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17) 교토국제학교의 소리 없는 함성
상태바
[김길호의 일본아리랑](17) 교토국제학교의 소리 없는 함성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8.30 0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계 교토국제학교, 제103회 전국여름고교 야구선수권대회 4강 진출
김길호 재일작가
김길호 재일작가

그것은 소리 없는 함성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관중만을 허용하고 응원 소리 금지 속에 열린 무관중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열렸던 일본 '103회 전국여름고교 야구선수권대회'였다.

한번만이 아니고 계속 네 번이나 일본 야구의 성지 고시엔에서 한국계 교토국제고교(교장 박경수)가 일본열도의 주목 속에 극적인 열전의 드라마를 전개했으니 터질 것 같던 함성을 참고 삼켜야 했다.

설마라면 대단히 실례 중에 실례이지만 국제고교가 4강까지의 진출은 아련한 꿈이었다. 설마 현실로서 우리들 앞에서 전개되어 그 아련한 꿈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실시간으로 보여 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사실이다.

남녀 전교생이 136명의 학교가 일본 전국 고교 야구 3603팀 중에, 교토부를 대표해서 3연승 속에 베스트 4강에 진입하고 준결승에서는 패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운 성적이다.

준결승에서 이긴 지벤학원(나라현)은 서울에 있는 한양공업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1975년부터 2018년까지 43년간 해마다 한국에 수학여행을 갔던 학교이다. 결승전은 같은 계열인 자매교 지벤와카야마와 시합을 했는데 9:2로 패배했다. 1918년도에는 양교와 또 다른 자매교 지벤학원 나라단과대학 학생 43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후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인해 위험하다고 해서 홋카이도로 변경했다.

교토국제고는 야구 시합의 성적도 그렇지만 또 하나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교가였다. 승리교를 축하하기 위해 울려퍼지는 교가가 한국어 교가였으며, 자막으로 일본어 가사가 소개되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 전문은 다음과 같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엣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야마토 땅은 오사카, 교토, 나라, 등을 중심으로 불리우는 관서(關西), 근기(近畿)지방을 일컫는데, 오랜 옛날 삼국시대 그 이전부터 한반도 선조들이 동해 바다를 건너와서 살았던 것을 의미한다. 일본어 자막에서 걸림돌이 된 것은 교가 속에 나오는 '동해'라는 명칭이었다.

일본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는 사실은 한국 국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명칭도 지금 한일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해라는 명칭을 학교 당국이 제출한 일본어 가사에는 '동쪽 바다(히가시노우미:)'로 번역되었었다.

필자는 이 번역이 절묘한 절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청소년의 고교야구대회 속에 명칭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 두더라도 한국어로 부를 때는 동해였으니 말이다. 이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전개되면 본말의 전도될 우려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시엔에서 우리 말 교가는 모두 네 번 울려퍼졌다. 첫 시합에서는 시합 중, 양쪽 학교의 학교를 소개하면서 교가도 소개한다. 그리고 그 시합에서 이긴 학교 교가를 시합 후 다시 부른다. 첫 시합에 이긴 후의 시합에는 학교 소개는 안하고 시합에 이긴 학교의 교가만을 나중에 부르고 있다.

한국 미디어들은 모두 네 번 교가가 울려퍼졌다면서 NHK TV에서도 나왔다고 한국에 전했는데, TVNHK만이 아니고 야구대회를 주최한 아사히TV도 중계했으니까 TV에서는 모두 여덟 번이나 울려나왔다.

교가 첫 가사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엣적 꿈자리/이지만 야구 출전 선수에는 한국 국적의 학생은 없고 모두 일본 선수들이다. 전교생의 비율은 64 정도로 일본 학생이 많다.

1999년에 창단된 동교의 야구부는 첫 연습경기에서 0:58이라는 대참패로 출발했지만 2016년도부터는 지역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여 2019년에는 춘계지역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교토의 야구 명문고로 알려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계 학교이면서도 출전 야구 선수 모두가 일본인이라는 부조리 속에 한국계 교토국제고교가 일본 전국대회에서 4강이라는 쾌거의 발돋움을 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영원히 교토국제고 출신이다.

도쿄올림픽과 지금 열리고 있는 패럴림픽의 테마 하나가 다양성이다. 올림픽과 패럴림픽만이 아니고 일본 고교야구에도 교토국제고의 활약으로 다양성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교토국제고 역시 일본인 재학생으로 인하여 학교 자체도 다양석을 보여 주고 있다.

무관중 시합으로 재일동포가 가장 밀집된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시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맞물려서 아깝게도 힘찬 응원의 소리는 보낼 수 없었지만 소리 없는 함성이 가슴 속에 메아리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