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인수봉
1.
온 장안이 눈 속에 들어
눈빛들 형형한 날
너는 결연한 생각
꼬나 잡은 붓끝이다
만인소 산 같은 글을 마무리한 수결이다
2.
갓 떠온 생수보다
더 차가운 새벽빛을
소슬한 이마 위에
명주수건 동여매고
동천을 걷어 제친다, 방자유기 징을 치며
3.
가파르게 막히곤 하던
역사, 그 외성의 안쪽
지축을 누가 흔드나
명치끝 얼얼하다
아침은 점고를 끝낸 듯 산을 슬쩍 내려서고
(신필영, ‘정월 인수봉’, 전문)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차돈의 피 만큼이나 순결했을 저 붓 끝. 저 외침을 누구라고 감히 막아설 수 있단 말인가. 민의란 도도한 강물의 흐름, 끓어오르면 반드시 넘치는 법. 결국, 역사의 주인이란 왕도 신하도 그 누구도 아닌 이 땅의 민초들이었던 것이다. 동여 맨 명주수건에 방짜유기 징을 치듯 동천을 걷어 제치며. 잊지 말 일이다. 민초라는 것들은 저들을 위하는 지도자에게는 언제든 알아서 먼저 눕지만 반대로 저들을 위하지 않는 지도자들에게는 언제고 맞서 일어선다는 것을. 결단코 잊지 말 일이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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