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딱지
벽도 아니고
밥상도 아니고
그저
길바닥에 버려진 껌딱지
경계를 무너뜨린
직장의 이력
이제
단맛도 다 빠져버리고
물러터지고 한심한
바보 하나가 내 시집에 지은이로
버려져 있다
아무 맛도 없이
누구의 입속에서 질겅대다가
어느 날 불현 듯
벽이나 밥상 밑에
아니면 길바닥에 내던져질 껌딱지
(안정업, ‘껌딱지’, 전문)
세상을 다 녹여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태양의 열기가 만만치가 않는 요즘. 산도 바다도 길도 집도 모두가 다 백기를 들 무렵 불현 듯 떠오르는 그 詩, ‘껌딱지’. 경계를 무너뜨린 직장의 이력, 이제는 그 단맛마저도 다 빠져 그저 그렇고 그런 이름 하나가! 소명이라면 소명이랄까,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는 과업이 있었으니. 한겨울의 잡초는 키를 키우지 않는 법. 엎드리면 엎드릴수록 더 단단히 뿌리를 내려. 버려지면 어떻고 잊혀지면 또 어떠랴. 내 시집 내 이름이 지은이로 존재하는 한 ‘껌딱지’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행복하여라, 나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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