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23)북극항로와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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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23)북극항로와 오로라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6.1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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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와 오로라
문영헌 국장
문영헌 국장

1978년 4월 21일 동아일보(석간) 1면 기사 『KAL 여객기 소련에 강제착륙』

벌써 4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아마도 우리 국민들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작 한국과 악연으로 연결되었던 무르만스크라는 도시는 한국 희생자들의 한이 맺힌 都市요 大韓航空의 일순간 운항 실수로 말미암아 그에 대한 댓가가 어떤 것 인가를 뼈저리게 깨닫게되었고 엄청난 뒷감당 비용과  국제적 항공회사 이미지가 추락하는 쓰라린 결과를 가져오게 한 사건이었다.

칼 여객기가 소련에 의해 무르만스크에 강제착륙된 사건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
칼 여객기가 소련에 의해 무르만스크에 강제착륙된 사건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

필자는 같은 시기에 대한항공 신입사원 공채시험 일정(3월 필기, 4월 면접, 5월 입사)에 맞추어 필기/면접을 거쳐 합격자 발표만 기다리던 중이었다.
분명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보도가 되질 않았고 (소련과 대화 창구도 없어 미국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하였고, 모든 해외 소식통은 주한 美 대사관을 통해야지만 알수 있었다) 정부나 대한항공측의 일방적인 보도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冷戰時代라 소련영공에 침범이라는 명목으로 승무원과 승객을 제외한 비행기와 화물(수하물)일체를 압수당하였기 때문에 블랙박스 자체를 해독할 수가 없었다.(Episode: 압수당한 승객 화물을 열어본 소련 조사단원들은 말보로 담배와 플레이보이잡지, 코카콜라 등을 맛봤다. 서양 문명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5월에 입사하여 신입사원 교육 중에 국제선 노선에 대한 내용의 일부분으로 북극항로(Polar Route)를 접하게 되었는데, 소련에 강제 착륙된 KE902(파리-서울)편이 파리(오를리공항)를 출발, 북극을 통과하여 미국 앵커리지를 경유, 서울 김포공항으로 운항하는 노선의 대표적인 항공편이었다.
1971년 미주노선을 최초로 개설 당시에는 태평양 횡단 노선으로 서울-동경-호놀룰루-로스엔젤레스 와 같이 중간 기착지를 거쳐서 장시간 소요되는 운항을 하다가 1975년 이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하는 운항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 하였다. 미주/구주노선의 지름길이 바로 북극항로이다. 지구를 살펴보면 타원형이기 때문에 위도상 적도지방이 가까울수록 거리가 멀고, 극 지방으로 갈수록 거리가 짧기 때문에 항공사 마다 북극항로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영업수익에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연료를 적게 탑재할 뿐만 아니라 여객과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으니 호재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1990년대에는 공산권의 영공을 통과할 수 없었다.

시대별 북극권 항로의 변화. 붉은점이 소련의 무르만스크지역
시대별 북극권 항로의 변화. 붉은점이 소련의 무르만스크지역

1983년 9월, KAL 007편(뉴욕-앵커리지-서울) 역시 영공침범이라는 실수로 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하는 엄청난 격추사건이 있은 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하여 군용기에만 허용되었던 위성항법장치를 민간항공에도 도입을 추진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1991년 공산권의 최고실력자인 미하일 세르기예비치 고르바쵸프 소련 대통령이 최초로 한반도(제주도:당시 홍영기 도지사)를 방문한 이후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으로 소련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모든 공산권이 개방이 되고 2001년부터 점차 하늘길도 열리기 시작하여 북극항로가 대륙 간의 이동 통로로서 지름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극 지방에만 나타나는 오로라

태양은 지구 생명의 원천이지만, 태양이 분출하는 강력한 태양풍과 방사선은 생명에 치명적이다. 다행히 지구에는 이 태양과의 항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막이 있다.
그 방어막은 단단한 벽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텅 빈 하늘, 허공으로 보이는 대기와 자기다. 우주선 지구호의 에너지 방어막이 정상 작동 중임을 알려주는 신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로라이다.
태양폭풍이 일어나면 태양은 시속 160만km의 속도로 100만K에 달하는 고온의 입자들을 방출한다. 지구의 자기장은 이 광폭한 태양풍을 맞아 태양과 면한 쪽은 압축되고, 반대쪽으로는 긴 꼬리를 만들어낸다. 태양이 방출한 입자 대부분은 지구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우주 저편으로 넘어가지만, 일부는 지구 자기장의 꼬리 부분에 저장돼 있다가 자기 폭풍(substorm)을 일으키며 지구로 되돌아온다. 이때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오로라(Aurora).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로라는 주로 위도 65~70° 사이에서 나타난다.
90km 상공이 오로라의 하단부인 만큼 대기가 구름 없이 청정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남극과 북극 양극지 모두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남극 지방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어려운 곳이다. 그러므로 오로라 관광지는 북반구에 집중돼 있는데 9월에서 3월 사이 사진작가 또는 마니아들에게 ‘오로라투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고려 해야할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통신장치와 항법장치 들이 오작동을 일으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다른 항로보다 훨씬 높다.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비행기 기장들의 매일매일 식단에 다시마와 미역이 빠지지 않는다 한다.
주로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미국 동부 출발 한국행 비행기 기종이 B747 이나 A380으로 정해져 있어서 동일 기종면허를 소지한 기장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항상 같은 항로를 운항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승무원과 승객, 특히 노약자와 임산부들은 북극항로의 우주방사선 노출에 대한 충분한 정보 습득과 여행 일정을 선택 하는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항공사 극항로 이용 현황
국내항공사 극항로 이용 현황

지난 5월 23일 세계일보(비행기 승무원 방사선 피폭 기준 강화)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북극 항공로를 비행한 항공기에 수년간 탑승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전직 항공사 승무원 A씨(2007년 입사, 2015년 발병, 2018년 사망)가 최근 기존 법령상 허용치보다 낮은 방사선 피폭량에도 사상 처음 산업 재해를 인정받은 가운데 정부가 이런 우주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개정된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규정’을 이달 24일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결국은 븍극항로를 이용하므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 이면에 우주방사선이라는 거대한 장애요인으로 말미암아 생명존중을 위한 대처 방안과 첨단 시스템의 기술향상에 대한 무한 도전이란 숙제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지리라 본다.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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