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0) 베트남 쌀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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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0) 베트남 쌀국수집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7.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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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집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오늘은 한인미사에 참석했다. 10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널널해서 10시 10분경에 도착했다. 이미 몇몇 신자들이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두 20명쯤 된다. 뒷좌석에 보니 교무금 봉투가 따로 놓여 있다. 주일 헌금 외에 월별로 따로 내는 교무금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일정액을 준비해야겠다.

미사 끝에 함께 베트남 쌀국수 집으로 갔다. 오늘은 야곱 신부님도 참석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곳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인 아들이 경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영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식당을 하고 있는 것이다. 2층으로 되어 있고 손님들도 많고 메뉴도 다양하다. 쌀국수에 만두를 곁들인 점심은 깔끔하고 맛있었다. 한국사람 입맛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미사가 끝나고 베트남쌀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다.
미사가 끝나고 베트남쌀국수집에서 식사를 하다.

돌아오면서 내가 신부님이 음식에 강복해 주시니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건냈다. 우리학교에 근무하는 이무현 선생님 생각이 나서 이 곳에서 세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 보았다. 전에 두 달 정도 집중 교리를 받아 세례를 준 기억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0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이국의 특성상, 단기간 해외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별과정을 설치해 운영했던 모양이다.

나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가톨릭 예비신자 교육을 담당해 왔었기 때문에 여건이 조성되면 도움을 주고 싶다. 이무현 선생님도 결심이 선다면 좋은 방법을 모색하여 쉽게 세례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선생님은 부인, 자녀들 모두가 성당에 다니는데 본인만 오래 해외에 살다 보니 세례를 받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 집에 와 쉬면서, 빨래도 하고, 글도 좀 쓰고, 음악도 듣고, TV 영화도 감상했다. 마음이 한가하고 정신이 맑은 일요일이다.

◆ 발리의 화산 분출

도미니끄 성당 야곱 신부님의 주례 미사에 참여했다.
도미니끄 성당 야곱 신부님의 주례 미사에 참여했다.

아침엔 도미니끄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았다. 야곱 신부님이 주례다. 오늘은 하루 연가를 내기로 했다. 건넛방 박찬홍 자문관이 일 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출국하는 날이다. 그래서 짐도 함께 나르며 공항으로 환송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선생님은 가면서 물, 플라스틱 그릇, 칼, 수저, 세제 등을 남겨 주었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 가능한 것은 지불해 주었다. 생수 아쿠아는 1상자에 5달러씩 등이다. 시중에서 파는 가격 그대로다.

어제 저녁 때는 박 선생님이 모처럼 자신의 방으로 모두를 초청했다. 현지 건축회사인 로만떼(Romante) 건축 회사 김정춘 사장, 부장인 강명구 씨도 함께 했다. 최규환 자문관도 건너왔다. 돼지고기를 삶고 마늘과 고추장, 김치, 참이슬 소주와 전병이 나왔다. 안주는 조금 빈약한 편이나 좋은 친구들이 있어 방안은 화기애애했다.

김 사장은 한양대 건축과 출신인데 이곳에서 건축, 운송, 물류, 중장비 대여 등의 종합상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이 바로 박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는 결핵검사소 건물을 지었다. 하자 보수 등을 해주고 있어서 자주 만난다고 했다. 부인은 광주에서 유아원을 경영하고 있고, 장인 장모가 초등학교 교사다. 강 부장은 이 곳에서 17년째 살고 있다고 하니 가장 오랜 체류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 부인에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최규환 자문관에 의하면 최근에 한 교민이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검문에 걸렸는데 면허증도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어서 윗분에게 얘기해서 벌금 등을 면제해 주려고 알아보니까 이미 처벌이 확정되어 있어서 번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외국에 나가 있을 때는 국내보다도 더 조심, 진중하게 행동, 생활해야 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국가도 함께 비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최 자문관은 다시 이 곳에 세 번째 근무하게 된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너 차례 듣고 있다. 처음에는 유엔군 경비 경찰로, 두 번째는 동티모르 독립 지원을 위한 파견으로 또 이번에는 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이곳에서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지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 보인다. 예를 들어, 공무상 배차 신청을 했는데 기사는 여자 친구와 시내에서 관용차로 한가히 보내면서 배차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출퇴근할 때 근무처의 경비 경찰이 자신에게는 늘상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문으로 경찰청장에게 하급자가 자신에 대한 예의를 지키도록 교육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자 정작 그 경찰은 자기를 보면 고개를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찰청 직원들과도 업무 처리 등에 많은 갈등이 있어 보인다. 반면에 내가 다니는 학교에선 모든 아이들과 교사들이 반갑게 맞아 주고 있고 업무에도 상호 협조적이니 나는 행복한 사람 같다. 조금 취했으나 유쾌한 기분으로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귀국하는 박자문관을 딜리공항에서 배웅했다.
귀국하는 박자문관을 딜리공항에서 배웅했다.

10시 30분경에 박 선생님을 공항으로 태워가기 위해, 로만떼 회사에서 차를 보내주었다. 문세혁이라는 청년이 차를 가지고 왔다. 보통 문 대리라고 부른다. 이곳 UNTL 대학 4학년인데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서울대학에 해당되는 최고 명문대학이다. 착하고 건실해 보였다.

공항 가는 길에 만디리 은행에서 박 선생님이 돈을 인출해야 한다고 해서 잠깐 들렸다. 박 선생님은 영어를 전혀 못하니 통역 노릇을 했다. 통장 잔고가 12달러 60센트다. 통장을 폐쇄하려면 10달러를 내야 된다고 하니 결국 2달러 60센트를 받게 되는 것이다. 20여분 걸쳐 서류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복사하는 등 절차를 마쳤다. 일을 처리한 곳은 2층 VIP실인데, 돈은 1층 일반 창구에서 찾으라고 한다. 일반 창구에는 사람들이 북적대서 아마 3~40분은 기다려야 순서가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박 선생님은 울화가 치밀어 서류를 바닥에 집어 던져 버리고 나가버린다. 나도 따라 나섰다. 밖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은행 여직원이 나와서 다시 서류를 내민다. 박 선생이 다시 통장과 ATM 카드 등을 땅바닥에 던져 버린다. 결국 내가 주워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직원이 폐기해도 되느냐고 묻자 내가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차에 타고 공항으로 가는데 비가 많이 내린다. 운행 중에 최규환 자문관이 박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발리 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했으니, 차를 코이카 사무실로 가도록 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출발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박 자문관이 몹시 당황해 어떻게 해야 할는지 난감해 한다. 내가 지금 그럴 시간이 없으니 그냥 공항으로 가고 변경사항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전화할 것이니 우선 공항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공항에 도착해 보니 비행기는 1시 30분 출발 예정인데 30분 앞당겨 1시에 출발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지연 운항되는 경우는 있으나 조기 출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에 최자문관으로부터 1시간 먼저 출발하여 당황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던 것 같다. 빨리 탑승해야 되기 때문에 경은지 선생님께 전화해서 공항에 환송하러 오지 말라고 알렸다. 기념 촬영을 했다. 박 자문관은 왜 하필 오늘 비도 내리고 또 화산도 폭발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모든 일이 잘 풀릴 징조라고 위로했다. 공항 환송객은 나뿐이다. 사무실에서도 몇 분 올만한데 썰렁 서운한 분위기다.

1년간 영어 한마디도 못하면서 동티모르 결핵 퇴치 사업에 한 획을 긋고 가는 박 선생님께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 본다.

베라코 기술고에서 2년간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김현진 봉사단원과 송별연.
베라코 기술고에서 2년간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김현진 봉사단원과 송별연.

◆봉사단원의 송별식

오늘은 우리학교에서 근무하는 한국어 교사 김현진 봉사단원이 이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떠나는 이임식이 있는 날이다. 그 사이에 현장사업으로 한국어 전용 교실을 구축하고 각종 학습 기자재도 설치했다. 프로젝터, 컴퓨터, 책걸상, 화이트 보드, 한복, 장구, 태권도복 등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학습 기자재와 재료들을 한국에서 구입하여 활용하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동티모르 고등학생들이 학습하기에 아주 적절한 한국어 교재를 완성했다. 물론 이전에 사용되던 교재를 증보한 것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임감과 향학열이 뛰어나서 코이카 사무실에선 가장 테툼어를 잘 구사하는 단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11시에 Conference Room에 모이니 교장이 10여분에 걸쳐 김선생님의 봉사 실적과 석별의 아쉬움을 이야기 한다. 교사는 20여명이 모였다. 중앙 테이블에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어 나와 교장, 교감, 김 선생님이 함께 절단했다. 교장은 이곳에서 가장 흔한 선물인 긴 수건의 타이즈를 목에 걸어 준다. 이어서 기념 촬영이 있었다. 참석자들에게는 캔과 약간의 간식이 제공되었다. 도넛 빵, 케이크 한쪽, 감자 스크램블 등이다. 모두 맛있게 들었다.

그런데 내가 김선생님 송별 기념으로 한국어 교사 모두와 함께 점심에 초청해 두었는데 배가 불러와서 고민되었다. 송별식이 끝나고 우리학교에 근무하는 네 분의 선생님(김현진, 경은지, 이무현, 조희영)과 함께 미크롤렛을 타고 목적지인 장성식당으로 갔다. 장성은 만리장성을 줄여 쓴 말이다. 전에 이 근처를 버스로 지나면서 몇 차례 본적이 있었다. 밖에서 봐도 아주 품격이 있어 보이게 만리장성을 양각으로 조각하여 밖 벽면을 채우고 있다. 깨끗하지만 딜리에서 가장 비싸다고 소문난 곳이다. 김선생님이 많이 수고했으니 이 정도는 내가 대접해야 될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주 깨끗이 잘 정돈되어 있고, 집기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종업원들도 단정한 제복 차림이다. 우리는 음료수가 포함된 8달러짜리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맛있고 깔끔했다. 그런데 격리된 방에서 우리말이 들린다. 나중에 나오는 것을 보니 코이카 소장과 직원들이었다. 한 시간 정도 밥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그 사이 수고에 대한 평가도 하면서 느긋한 오후를 보냈다. 올 때는 지리도 익힐 겸 걸어서 왔다. 오는 길에 상점에 들러 양말 5 켤레를 샀다. 이 곳 사람들은 양말을 신지 않으니 양말 파는 곳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매일 신고 빨고 하다 보니 양말들이 구멍 나고 헤어지고 망가졌다. 한 상점에서는 인도네시아산인데 한 켤레에 7달러에서 5달러 정도이고, 다른 곳에서는 2달러 50센트다. 싼 곳에서 샀다. 이 정도면 1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최충호 자문관이 이 부근에 중국인이 경영하는 메이마트가 있는데 물건이 많고 또 저렴하다고 해서 둘러보았으나 장소를 찾지 못 했다. 다음에 다시 찾아 봐야겠다. 도보로 걸은 거리가 많아서인지 또 열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인지 머리가 아프다.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기계과 학생들과 함께.
기계과 학생들과 함께.

◆수경재배

3주전에 고구마와 토란을 사다가 수경 재배를 시작했다. 너무 삭막한 집안에 살아 있는 식물을 키우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네갈에선 집안에서 고구마를 계속 수경 재배했었는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싱그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우울함을 많이 씻어 주었다. 고구마 줄기가 7, 8개 생기면서 작은 잎들이 많이 돋고 있다. 방안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란은 발육이 아주 더디다. 고구마는 세 개를 키웠는데 하나는 썩어서 버리고 지금 두 개가 잘 자라고 있다. 토란은 일각수의 뿔처럼 아주 천천히 나오고 있다. 학교 사무실에도 한 뿌리 가져다 키워야겠다.

용접실습중인 이영운선생님
용접실습중인 이영운선생님

이 곳에는 특이한 구근류의 뿌리 식물과 과일들이 풍부하다. 그런데 충분한 지식이 없어서 식용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토란은 잎이 우리나라 토란과 같은데 뿌리는 큰 고구마만큼 아주 크다. 우리학교 앞 하천에는 많은 토란이 자라고 있고, 잎이 아주 무성하다. 관상용으로 아주 훌륭하다. 그래서 한 뿌리 가져다 사무실에 두고 키웠으면 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살펴보니 그 무성했던 토란들이 모두 사라졌다. 알고 보니 최근의 많은 비로 하천이 범람했고 토란 군락과 주변 토사들도 모두 떠내려가고 없었다. 무척 아쉬웠다. 우기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폭우로 쏟아지는데 하수구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많은 피해가 일상사다.

                             (2017년 11월 19일, 11월 22일, 11월 23일, 11월 24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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