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59)黃泉路邃歸何賴(황천길 아득한데 누굴 믿고 돌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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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59)黃泉路邃歸何賴(황천길 아득한데 누굴 믿고 돌아갔나)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7.0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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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泉路邃歸何賴(황천길 아득한데 누굴 믿고 돌아갔나)

瘞玉埋香奄幾年 묻힌 옥, 숨은 향기 문득 몇 년이던가

誰將爾怨訴蒼旻 누가 그대의 억울함 푸른 하늘에 호소하리

黃泉路邃歸何賴 황천길 아득한데 누굴 믿고 돌아갔나

碧血臟深死赤緣 정의의 피 깊이 감추고 죽음 또한 까닭이 있었네

千古芳名蘅杜烈 천고에 아름다운 이름들 형두꽃처럼 빛나며

一門雙節弟兄腎 한 집안의 두 절개, 형제가 현숙하여라

鳥頭雙闕今難作 젊은 나이의 두 무덤, 이제는 일으킬 길 없고

靑草應生馬鬣前 푸른 풀만이 말갈기 앞에 돋아나는 구나

                                                         (조정철)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44년 전인 1771년(정조 1년). 뜻하지 않는 역모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로 유배 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정철’이다. 그렇지 않아도 창졸지간에 관직을 삭탈 당하고 유배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제주로 유배를 와 보니 그 당시 제주목사가 바로 조정철과는 정치적 지향점을 달리 하는 정적으로서 시시각각 그의 목숨을 위협하기에 이른다. 이에 이웃하여 살던 제주의 처자 홍윤애가 이러한 그의 처지를 안타까이 여겨 그를 물심양면으로 돌봐줌은 물론 정적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갖은 모욕과 온갖 고문 회유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을 살리려면 오늘 내가 죽어야만 합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순절하기에 이르게 된다. 증거도 없이 단지 정적을 없애기 위한 술책으로 죄 없는 백성을 잡아다 고문하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이 사건은 그 당시 중앙정부에까지도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며 이에 제주목사, 대정현감, 정의현감이 한꺼번에 모두 갈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로 인해 중앙에서 내려온 안핵어사에 의해 결국, 조정철은 억울한 음해에서 벗어나 목숨을 구하기에 이른다. 저승에서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지킨 것일까. 이 일이 있은 후, 조정철은 기적에 가깝게도 장장 29년의 그 오랜 유배생활을 끝내고 다시 관직에 복귀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며 동시에 그는 또한 벼슬길에 오르자마자 자청하여 제주 목사 겸 전라도 방어사로 제주로 부임하여 가장 먼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홍윤애의 묘를 찾아 그녀의 넋을 위로함은 물론 그녀의 묘비를 다시 정비하고 이 시편을 그녀에게 바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바로 위 시편이다.

영원한 가치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서 잘 알 수가 있다. 하여, 필자도 현대에 이르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평가 절하되는 인류의 최고의 가치인 그 ‘사랑’ 이라는 숭고한 명제 앞에 다시 한 번 진정한 사랑의 부활을 되짚어 보며 이렇게 두 손을 모아 본다. 살았다고 다 산 것이 아니고, 죽었다고 다 죽은 것도 아니었으니 시대를 탓하지 말라. 우리의 사랑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 부활하라, 사랑이여!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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