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2) 오사카 한국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기념식
상태바
[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2) 오사카 한국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기념식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0.07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사카 한국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기념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개천절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기념하는 날로서, 올해로 4354주년을 맞이합니다. 반만년 전에 세워진 고조선은 이미 「8조금법」이라는 법률을 갖추고 있었으며, ‘널리 세계를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건국이념으로 삼았습니다."

"지금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경제와 안보 영역으로까지 갈등이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일 양국 젊은이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대등한 파트너로서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한국의 젊은이들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전향적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성세대가 미래지향적으로 현재의 한일관계를 잘 관리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선린우호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10월 1일 저녁 6시부터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개최된 개천절 기념축하회에서, 금년봄에 새로 부임한 조성렬 (趙成烈)총영사 인사말의 일부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한일 양국은 물론 각국의 총영사 인사들만으로 한정된 초대객 약 250명이 참석한 기념식이었다.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이 1일 오사카 오타니호텔에서  제4354주년 개천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한일양국과 각국의 총영사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조성열 총영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이 1일 오사카 오타니호텔에서 제4354주년 개천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한일양국과 각국의 총영사들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조성열 총영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초대객 이외에도 일반객들도 자유롭게 참석하는 입석 축하회를 가져서 대성황을 이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지정 좌석을 정하고 자리 이동과 명함 교환 등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 오래간만에 만나는 자리여서 반갑고 활기 넘치는 축하회였다.

내빈을 대표하여 이시카와 히로다카(石川 搏崇·참의원의원)) 공명당 오사카부 본부대표, 에지마 고지(江島 宏治) 시가현(滋賀縣) 부지사(미카쓰기 다이조:三日月 大造 시가현지사 축사 대독), 이원철(李元徹·민단오사카본부단장) 한국민단근기지방협의회회장, 야마모토 죠다(山本 条太) 외무성관서(關西)특명정권대사, 후루이치 다케시(古市 建. 일본생명보험오사카취제역부사장) 관서경제동우회대표간사의 축하 인사와 임범부(林範夫)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내년 2월에 실시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내빈 인사는 제각기 맡은 분야에서의 한일 교류와 공조를 강조했으며, 에지마 고지 시가현 부지사는 미카쓰기 다이조 지사 대독에서, 아메노모리 호슈(雨森 芳洲. 1668-1755)의 역사적 업적을 예를 들면서 한일 교류를 강조하여 신선했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에도(江戶)시대의 의사이며 유학자였고 외교관이었다.

아메노모리는 조선통신사 사절단이 제8회(1711년)와 제9회(1719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쓰시마(對馬島)에서 에도(현재 도쿄)까지 안내한 외교관이다. 조선통신사는 에도시대 조선문화 외교사절단으로 1618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 사이 12회나 일본을 방문했었다. 매회 450명에서 500명 정도의 사절단이 반년에서 1년 가까운 시일 속에 에도까지 왕래했었다.

아메노모리는 시가현 나가하마(長浜)시 다카쓰기쵸(高月町)에서 태어나 교토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에도에 상경해서 유학을 배웠다. 유학을 배운 인연으로 조선과 가까운 쓰시마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36세 때 부산으로 건너가 조선어를 배우고 사전까지 편찬했다. 이렇게 학자로서만이 아니고 외교관으로서도 조선과 일본의 우호 관계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의 묘소는 쓰시마에 있으나 고향 시가현 다카쓰기쵸에 '동아시아 교류하우스(아메노모리호슈암)'라는 자료관을 만들어 오늘의 한일우호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찾아갔을 때 '고향의 봄' 동요가 자료관에 은은하게 퍼져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이원철 회장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쿠노구의 코리아타운을 찾는 일본인들의 현황과 오사카시 중심지인 미나미구(南區)와 기타구(北區)에 한류의 이자카야(居酒屋:선술집)와 식당들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지역사회에서 한일 교류를 위한 지원과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이벤트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곳 간사이(關西)지방은 수도권인 간토(關東)지방에 버금가는 일본의 역사, 문화,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이 지역은 고대부터 한반도와 인적, 문화적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 곳이며, 에도시대에는 조선통신사가 머물던 한일교류의 공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많은 수의 재일동포가 간사이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간사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한일교류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살아 있는 교류, 협력의 현장입니다. 세대를 거쳐 정주해온 재일동포들이 다문화공생 사회의 한 측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나가야 할 소중한 공간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국경일인 개천절 행사는 의례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한일관계의 가능성을 재인식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한일이 협력하여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인류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은 조성렬 총영사 인사의 발췌문이다.

일본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기념 축하공연.(呂英華韓國傳統藝術院)
일본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 개천절 기념 축하공연.(呂英華韓國傳統藝術院)

작년까지 계속 3년간은 개천절 기념식 대신 한글날 기념식을 총영사관 주최로 개최했었다. 그 전까지는 물론 개천절 행사가 연중행사로 개최됐었다. 한글의 뛰어난 위대성과 문화적인 측면을 생각할 때, 한글날을 되새기는 것도 그런대로 큰 의미가 있지만 개천절 기념식을 중지하고 한글날 기념식을 개최하는 데에는 어딘가 위화감이 있었다.

한글을 위한 행사는 글짓기 등 일본 전국에 연중행사처럼 열리고 있다. 또 민단을 비롯하여 제단체 기관에서 한글강좌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어쩌면 한글날 기념식은 날마다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개천절은 어떠한가. 외국에 나온 정부 공관에서 개천절 행사를 주최하지 않으면 현지에 살고있는 동포는 물론 외국인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개천절은 한반도에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국가의 원점의 날이다. 역사의 시공을 초월한 확고한 국가관의 재정립 속에서 개천절 기념식 행사가 올해부터 부활된 상징적의미는 막대하다. 재일동포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개천절에 참석할 때와 한글날 기념식 때 참석할 때의 인식은 현저하게 다를 것이다.

해외동포들이 고국, 모국이라는 애절한 그리움의 표현은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도 불변의 연중행사로서 '국가의 날' 개천절 기념식은 지속되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