비의도로(속칭 도깨비 도로) 인접지에 조성키로 했던 대규모 주차장 조성 사업비가 시의회 상임위에서 절반이하로 삭감되어, 신비의 도로 관광명소화 작업이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노형동 주민들이 관광명소에 걸맞는 주차장 조성 청원서와 함께 주민 자체적으로 인근 토지주에게서 주차장 사용 동의를 얻어내는 등 적극적 의지가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 제주는 국내 착시도로의 시초, 해외에도 다수 사례 있어

착시현상은 시각에 생기는 착각을 말하며, 사물의 크기, 형태, 빛깔 등 객관적 성질과 눈을 본 성질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도깨비도로도 역시 주로 주변 지형과 환경에 의해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국내에는 제주에서 처음 도깨비도로가 발견되었다. 제주 이외 국내에서도 몇 군데 발견되었는데 알려진 곳만 보면, 충북 제천시 학현소야로, 경기 의왕시 청계동, 전남 광양시 및 화순읍, 강원 태백시 및 화천군, 경북 상주시 및 문경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세종시 등이 있다(위키백과, ko.wikipedia.org). 외국에서는 그래비티언덕(gravity hill)이란 표현을 쓴다(또는 마그네틱힐, 미스테리힐, 그래비티로드). 2021기준 영문 위키백과(en.wilipedia.org)에는 전 세계에 그래비티언덕이 260여 곳으로 나온다. 미국만 해도 40곳이 넘고, 캐나다 13곳, 이태리 8곳, 일본 5곳이며, 한국은 위와 같이 전국에 다른 여러 곳이 있지만 제주 1곳으로만 나오고 있다. 국내나 해외의 착시도로에는 이곳이 착시현상을 나타낸다는 표지판들이 주로 설치되었다.

사람은 항상 이성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일시적이지만 일로부터 해방되고, 거주지가 아닌 먼 관광지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여행 역시 이성적이지만은 않은 활동이다. 이번 편에서는 착시로 인해 명소화가 된 제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전면화된다는 예측들이 많다. 제주 신비의 도로 주변에도 가상현실 등 ICT를 활용해서 관광객들에게 이성의 압박감을 잠시 내려놓고 착시의 즐거움을 잠시라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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