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칠씨, 월간 ‘心象’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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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칠씨, 월간 ‘心象’ 신인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1.08.23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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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깊은 관찰을 통한 정서적 교감이 독특한 향기를 느끼게 해"
시지 심상을 통해 등단한 최원철씨.
시지 심상을 통해 등단한 최원칠씨.

최원칠씨(아랑졸띠/섬 대표)가 ‘심상’ 상반기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벚꽃’, ‘첫사랑’ ‘감자꽃’, ‘연鳶’ 등 4편이다.

‘심상’ 신인상 심사위원인 박동규씨는 심사평에서 “‘벚꽃’을 비롯해 시편들은 잘 다듬어진 언어 구사를 통하여 사물과 인간의 교합을 교묘하게 창조하고 있다”며 “깊이 있는 소재 관찰을 통한 정서적 교감은 독특한 향기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첫사랑“에서 보여주는 사연의 고백은 서정적 자아의 설정이라는시의 특징을 통해 순수한 인간의 형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서정의 깊이와 시적 표현의 독창성을 통해 우리 시 세계에 큰 별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평했다.

최원철씨는 당선소감을 통해 “늦은 나이까지 가슴 깊은 곳에 포란(抱卵)한 채 언젠가 부화(孵化)의 날을 꿈꾸어 왔다”며 “심상(心象)을 통하여 등단이라는 넘치고 과분한 세례(洗禮)를 주셨으니 인연이 된 모든 분들께 누(累)가 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시작(詩作)에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최원철씨는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한라산문학동인으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당선작품]

<벚꽃>

개화하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면

이다지도 놀라움이 컸겠습니까

맨 몸으로 겨울을 견디고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꽃눈을 달고

붉은 유두처럼 봉긋 하더니

팝콘 터지듯 일제히 피어나는 기습에

어안이 벙벙 합니다

웬만하면 지나칠 무심한 시선들 마저

한동안 붙잡아 놓고 맙니다

한 낮 태양보다 강렬한

흰빛 성찬에

마음 둘 곳을 모릅니다

몸 둘 곳을 모르겠습니다

원치 않아도 불쑥 찾아 왔던 사랑처럼

가을에 떠났던 불귀의 옛사랑처럼

사랑이 피고, 지는

관조의 능력을 가졌다면

이토록 감당 못할 몸살이야 낫겠습니까

이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면 무턱대고

소심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겠습니까

그보다 먼저 피어났을 서늘한 가슴속에도

꽃 그림자 길게 남아 있음을

이제사 알게 되었습니다

잇몸 드러나게 환하게 웃던 날들이

두손 가지런히 내어 주셨던 그 순간이

찬란한 벚꽃 그늘속에 피어났음을

 

<첫사랑>

초등학교 4학년

경자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눈빛이 깊었지만

제일 약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까만 주름치마에 분홍색 누비저고리를 입곤 했는데요

길가 코스모스가 필 때는

흡사 그 아이가 피는 것만 같았습니다

치마에 까만 씨앗을 받아내는 모습에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였습니다

어느 봄날

동 트기도 전에 감나무 밑에 떨어진 노란 꽃을 주어

알알이 무명실에 꿰어 감꽃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등굣길에 애간장 녹이며 기다렸다가

얼른 그 아이의 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두 아이의 볼에 잠시

홍시가 피었습니다

건넨 뒤 도망치듯 뛰어 가는

녀석의 엉덩이에서 마른 풀잎 몇 개가 떨어졌습니다

겨울방학이 가까워질 무렵

경자는 전학을 갔고

환갑도 훨씬 넘긴 사내는

그것을 첫사랑이라 합니다

 

<감자꽃>

세미오름 숲길에서

앞서 가는 아내를 놀래킬 요량으로

삼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한참을 가다

그제사 기척 없음을 알아 챈

삼십육년 살이 아내는

큰 딸아이 이름으로 남편을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자 가던 길 돌아

혼비백산 총총 걸음으로

남편을 부르고 또 부르며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엔 핏기가 가시고

앞이 캄캄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장난이 심했구나 직감하며 나타나는 순간

아내는 놀라며 털썩 주저 앉더니

화난듯 반가운듯 남편을 빤히 쳐다보며

한없이 우는 것이었습니다

숲속 섬휘파람새도 따라 울었습니다

그녀를 달래며 집으로 가는 길에

감자꽃 하얗게 지고 있었습니다

 

<연鳶>

태어나기를 대숲 이었다

바람없는 날에도

스스로

바람 일고

썩고 비루한 세상엔

새벽처럼

서로 서걱대며

날을 세웠고

꼿꼿했던 장죽은

한번의 낫짓에

푸른 피를 토하며

시퍼런 죽창이 되었다

눈물이 세상을 덮고

열혈이 강물처럼 흘러도

무념의 구름은 흘러가고

이제

얼레를 떠난 너를 축복 한다

가당치 않는 세상에서

 

지극히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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