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일엔 물질 간다
토요일은 반공일半空日,
안경 대신 수경 쓰는 날
칠·팔순 이미 넘긴 테왁 무리에 나도 섞여
단단한 납덩이 시간 파도에 묶어 본다
육지 날씬 상관 마라
바당만 맑으면 된다
내 동생 학비마저 내어주는 바다 한 켠
점심을 거른 낮달이 숨비소리 토한다
눈 들면 고향 바다
해군기지 깃발들
새별코지 끝자락에 테왁들 어디 갔나
일강정 구럼비 바위, 그 바위는 어디 갔나
꺄르르르 까르르르
봄 바다 저 윤슬아
하얀 교복 칼라 하얀 물소중이
중년의 아주망 되어 서성이는 붉은발말똥게
(조영자, ‘반공일엔 물질간다’, 전문)
떠나 있었어도 바다는 바다. 어른어른 어른어른 눈 뜨고 눈 감아도 그런 그 고향 바다가 오늘은 뭐가 그리도 불편한지 평소와는 많이 다른 눈치다. 그러고 보니 새별코지 꽃처럼 피던 태왁도 든든하기 이를 데 없기가 알 동네 삼촌 같았던 구럼비 바위도 모두 다 어디로 갔는지 그 그림자조차도 찾아 볼 수가 없고. 해서, 파도도 묶는다는 단단한 저 납덩이의 시간, 반은 일하고 반은 쉰다는 그 말마따나 반은 민간 항으로 나머지 반은 군사기지가 되어. 그런데 무슨 일일까? 간만에 저 붉은발말똥개, 정작 들어가려던 물에도 못 들고 하염없이 목전의 바다만 서성이고 있으니…… (시인 송인영)
저작권자 © 제주경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