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2)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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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2)성교육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8.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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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11월 마지막 날이다. 5일간의 긴 연휴를 지내고 출근했다. 오늘은 출근하면서 고구마와 토란 구근과 브리타 정수기와 빈 물통 등을 들고 가느라 양손에 짐이 가득했다. 우선 베코라 성당에 들러 미사를 보고 다시 도보로 간다. 얼마 안 되는 짐이지만 등줄기에 땀이 계속 흐른다.

학교엔 학생 몇몇이 교정을 서성이고 있었다. 오늘은 코이카에서 주최하는 성교육과 취업 정보 상담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9시가 가까워지자 세미나에 참석하는 120명의 학생들과 교사 30명, 코이카 직원들과 교육부 강사 등이 북적인다. 중앙 단상에는 4개의 좌석이 마련되었고 강당에는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모든 참석 학생들에게는 티셔츠와 필기구, 플라스틱 가방 등이 제공되었다. 개회식에 이어 교육부 성교육 담당관의 기조 강연이 있었다. 강연 후 학생들을 10명씩 그룹으로 나누어 서로 토론하고 경험을 나누고 전지에 그림이나 글씨, 포스트 잇 등으로 공동 의견을 표현하였다. 성교육 내용은 성폭력 경험, 성폭력 유형, 예방법 등이었다. 그룹별 토의와 작성이 끝나자 그룹별로 발표했다. 짧지만 조리 있게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발표가 끝나자 코이카에서 수여하는 성교육 관련 유공자 표창이 있었다. 교육부 관계관, UNDP 직원, 코이카 현지 직원 등이 대상자였다. 나는 코이카 소장님께 우리학교 교장선생님도 포함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소장님은 다음에는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사실 교장, 교감은 이 행사 준비를 위해 청소, 좌석 준비, 학생 사전 교육 등 한 일이 너무 많았었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도시락이 제공되었다. 흰밥, 생선 튀김, 쇠고기 볶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행사를 위해서 코이카에서 많은 예산을 지원한 것 같다. 밖이 워낙 덥기 때문에 내 사무실에서 많은 손님들이 와서 대화도 하고 쉬기도 하였다. 일본 봉사단원 중에는 Tomomi라는 분이 와서 대화했다. 그녀는 인근 학교의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에어컨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에서 매일 먼지와 열기 속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수업이 없다. 학생들은 새 학기 시간표를 확인하고 지난 학기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는 날이다. 수업을 해야 정상이지만 교사나 학생이나 그냥 느긋하게 개학하면 일주일 정도는 그냥 보낸다. 코이카 차량으로 퇴근했다.

김현진 단원 공항 송별식
김현진 단원 공항 송별식

인생 2모작 체험수기 당선

올해 마지막 달이다. 오늘 제주에 있는 친구 김홍배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제주신보에 실린 나의 수상 기사다. 제목은 신중년 인생 3모작 생애 경력 설계 수기 당선이다. 보도자료는 물론 내가 신문사에 제보한 것이다. 소감과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추가 답변을 해주었다. 기사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한 달 정도 전에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센터에서 중장년 인생 2모작 체험수기 공모가 있었다. 3일간의 휴가기간 동안 활동 내용을 수기 형식으로 써서 보냈었다.

주요 내용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정년퇴직한 후에 조금은 허무하고 기댈 곳도 없곤 해서 중장년 일자리센터에 노크했다. 1주일간 프로젝트를 수강하면서 혹시나 무엇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참석했다. 그 후 현재의 코이카 자문단에 응시하여 선정되었고 세네갈 교육부에서 2년 또 지금 동티모르에서 교육행정 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내용을 소박하게 기록했었다.

일주일 전에 우수상(2등 당선)으로 선정되었다고 통보받았다. 시상식에 참석할 경우 교통비가 지원된다고 했지만 배꼽이 배보다 더 큰 격이 되어 참석은 포기했다. 또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여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다. 결국 서울에 있는 아들이 대신 참석했다. 시상식 사진을 보니 아주 성대한 시상식이었다. 대형 상금 피켓을 배경으로 사진도 촬영되어 있었다. 사무총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내왔었다.

그 사진들을 이곳에서 인터넷 다운로드하려면 5~6시간이 걸린다는 메시지가 뜬다. 결국 한 장만 다운받고 나머지 4장은 카톡으로 받아 보았다. 친구와 지인들로부터 수상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일이 있을 때 더 겸손하고 진중하게 생활해야 한다. 상금은 70만원인데 집사람과 아이들이 식사도 하고 함께 쓰도록 했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노력하고 수고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정당히 바르게 평가 지원해 주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수백 명이 응모했고 수상자만 30여명이 되는데 2등상인 우수상을 받았으니 무척 기뻤다.

국제봉사단 개막 행사
국제봉사단 개막 행사

◆ 국제봉사단원 정화활동

12월 2일 토요일

오늘은 국제 봉사단원들이 모두 모여 환경 정화 활동을 하는 날이다. 아침 6시 30분 미사를 마치고 계란 삶은 것 하나, 바나나 한 개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쉬다가 걸어서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은 해양경찰청 앞 청소년 센터다. 최충호 자문관에게 해양경찰청 가는 길을 들어보고 찾아가니 갈 수가 있었다. 2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등록하고 티셔츠와 아쿠아 생수 한 병을 받았다. KOICA, JIKA, UNDP, Peace Corps, 호주 봉사단 캠프 등이 차려져 있었다. 나는 모든 캠프를 찾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Peace Corps 텐트에서는 내가 중학교 시절 만났던 봉사단원에 대한 얘기를 했다. Jacky라는 여자 단원이 영어 회화를 가르쳤는데 그 당시에 원어민의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스커트를 입고 때로는 교탁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수업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너무도 큰 문화 충격이기도 했다. 일본 캠프에도 가서 Jay Kito라는 JIKA 소장님과 대화했다.

한복을 입은 한국봉사단원들
한복을 입은 한국봉사단원들

코이카 텐트에서는 한복 입어보기 체험행사를 했다. 10여 벌의 남녀 한복을 갖다 놓고 외국인들이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모든 텐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 한복은 기본적으로 우아하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또 근처에서는 이 곳 젊은이들이 페트병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자연이 페트병 등으로 병들어가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주었다.

개막식이 있었다. 네 분의 단체장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미국 대표의 영어 인사가 가장 명확하게 들렸다. 그 사이에 영어 듣기 능력이 향상되었는지 모르겠다. 거의 한 시간 가량의 개회식이 끝나고 비닐봉지와 장갑을 받고 쓰레기 수거를 시작했다.

청소 구역은 해변과 바닷가 인근 숲이다. 워낙 쓰레기가 많아 200여 명이 청소를 하는데도 하지 않은 것처럼 계속 쌓여 있다. 한 봉지 가득 채우고 집하장에 갖다 버리고 오니 두 봉지가 그냥 길가에 방치되어 있다. 집하장으로 가져다 처리해야 하는데 아무데나 갖다 놓은 것이다. 추 선생님이 저렇게 하면 하나마나라고 한다. 추 선생님은 초등학교 여교장 출신으로 70이 넘어서 코이카를 알게 되어 수년 째 여러 나라에서 봉사하고 계신 분이다. 내가 두 봉지를 들고 다시 집하장에 갖다 처리했다. 손 씻을 곳을 찾다 보니 화장실이 하나 있다. 화장실은 엉망으로 좌변기 뚜껑이 떨어져 나가고 아주 지저분하다. 대강 손을 씻고 손 세정제로 소독했다.

행사는 1시경에 끝났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외출 준비를 했다. 김현진 선생님이 오늘 출국하기 때문에 공항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 미크롤렛 10번을 타고 공항에 가보니 아는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40분 정도 기다리니 김현진 선생이 조희영 선생과 함께 들어온다. 20여 분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학교 학생들 10여명이 코이카 정혜진 과장, 봉사단원 7, 8명과 함께 들어온다. 우리는 길다란 종이에 석별의 정을 한 마디씩 써서 전달했다.

오는 길에 코이카 차량으로 장성식당으로 갔다. 들어서니 이미 많은 단원들이 식사를 끝내고 있었다. 나는 8달러짜리 세트 메뉴, 돼지고기 볶음밥을 주문했다. 시니어 단원들이 식사를 마치곤 바로 나가 버린다. 소장님과 직원들이 모두 있는데 먼저 일어서서 가버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 보인다. 젊은 소장님이라고 해도 직장 상사의 개념으로 함께 일어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소장님과 함께 식당을 나서서 걸어서 집으로 왔다. 이제는 제법 길이 익숙해졌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구두약, 양파, 감자를 구입했다. 오늘은 여러 가지 행사로 조금 피곤했지만 즐거운 날이었다.

미국봉사단원과 함께
미국봉사단원과 함께

Good Morning! No Water!

밤새 뒤척이다 일찍 잠이 깼다. 사실은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어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지 폰에 알람을 설정했었다. 1분 동안 울리게 설정한다는 것이 실수로 새벽 1시에 울리게 조작했던 것이다. 1시에 깨어서 조금 몽롱한 상태에서 살펴보니 내 실수였다. 다시 5시로 설정하여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잡동사니 꿈을 꾸다 일어났다.

샤워를 하려니 물이 안 나온다. 이 새벽에 주인을 깨우기도 그렇고 해서 받아 놓은 물로 대충 씻고 나가면서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Good Morning! No Water!'. 갔다 오면 물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성당에서 아침 미사 후에 묵주 축복을 받았다. 교회 성물은 성직자가 축복해야 성물이 되고 축복받지 않은 성물은 그냥 평범한 물건일 뿐이다. 걸어서 학교에 가보니 땀이 많이 흐른다. 학교에서 묵주를 꺼내 살펴보니 불량 묵주다. 세 번째 단이 10알이어야 하는데 11알로 되어 있다. 성모송을 한번 더하면 오히려 기도가 많아지니 좋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사실 이 묵주는 엊그제 환경정화활동을 할 때 수녀님과 어떤 학생이 팔고 있어서 하나 구입했는데 불량품이었다. 함께 기도할 때는 쓸 수가 없다.

역시 학교는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다. 시험 후 답지 확인 기간이어서 아예 수업을 하지 않는다. 학교를 시공했던 삼한건설에선 엊그제부터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천정 금간 것을 메꾸는 인부도 있고 발전실 청소를 하는 분도 있다. 전기 기술자인 박계백 차장님이 보여서 우선 자동차과에 UPS가 계속 소음을 내고 있으니 봐달라고 부탁했다. 가서 확인하고 이리저리 조작해 보지만 소음을 잡지 못했다. 결국 회로를 차단하여 소음이 멈추게 하였다. UPS 안을 살펴보니 참새가 들어가 죽어있었고, 먼지는 3, 4 Cm 쌓여 있었다. 먼지털이로 대강 털고 학생들에게 나머지 청소를 시켰다.

수돗물은 그제 모터를 교체하여 수동으로 물이 공급되고 있었다. 이제 발전실로 가본다. 거미줄로 뒤덮인 발전기가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그런데 발전실을 만들고 발전기를 설치하고도 한 번도 작동해 보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또 기름도 없어서 시험 작동을 해볼 수도 없었다. 교감이 약간의 기름을 사 왔는데 그 것으로는 안 되고 3배는 더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배터리는 20여일 전부터 충전했는데 충전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배터리를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규격이 맞지 않는다. 박 차장을 사무실로 불러서 커피를 대접했다. 가동되지 않는 발전기를 돌리려면 기름도 채우고 배터리도 교체하고 해야 하는데 학교는 예산이 없고 코이카는 더이상 지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걱정한다.

조금 있으니 이무현 선생님이 두 학생을 데리고 온다. 한국에서 1년간 무상으로 연수받으러 가는 유학생들이다. 필요한 서류들을 내 컴퓨터로 출력하고 서류 작성을 마쳤다. 사무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함께 때우고 귀가했다. 집에서 베토벤 3, 5, 9번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 동티모르 교사 자격

봉사단원들과 장성식당에서 식사하다
봉사단원들과 장성식당에서 식사하다

학교에 가니 드와르테 교감이 오늘 10시에 Conference Room에서 행사가 있다고 한다. 우리학교에서 6개월간 현장 실습을 마친 대학 4학년생들이 수료식이다. 한국의 교생 실습과 같은 것인지 들어보니 그것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실습을 했다고 해서 교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수여하는 것도 아니다. 9시 55분 회의실에 들어갔으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10시 30분쯤 되자 실습생 4명이 식탁에 음식들을 진열하기 시작한다. 10여 종류다. 밥, 삥땅 맥주, 카스테라, 카사바, 고구마, 바나나, 치킨 등이다. 물과 주스도 나왔다.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더 경과한 11시가 되어야 모두 자리에 앉았다.

교장은 츄리닝 차림이고 전면 좌석에 수료생들과 3명의 외빈이 앉았다. 출신대학 지도교수들이 온 것이다. 교사가 40여명, 학생들도 10명 정도 참석하여 총 60여명이 되었다.

교장은 10분 정도 장황한 인사말을 했고 이어서 외빈들의 축사가 있었다. 모두가 길고 별 내용은 없는 말들이다. 이 곳 사람들은 마이크를 잡으면 시간을 많이 끈다. 서양 문명 특히 포르투갈의 영향을 오래 받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기념 촬영 후 뷔페식으로 식사했다. 모든 음식은 담백했으나 맛있었다.

내 옆에 전직 교장 Jose가 앉아서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동티모르는 아직 교사 자격증 제도가 정립되어 있지 않고, 인도네시아에서 발급한 자격증으로 교직의 일을 한다고 한다. 또 일반적으로 단기간 교사 자격증 발급 연수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무자격자라도 가르칠 능력만 있으면 교단에 선다고 한다. 신생 국가이다 보니 모든 것이 제대로 정착된 것이 아직 없나 보다.

행사가 끝나고 Jose 교장이 내 사무실로 와서 자기 딸의 대학 졸업 축하식이 이번 토요일에 있으니 참석해 달라고 한다. 장소가 우리학교 대강당이다. 대학졸업 축하 행사를 대강당을 사용해 한다니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곳에서는 대학 졸업이 아주 큰 영광이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형편이 닿는 한 성대하게 치른다. 마치 토요일이 최충호 자문관이 임기를 마치고 출국하는 날이라 시간을 잘 살펴서 참석해야 할 것 같다.

(2017년 11월 30일, 12월 1일, 12월 4일, 12월 6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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