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밭의 詩
창원 북면 단감밭에서 시인의 감(感)을 딴다
빛깔 곱고 제일 큰 것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자연의 당도를 훔치고픈
간절한 열망이다
다디단 감의 감정을 독파한 새들이
콕콕 쫀 가을 문장 크게 한 입 베어 먹는다
좀처럼 오지 않던 은유
한 광주리로 와 있다
(임성구, ‘과수밭의 詩’, 전문)
‘드러나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기라도 하듯 아직은 설익은 듯 하지만 그 속살만은 이미 한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 제법 붉은 빛이 도는 이 계절 저 귤처럼. 자연의 당도를 훔치고픈 간절한 열망 때문에 다디단 감(感)의 감정을 독파한 새가 콕콕 쫀 가을 문장을 크게 한 입 베어 먹듯, 때론 좀처럼 오지 않는 은유를 단숨에 훔치고도 싶었을.
얼마나 오랜 시간 담금질한 결과물이었을까요. 설움 백만, 낙망 천만, 화해 억만, 용서 또 억만…… 그러고 보면 결국 ‘詩’란 드러낼 수 없었던 저런 감정들이 익혀낸 결과물이 아닐지.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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