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9) 한일 양국의 선거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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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9) 한일 양국의 선거열풍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9.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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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선거 열풍
재일작가 김길호씨
재일작가 김길호씨

태풍 '찬투'가 한반도 부근을 향해 북상 중에 있다.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오키나와를 거쳐 12시 방향으로 곧장 올라가면 제주도를 지나 한반도가 태풍의 중심권이 되고 만다. 일기예보 기상도를 보면 제주도는 망망대해에 가냘프게 떠 있어서 무척 안쓰럽다. 찬투는 다행히도 북상 중에 3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일본열도로 진입로가 바뀌고 있다. 태풍 찬투의 영향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아늑한 추석맞이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 발생적인 태풍은 태평양에서 북상하지만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지금 불고 있는 선거 열풍은 인위적으로 국내에서 일어나는 최대급 열풍이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각 당에서 넘쳐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만의 총재 선거이지만 일본열도를 달구고 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 당선자는 곧 일본 수상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같은 정당 속에서도 한 날의 동시 선거가 아닌 각 지역마다 투표 시일이 다른 한국의 대권 예비 후보 선거는 단시일에 끝나는 태풍이 아니다. 지속되는 한낮의 열풍처럼 한 계절만이 아니고 해까지 바뀐다. 일본의 자민당 총재 선거는 9월 17일 고시, 9월 29일 투표인 12일의 단기 결전 선거이다.

내년 3월이 되어서야 최종장을 맞이하는 한국의 대권 선거는 문재인 보유국 계승과 보수 타파를 위해서 20년 집권이 필요하다는 망상의 더불어민주당과 지리멸멸 자멸했던 보수 정당의 재생을 위한 국민의힘과의 생사 결전이다. 지금은 자당(自黨)의 컵 속의 싸움이지만, 겨울의 문턱에서는 당을 대표하는 대권 주자로서 한풍을 메가톤급 열풍으로 몰아가는 대권의 고지 탈환전이 계속 전개될 것이다.

한일 양국의 선거전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클로즈업되는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선거전에서는 정책 비전의 대결 이전에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지향하는 이념과 목표가 같은 동지로서 뭉쳐진 당내에서도 정책에 대한 찬반보다 상대방의 흠집 잡기에 돋보기 안경도 모자라서 현미경까지 동원되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당 관계없이 날마다 정책 이전에 서로가 상대를 헐뜯는 흠집과는 달리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원장까지 개입된 검찰의 권모술수 음모론이 용수철처럼 갑자기 튀어나와서 진실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고국의 개탄스러운 대권 예비 후보 선거전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일본의 선거전이 깨끗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일본은 자민당 총재 후보로서 3명이 정식으로 기자 회견을 갖고 입후보 표명을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64) 전 외무대신·자민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60) 전 정조회장·총무대신, 고노 다로(河野 太郞·58) 전 외무·방위대신, 현 행정개혁담당대신이다. 앞으로 추천인 국회의원 20명을 확보하면 출마하겠다는 노다 세이코(野田 聖子·61) 전 우정대신,현 간사장 대행이다.

그들은 출마 표명과 함께 정책 발표 후에 상대방 후보 깎아내리기 발언은 거의 없다. 그 대신 그들이 총재가 되어 일본 수상이 되어 권력을 잡아도 숙명의 약점이 있다. 일본 특유의 파벌 정치의 논리이다. 같은 당내에 각 파벌 영수가 있어서 권력의 줄다리기가 전개된다. 정책론보다 이길 승산이 있는 후보자에게 추파를 보내고 주도한다.

각 파벌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밀어주고 그 대가로 각료나 당 요직을 배분받는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양상이 달라졌다. 파벌 영수인 기시다 후보자는 파벌의 전면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고노 후보자는 재무대신인 아소 다로의 파벌에 속해 있지만 그에 대한 비난도 있어서 전면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아소 다로 파벌은 고노, 기시다 후보를 지원한다는 결론 속에 자주 투표를 결정했다.

다카이치 후보자는 호소다 파벌(아베 전 수상 파벌)에 속했었지만 탈퇴하여 현재 무 파벌이다. 하지만 아베 전 수상의 지원을 받으면서 20명 국회의원 추천인을 확보하고 출마 선언을 했다. 여성 정치가이면서도 보수성이 제일 강해서 수상이 되더라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다. 노다 세이코 의원은 무 파벌이어서 20명 추천인 모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민당에는 7개 파벌과 1개 그룹, 그리고 무 파벌이 있는데 기시다 파벌 이외는 파벌의 구속력을 배제하고 자유 투표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구속력을 강요했다가 파벌의 분열을 가져올 위기감 때문이었다. 비록 파벌의 구속력은 해제됐지만 파벌 영수의 힘은 막강하다.

그 힘을 이용해서 총재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자를 지지하고 킹메이커로 군림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예측 불가능한 총재 선거도 드물었다. 일년 전에는 무 파벌이지만 스가 수상에 대한 각 파벌의 압도적 지지 속에 압승을 했었다. 최장수 관방대신으로 실력파 정치가인 줄 알았던 그의 실력은 관료의 인사권 남용에 의한 독재자였으며, 자신의 의사마저 제대로 발신 못하는 인물이었다는 허상이 드러났다.

정치 기반이 약한 2,3기 국회의원(중의원)들은 10월에 임기 만료인 국회의원 선거에 스가 수상으로서는 낙선의 위기를 면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수상 교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기시다 후보자였다. 자민당 임원 임기는 1년이고, 연임 3년 이상은 할 수 없다는 총재 출마 회견에서 정책으로서 선언했다.

1년 전, 어느 파벌보다 먼저 스가 수상 후보를 지지한 것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었다. 이 논공행상으로 4년간 간사장을 맡았던 요직을 다시 맡게 되었다. 그의 권력은 스가 수상을 넘는 킹메이커가 되었으며 그의 목에다 방울을 달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임원 임기는 3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시다 후보자의 정책은 목의 방울이 되었으며, 니카이 간사장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장이었다.

스가 수상 재선을 호언했던 니카이 간사장을 비롯한 아베 전 수상도 지지하여 재선으로 기울던 총재 선거가 이 한마디에 자민당만이 아니고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다급한 스가 수상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총재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인사 쇄신을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스가 수상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임기 속에 인사를 감행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총재선에서 불리하니까, 총재선거 이전에 국회해산안까지 들고 나오니 아베 전 수상을 비롯해서 측근들까지 그 폭거를 제지했다. 결국 그는 코로나 방역에 전념하겠다는 초등학교 어린 애도 납득 못할 변명으로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스가 수상의 불출마로 기세등등하던 기시다 후보자의 신선한 공약은 퇴색되고 말았으며 2,3기 초기 국회의원과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아서 총재 출마를 호시탐탐 노리던 고노 다로가 입후보를 선언했다. 그는 입후보 출마를 저울질하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거당체제를 위해 지원을 요청했다.

20명 의원의 파벌 영수이면서도 국회의원에게는 인기가 없었지만, 자민당 당원과 국민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원 약속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고 고노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의원 383표, 당원, 당우(黨友)표 383표 합계 766표로서 과반수 확보자가 없을 경우는 1,2위가 결선 투표를 하게 된다. 고노 후보 진영에서는 이시바 의원의 지원을 얻고 2차 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이길 전략을 짜고 있다.

고노 다로는 자민당의 전 관방장관으로 1993년 8월 위안부 문제로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의 장남이다. 부친의 한국에 대한 리버럴적인 역사인식과는 다른 강한 보수성을 띠고 있는가 하면, <탈원전>, <여계 천황제> 찬성 등 자민당 정책에 상반되는 주장도 해서 내부에서는 이단아라고 불리우고 있다. 총재선에서 이러한 주장은 봉인하고 있지만 자민당 파벌 영수들의 전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가톤급의 한일 양국의 정치 열풍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는지 예측 불능 속에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지금 회오리바람처럼 맴돌고 있다.

9월 10일 주오사카한국총영사관(공관장 조성렬 총영사)에서는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위해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정식으로 설치되었다. 필자도 1표의 권리 행사를 반드시 실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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