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16) 스가 요시히데 수상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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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16) 스가 요시히데 수상의 위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8.2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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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요시히데 수상의 위기
김길호 재일작가
김길호 재일작가

"반대 운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그 소리 무시하고 올림픽 개최를 밀고 나가면 된다. 올림픽경기 시합에서 감동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러면 반대하던 국민의 목소리도 없어질 것이다." 일본정부는 물론 여권의 묵시적 기대 아니, 노림수였다.

사실이었다. 일본 선수의 눈부신 활약과 시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선수들 모습과 일화들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스포츠 시합에서의 감동은 올림픽경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경기에 있어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극적인 반전과 돌연변이와 같은 시합 결과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그 결과에 따라 희로애락의 감정들 또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다. 코로나19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올림픽 개최 전에 반대 여론이 많았던 것이 올림픽 후에는 60% 이상이 개최해서 좋았다는 지지 쪽으로 선회했다. 감동적인 경기가 경기 종목처럼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한 도쿄올림픽은 8월 23일부터 열리는 패럴림픽과 함께 후세 역사가들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1년 연장하면서까지 개최했던 2021년의 스포츠 역사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일본정부 특히 정권을 쥐고 있는 여권에서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서 반대 여론 앞에서도 안심. 안전 올림픽 개최를 강조하고 실시했다.

여기까지는 일본정부의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커다란 오산이 있었다. 올림픽 개최 성공이 곧 정권을 쥐고 있는 스가히데요시 내각 지지율까지 더불어 상승할 줄 알았는데 빗나갔다. 코로나19 감염 억제는커녕 날마다 불어나는 확대에 올림픽 감동은 희석돼버리고 내각 지지율은 위기 경계선인 30%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 개최한 일본정부의 노력도 평가하지만 올림픽 감동의 주인공들은 어디까지나 선수들이었지 그 감동의 여운을 정권에서도 기대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본 국민들의 의사 표시이기도 했다.

스가 정권이 기대했던 올림픽 개최 성공 부가가치는 이것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사회적 억제 정책 속에 불요(不要), 불급(不急)의 외출을 금지하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선수들을 모아 놓고 개최하는 올림픽에 대한 부조리를 국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념과 목표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 강하게 발신돼야 하는데 스가 수상에게는 그게 결여되었었다.

약 8년 동안 아베정권에서 역대 최장의 관방장관을 역임하면서 때로는 아베 수상을 능가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여 2인자로서의 자리를 굳혀 왔었다. 작년 9월 아베 수상의 돌발적인 사임으로 예상치 않았던 수상에 취임한 그는 관방장관 때의 노련한 정치력과 위압적인 권위들이 하나 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관방장관 때는 날마다 여는 기자회견에서 짤막한 보고와 몇 마디 응답으로 끝나면 되었지만 수상으로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설명 안건에 따라 변하는 얼굴 표정과 여유로운 언어 구사, 제스처 하나하나가 모두 국민을 설득 시킬 수 있는 정보 발신의 원동력이 되는데 스가 수상에게는 그게 없었다.

태어난 천성과 성격이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스가 수상에게서는 어쩔 수 없다면서 선의적 체념 속에 처음에는 실력의 수상 취임이라고 많은 지지를 하고 성원을 보냈었다. 그렇게 하면서도 이해하고 지지를 해왔지만 언제나 무표정 속에서 긴장감을 찾을 수 없는 스가 수상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국민들은 짜증의 피로가 축적되고 있었다.

그런데다 히로시마 피폭 기념식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의 원고 낭독을 넘겨 읽어버리고 단순한 기자회견에서도 매모를 보면서 임하고 때로는 질문 기자를 불쾌한 표정으로 노골적으로 노려보는 등, TV를 시청하는 국민들이 오히려 불쾌할 정도였다.

올림픽 개최 성공과 함께 편승해서 코로나 왁진 접종을 스피트화 해서 9월 말로 다가오는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여 재선을 한다. 그리고 10월 말에 임기만료인 국회의원(중의원) 선거를 해산 아니면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더라도 승리하여 재집권을 한다는 것이 스가 수상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성공은 올림픽에 한정되었으며 날로 확대되는 코로나19의 억제는 한계로 치닫고 있으며, 단독 출마설이 지배적이던 총재 선거가 여기저기서 스스로 입후보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명적인 것은 스가 수상의 텃밭인 요코하마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내각 출신 각료가 시장 선거에 나왔다가 8월 22일 야당에게 패배했다.

선거 응원 유세는 직접 가서 안했지만 비서가 현지에서 전단지까지 배부하는 적극성을 보였으나 지고 말았다. 스가 수상의 체면과 위상은 물론 리더십이 동시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스가 수상의 밑에서 실시된다면 참패는 뻔한 일이라고 9월의 총재 선거 때는 대반란이 일어날지 모른다.

수상 취임 후, 만 1년이 되어서 총재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총재 선거도 불투명한 상태로 돌입하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방관할 수 없다. 아베 수상에 이어서 그의 정책을 답습하고 지지한다면서 한일정상회담을 의식적으로 피해 오고 있었던 스가 수상이다. 그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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