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1)전직 교장과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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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1)전직 교장과의 만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8.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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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교장과의 만찬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어제는 오후 5시에 Kmanek 식당에서 우리학교 3대 교장을 역임한 Jose Dos Santos 선생님과 저녁을 같이했다. 그는 드물게 중형 트럭을 타고 왔다. 아마 농장 경영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교감 Duartes도 참석했다. 나는 5달러짜리 볶음밥을 두 분은 8달러짜리 새우 볶음밥과 음료와 채소볶음 등을 시켰다. Jose 교장은 남다르게 약속시간을 지켰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해서 40여 분 둘이 대화하고 있으니 교감이 들어왔다.

조세 교장 설명에 의하면 자신이 우리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코이카에 제안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이카에서 800만 달러, 교육부에서 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코이카에서 거의 1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교육부 투자 약속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어려운 나라이다 보니까 백만 달러를 한 학교에 투자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도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부에서 일정액을 지원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를 대응투자하지만 이곳은 여건이 여의치 않다.

베코리아 기술고 3대 교장 조세 도스 산토스 교장과 저녁을 같이 했다. 교감 두아테스도 함께 했다.
베코리아 기술고 3대 교장 조세 도스 산토스 교장과 저녁을 같이 했다. 교감 두아테스도 함께 했다.

어쨌든 조세 교장의 노력으로 현재의 아름다운 그리고 동티모르 최고 시설의 기술학교가 탄생했으니 그의 기쁨과 보람은 대단하리라 여겨진다. 교장은 인도네시아에서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우리학교 교감인 마르코스는 그의 제자다. 그의 나이는 55세이고 건축과 교사다.

이 곳에서 교장과 교감은 일종의 보직 교사로 2년간의 근무기간이 끝나면 연임하거나 평교사로 돌아오게 된다. 또 교장도 주 몇 시간 정도 수업을 하는 것 같다. 현재 프란시스코 교장은 테툼어 교사인데 드물게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5세 교사는 이곳에서 아주 연로한 교사에 속한다.

요즘은 낮이 짧아서 벌써 밖이 몹시 어둡다. 나는 걸어서 가겠다고 하니 교감이 함께 가자고 한다. 교감 집은 학교 근처인데 걸어서 간다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 교감은 내가 밤늦게 혼자 걸어서 가니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가면서 학교와 선생님 얘기를 나누었다. 또 다른 교장 선생님인 Abel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돌아오면 학교에 머물 가능성은 별로 없고 아마 대학에서 강의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교감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의 사립 고등학교 학비는 주당 1달러이고, 한 달에 5달러다. 물론 공립은 무상이다. 우리학교에는 시골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거주하는 소규모 기숙사가 있는데, 이 기숙사비도 주당 1달러다. 학교 재정은 아주 열악해서 무슨 사업을 계획해서 추진할 여력이 전혀 없다. 국가가 안정되고 재정이 튼튼해야 교육에도 많은 투자 여건이 마련되는데 아직 모든 게 워낙 열악하다 보니 외국의 원조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같다.

모기잡이 블랙홀이 거실 책상끝에  보인다.
모기잡이 블랙홀이 거실 책상끝에 보인다.

◇블랙홀과 모뎀

10시경 미크롤렛을 타고 티모르 플라자로 갔다. 오전 8시에 강동혁 코디에게 블랙홀을 가지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오라고 했다. 블랙홀은 특수 전등으로 모기나 해충을 유인하여 감전시켜 죽이는 기구다. 이곳은 워낙 모기가 많으니 꼭 필요한 기구여서 코이카에서 일괄 제공한다. 국산 제품이다.

시내에서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하나는 인터넷 모뎀을 충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이카 사무실에 들러야 하는 일이다. 어디로 먼저 가야 하는지 결심이 서지 않는다. 버스에서 생각해 보니 사무실에 먼저 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모뎀 충전하는 데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으니, 강 코디와의 약속시간을 못 지킬 것 같아서다.

사무실에서 강대리가 옆에 있는 현지 직원인 코넬리아와 실바에게 블랙홀을 가져다주라고 하니 엉뚱한 물건을 들고 온다. 두 직원은 모두 한국에서 한국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이다. 내가 Anti-Mosquito, Mosquito Trap 이라고 설명하니 제대로 갖다 준다. 크기가 가로 20센티 세로 35센티 정도 꽤 큰 물건이다.

사무실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탈까 아니면 10여 분 더위 속을 걸을까 하다 걸어가기로 했다. 40여 도의 무더위와 땡볕이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지마는 요즘 운동량이 적어서 걷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뎀 충전소에서 번호표를 받아 보니 45번이다. 20여 분 기다리니 차례가 왔다. 두 개의 모뎀을 충전해야 한다. 집과 사무실용이다. 20달러와 40달러어치를 충전했다. 한 달간 사용해야 할 인터넷 선불 요금으로 절약해서 쓰면 될 것 같다. 3기가와 6.5 기가가 적립되었다.
이곳의 인터넷 사정은 아주 안 좋다. 모뎀을 컴퓨터에 설치하여 이메일이나 카톡을 사용한다. 가끔 한국 뉴스도 보지만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세네갈에 있을 때는 5, 6만 원 정도 내면 정액제로 한 달간 맘껏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곳에선 파일 몇 개만 다운로드 해도 다 소모된다. 역시 부러운 게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다. 이곳에선 절약해서 써도 한 달이 지나면 남아 있는 기가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어쨌든 아껴 써야 한다.

한국에서 지원한 최신 설비
한국에서 지원한 최신 설비

이 곳에는 통신사가 세 개 있다. 포르투갈 합작법인인 Timor-Telecom, 베트남 법인인 Telemor, 인도네시아 법인인 Telkomsel이다. 송전 시설 부족으로 수도 딜리 및 대도시 인근에서만 통화가 가능하며 지방의 경우 통신단절되는 구역이 많아서 서비스 및 통화 품질이 좋지 않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경우 현지 통신사 매장에서 심카드를 구입해 휴대폰에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동티모르의 모든 통신사는 Pulsa(뿔사)라고 불리는 선불카드를 구입해 직접 충전하거나 대리점을 방문해 충전하여 사용한다. 뿔사는 1달러에서 50달러까지 있고 마트, 키오스(Kios : 거리의 역이나 구내에서 신문, 잡지 따위를 판매하는 매점), 길거리 상인에게서 쉽게 구입한 뒤 뒷면의 스크레치를 긁으면 PIN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에 다이얼을 입력하면 금액이 휴대전화에 충전된다.

이 곳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으니 통신사가 챙기는 돈은 엄청나 보인다. 자국 통신사가 없기 때문에 모든 돈들이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 베트남 등으로 유출되고 있다.                                        

◇단원들을 쓰러뜨린 뎅기열

어제 오후에 옆방 최규환 자문관이 모기장 얘기를 했다. 모기장을 세탁기에 넣어서 돌렸더니 몇 군데가 찢어져서 테이프로 붙여 쓰고 있다고 한다. 내가 차라리 바늘로 기워서 쓰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봉사단원의 필수품이 모기장이다. 대부분 아주 열악하면서 뜨거운 지역인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이런 곳들은 연중 많이 서식하는 모기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병충해 중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은 모기에 의한 것이다. 나는 아직 모기장을 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방충망을 잘 살피고 집안에 모기가 있으면 그때그때 잡고 또 모기약을 수시로 뿌려서 구제한다.

빌 게이츠가 작년 세계 모기의 날에 “우리는 상어보다 모기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해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및 지카와 같은 질병을 유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중 하나이며 수백만 명의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모기는 상어가 한 세기 동안 삶을 해친 것보다 하루에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 모기가 하루에 죽인 사람 수 1470명, 상어는 1세기(1916-2016) 동안 103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인 말라리아로 인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억 1400 명이 발병, 그중 43만 800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5세 미만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밝혔다.

자동차과 학생들과 함께
자동차과 학생들과 함께

올해 초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모리츠 크래머(Moritz Kraemer, Boston Children 's Hospital과 University of Oxford의 전염병 과학자.)는 “기후가 온난화되는 현재 속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감염될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많은 도시 지역에 모기들의 서식처가 생길 것이다"고 설명한다. 세계 모기의 날은 매년 8월 20일이다. 로널드 로스(Ronald Ross) 경이 암컷 모기가 인간 사이에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것을 발견한 기념일이다. 그는 1902년 이 병에 대한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최 선생님은 나에게 꼭 모기장을 치고 자라고 한다. 그의 방에 가보면 밤낮 항상 모기장이 처져 있다. 최 선생님은 약과 모기장 그리고 모기 화형용 모기잡이 라켓을 항상 비치해 두고 있다. 또 벌레와 모기가 들어오는 통로중의 하나가 화장실 방충망이라며 틈은 모두 테이프로 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모기장을 지급받았지만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모기가 보이면 약으로 처치한다. 며칠 전에야 방충망 틈새에 테이프를 붙였다. 또 최 선생님은 작은 개미가 있어 매주 방역을 하고 있었다. 나도 얼마 전에 보니 설탕 봉지에 개미가 몇 마리 보여서 주변에 약을 뿌리기도 했는데 이 개미가 방마다 다니나 보다. <김현진>

최 선생님에 의하면 자기 선임인 박경감(경찰대 출신 간부)이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뎅기열에 걸렸었다고 한다. 코에서 피를 쏟고 의식을 잃었었다. 결국 그는 귀국했다. 또 우리학교 한국어 교사들은 김현진 선생이나 경은지 선생이나 그 전임자들도 모두 뎅기열에 걸려 많은 고생을 했었다.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해서 열이 나고 힘이 빠지고 하는데 며칠 지나면 거의 의식이 없고 고통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뎅기열인데 치사율은 10% 정도 된다. 아직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약은 없다. 김 선생님 말에 의하면 우리 학교 주변에 하천과 숲이 많아서 댕기 모기가 많이 서식하는 것 같다고 한다. 어제 가져온 모기 퇴치기 블랙홀이 효과를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설명서를 보니 24시간 틀어 놓으라고 쓰여 있고 공기 정화 기능도 있다고 하니 적극 활용해야겠다. 그러나 낮에도 켜두기에는 전기세가 많이 나오고 화재 위험도 있으니 밤에만 사용해야겠다.

김현진 선생님이 필요한 생활도구를 주고 귀국했다.
김현진 선생님이 필요한 생활도구를 주고 귀국했다.

◇ 도깨비 방망이를 얻다

금방 김현진 단원 집에 다녀왔다. 아우디안 하이톤(Audian Highton)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바나나 한 손을 2달러 주고 샀다. 거리에서는 1달러 정도 하지만 이곳은 조금 비싸다. 그러나 품질은 좋아 보였다.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만디리 은행 ATM에서 전화하기로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얼쩡거리다가 전화를 했더니 금방 나왔다. 3층에 사는데 지금 관리인이 청소 중이라고 한다. 이 집은 월세가 700달러다. 주 3회 청소해 주고 세탁과 다림질까지 아주 깔끔하게 지원한다. 침대 시트는 매주 갈아준다.

이 아파트를 전에 살던 사람은 월 1000달러를 주었으나 요즘은 임차인이 별로 없어서 300달러 정도 할인받은 것 같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내가 사는 아파트 맨 뒤쪽 즉 도로 쪽의 원룸에 살았었다. 거리의 소음이 너무 심해서 이사를 했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 경은지 선생님이 사는 우리 아파트는 이 곳에 비해 도심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침실과 거실도 너무 좁고 서비스 지원이 빈약하다고 한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KBS 월드를 시청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아파트의 단점 중의 단점은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광고 방송이 대부분이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영어 뉴스가 전부다. 그나마 아리랑과 NHK가 제공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방문한 목적은 그녀가 12월 2일 한국으로 떠나는데 살림살이를 몇 개 얻기 위해서이다. 얼마 전에 내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서 세 가지를 신청했었다. 브리타 정수기, 후라이팬, 믹서기였다. 믹서기는 없고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도구라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백색에 후라이팬 등 내가 요청한 것뿐만 아니라 반찬통, 생강차, 믹스커피 등을 넣어서 주었다. 잘 사용해야겠다. 백색을 등에 지고 비닐봉지는 들고 나왔다.

봉사단원들이 귀국하게 되면 후임자들이 돈을 주고 인수하기도 하지만 대개 무상으로 기증한다. 이런 전통이 계속되면 나중에 오는 단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세네갈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한 여자 단원이 갑자기 귀국하게 되어 내가 그녀의 살림을 인수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것까지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여 60만원 정도 지불했었다. 내가 일일이 구입하려면 힘들었을 것인데 어쨌든 다행이었다. 내가 세네갈에서 귀국할 때는 다른 자문단이 마침 오게 되어 내가 쓰던 물건들을 제공했다. 그는 극구 성의를 보이겠다면서 20만원을 나에게 주었다. 아무리 거절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그의 책상 위 책 속에 돈을 두고 왔고 귀국 후에 돈 있는 곳을 알려주고 그 성의는 잘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김 선생님은 마음 착한 사람이다. 단원들에게 베풀고 또 김영실 단원이 새로 부임하는데 그녀가 이 방을 계속 사용하고 또 물건들도 쓰도록 배려하고 있다. 후라이팬은 계란 반숙을 해 먹기에 좋을 듯하고, 도깨비방망이는 마늘을 다져 김장할 때 유용할 것 같다. 집에 와서 시금치 야채 블록으로 즉석 국을 끓여 저녁을 마치고, 믹스 커피도 한 잔 마시니 세상이 갑자기 평화로워졌다.

(2017년 11월 26일, 11월 27일, 11월 28일, 11월 29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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