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71)반공일엔 물질 간다(조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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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71)반공일엔 물질 간다(조영자)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9.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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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일엔 물질 간다

토요일은 반공일半空日,

안경 대신 수경 쓰는 날

·팔순 이미 넘긴 테왁 무리에 나도 섞여

단단한 납덩이 시간 파도에 묶어 본다

육지 날씬 상관 마라

바당만 맑으면 된다

내 동생 학비마저 내어주는 바다 한 켠

점심을 거른 낮달이 숨비소리 토한다

눈 들면 고향 바다

해군기지 깃발들

새별코지 끝자락에 테왁들 어디 갔나

일강정 구럼비 바위, 그 바위는 어디 갔나

꺄르르르 까르르르

봄 바다 저 윤슬아

하얀 교복 칼라 하얀 물소중이

중년의 아주망 되어 서성이는 붉은발말똥게

                                (조영자, ‘반공일엔 물질간다’,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떠나 있었어도 바다는 바다. 어른어른 어른어른 눈 뜨고 눈 감아도 그런 그 고향 바다가 오늘은 뭐가 그리도 불편한지 평소와는 많이 다른 눈치다. 그러고 보니 새별코지 꽃처럼 피던 태왁도 든든하기 이를 데 없기가 알 동네 삼촌 같았던 구럼비 바위도 모두 다 어디로 갔는지 그 그림자조차도 찾아 볼 수가 없고. 해서, 파도도 묶는다는 단단한 저 납덩이의 시간, 반은 일하고 반은 쉰다는 그 말마따나 반은 민간 항으로 나머지 반은 군사기지가 되어. 그런데 무슨 일일까? 간만에 저 붉은발말똥개, 정작 들어가려던 물에도 못 들고 하염없이 목전의 바다만 서성이고 있으니……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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