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7)신부님, 수녀님과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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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27)신부님, 수녀님과의 점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0.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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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수녀님과의 점심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오늘 아침은 이상하게도 도미니꼬 작은 성당 미사에 참례하고 싶었다. 야곱 신부님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도미니꼬 성당으로 갔는데 야곱신부님이 미사를 실제로 집전했다. 항상 점잖고 차분하고 명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이다.

그런데 신부님이 미사 드릴 때 보면 항상 코가 맹맹한 상태로 집전한다. 그래서 미사 끝에 왜 감기라도 걸렸느냐고 물어 보았다. 신부님은 아침에는 항상 한두 시간을 그렇다고 한다. 습관성 비염이라고 했다. 감기라면 내가 갖고 있는 감기약을 드리려고 했는데 감기는 아니라고 한다.

만리장성식당에서 도미니꼬 성당 야곱신부님과 수녀님 일행 초청 점심.
만리장성식당에서 도미니꼬 성당 야곱신부님과 수녀님 일행 초청 점심.

오늘 점심을 함께 하면 어떠냐고 물어 보았다. 지난번에 신부님께 신세진 것도 있고 해서다. 시간이 있다니 만리장성식당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수녀님도 함께 와도 좋다고 했더니, 수녀님은 그렇고 중국신부님이 와서 계시니 함께 오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얼마 전 비다우 성당에서 키가 조그만 곱상한 동양계 신부님이 영어로 미사를 집전했는데 그 분이 아닐까 추측되었다.

장성식당은 두어 번 가봤으나 차로만 갔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나서서 걸어 갔다. 신부님도 처음이라고 하니 먼저 가서 기다려야겠다. 도착해 보니 아직 오시지 않았다. 밖에서 20분 정도 기다리니 성당의 미니버스가 도착한다. 다섯 명이 내린다. 신부님 두 분과 수녀님, 여학생 차림의 여자 두 명이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그 둘은 예비수녀였다. 예상보다 세 분이 더 왔다.

지금까지 이 곳에서는 8달러짜리 세트 메뉴를 시켰었기 때문에, 오늘도 그 세트 메뉴를 주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말에는 세트메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메뉴판을 보니 모든 요리가 기본이 15달러다. 나는 두 신부님이 오신다고 해서 그에 맞는 점심 값을 준비해서 왔는데, 돈이 모자랄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원하는 대로 시키도록 했다. 15달러짜리 음식 5개에 5달러짜리 음식을 세 개 더 시켰다. 계산서를 보니 96달러다. 거의 예상치의 두 배였다.

이 식당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시설이나 종업원의 친절 등 모든 면에서 최상이다. 종업원은 모두 깔끔한 제복 차림으로 명찰을 붙이고 일한다. 어쨌든 신부 수녀님께 좋은 분위기와 음식을 제공했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야곱 신부님께 20달러를 빌렸다. 중국 신부님은 필리핀에서 2년간 근무했었고 이 곳에 부임한 지는 한 달밖에 안 된다. 요즘 테툼어 공부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오면서 마트에 들러 배추와 부추를 조금 샀다. 다시 김장을 해봐야겠다.

집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고구마 줄기
집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고구마 줄기

도깨비 방망이

올해 마지막 날이다. 지난 한 해를 잠시 되돌아본다. 딸 진솔이가 약혼했고 아들 동근이는 직장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듯하다. 나는 동티모르에서 일하고 집사람은 중국어 통역 관광 가이드로 또 문광해설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나도 이 곳에 오기 전에는 세계자연유산 해설사로 봉사활동을 했었다.

오늘은 조금 잔잔한 일들이 있었다. 아침에 미사에 갔는데 일요일 첫 미사가 7시에 있기 때문에 6시 45분경에 도착했다. 그런데 7시가 되어도 미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교회 회장과 집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했다. 계속 사람들은 신부님을 기다리면서 두리번거렸다. 30분이 지나서 신부님이 도착했다. 7시 40분에 미사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이 곳에서는 가끔씩 발생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김장을 했다. 어제 한나절 동안 1kg의 마늘을 깠다. 물론 전날부터 물에 불렸다가 의료용 장갑을 끼고 작업했다. 마늘을 김현진 선생이 주고 간 도깨비 방망이로 분쇄하니 믹서에서 처럼 아주 가늘게 깨끗이 갈렸다. 파, 부추도 잘게 썰고, 배추도 썰었다. 배추는 4시간 정도 소금을 쳐서 절였다. 고춧가루, 액젓과 물엿 비슷한 것도 넣어서 버무렸다. 저녁 때 조금 맛보니 괜찮아 보인다. 지난번 김장은 너무 짰었는데, 이번에는 소금을 적게 쳤으니 어떨는지 모르겠다.

저녁 식사로 참치찌개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스불이 왔다 갔다 한다. 결국 가스가 떨어졌다. 황당하다. 가스통을 교환한지 20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떨어지다니. 밖으로 나가 집사에게 말하고 가스통을 보여주었으나 해결이 안 된다. 가스, 전기, 수도세 등은 임대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주인 부부는 호주에 있는 딸네 집으로 여행을 갔다. 또 아파트 관리인인 주다이는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갔다. 결국 전자레인지에 다시 넣어서 익히니 먹을 만 했다. 이런 요리 방법도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최 선생님께 얘기했더니 자기도 서너 번 가스를 갈았는데 알고 보니 새 것을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스통들이 몇 개 있는데 쓰다 남은 가스통으로 교체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것은 며칠 쓰면 없어진다는 것이다.

보통 가스통은 6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하긴 아프리카 세네갈에 있을 땐 조그만 가스통을 한두 달에 한 번씩 갈아야 했다. 그 가스통을 두 손에 들고 낑낑대며 부띠끄(구멍가게)에 가서 교환해 사용했었다. 그 맹렬 무더운 더위에 땀은 줄줄 흐르고!

주인과 관리인이 모두 집을 비우게 되면 누군가에게 그들의 일을 대행해줄 사람을 정해 주고 가야하는데 그냥 모두 떠나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청소하는 아주머니도 벌써 일주일 째 쓰레기도 치우지 않고 계단 청소도 하지 않고 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다. 주인이 없으니 하인도 없어져 버린 격이다. 사실 우리 아파트도 아줌마가 자주 청소를 해 주는 조건인데, 우리 노인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방에 들어와서 지척대는 것이 귀찮아서 우리 스스로 하고 있다. 이웃방의 일본인 봉사단 아파트는 청소 아줌마가 정기적으로 대청소를 해주고 있다.

한국대학생봉사단 부채춤 공연
한국대학생봉사단 부채춤 공연

대학생(PAS) 봉사단-공연

새해 첫 날이다. 올해는 개띠 해다. 이 곳에는 개가 워낙 많아서 너무 자주 마주치는데, 그들과 불쾌하게 엮이지 않고 서로 평화롭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곳에서도 공휴일이다. 아마 전 세계의 휴일일 것이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또 학교로 나가봐야 될 것 같다.

아침 6시 30분 미사에 갔다. 30분 기다리니 7시에 미사가 시작되었다. 이 곳에서는 교회 행사를 알려주는 공고문이나 종이쪽지 하나 배부하지 않으니 도통 일정을 알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는 게시판에 일주일간의 일정을 붙여주면 잘 읽어 보고 참석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옛날 행사들을 잘 기억했다가 생활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찍 간 날은 기도, 명상하고, 모기, 파리와 씨름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도 한다.

오늘은 두 분의 신부님이 집전하고 복사도 10여명이다. 한국에서는 1월 1일은 성가정의 날로 의무 축일이다. 즉 반드시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날이다. 의무축일에는 부활절, 성탄절, 성모승천, 새해 첫날 미사가 있다.

성당에 다녀와서 카톡을 확인해 보니 한국에서 어제 PAS(태평양 아시아 협회 Pacific Asia Society) 청년 봉사단원들이 이 곳에 도착했고 오늘 학교를 방문한다고 했다.

버스는 일정한 시간에 운영되지 않고, 요일에 따라 날짜에 따라 운행된다. 특히 휴일, 공휴일 등에는 제멋대로 운행되고 운행 횟수도 많이 줄어든다. 오늘도 한참 기다려야 버스가 왔다. 학교에 가보니 대학생들은 미크롤렛 전세버스를 타고 막 도착하고 있었다.

한국어 교실에서 인솔단장인 이수옥 PAS 사무총장과 25명의 대학생, 그리고 한국어 교사들, 드와르테 교감 등이 함께 상견례를 하였다. 전국 400여개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여러 나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교감은 작년에는 소규모로 4, 5명이 왔다 갔다고 한다.

그 사이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작업할 벽화 내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결국, 학교 로고, 6개 학과 로고, 학교명 벽화 그리기와 병뚜껑을 이용한 한국과 동티모르 국기 붙여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에서 대학생들이 그려온 밑그림을 중심으로 분필로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그러나 금방 그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작업은 더 이상 어려워 보였다. 내일은 9시에 강당에서 Opening Ceremony를 하기로 했다. 태권도, 사물놀이, 궁중무 등이 있을 예정이다.

돌아와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가스가 안 들어오니 전자렌지에서 어제 끓여둔 찌개를 대충 데워 먹었다. 저녁은 역시 전자렌지에서 3분 카레를 데워서 먹으니 괜찮다. 가스 없이 한 일주일 보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오늘은 모든 가게, 관공서의 문이 닫혔다. 대 명절이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밤새 폭죽이 터졌다. 또 집집마다 대형 스피커에 음악을 틀어 놓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쨌든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일들이 잘 풀리고 행복하기를 빌어 본다. 나에게도 뜻 깊은 일들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권도, K-POP 공연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문밖으로 나가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20분 정도 기다렸으나 오지 않는다. 연말연시, 명절, 휴일 때는 또 비가 내리기만 해도 버스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베코라 성당에서의 미사는 못할 것 같아 걸어서 도미니꼬 성당으로 갔다. 빠른 걸음으로 가니 6시 34분이다. 아직 미사가 시작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걸어서 집으로 왔다.

출근하려고 나왔으나 한참 기다려야 버스가 왔다. 학교는 텅 비었다. 사람 흔적이 안 보인다. 오늘은 분기 활동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하다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오늘 8시에 한국 대학생들이 학교로 온다고 했으나 맞으러 나온 것이다. 그런데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동티모르 사람이 되었나 보다. 8시 20분이 지나니 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수옥 단장님이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학생들은 총연습을 하고 있다. 원래 9시에 Opening Ceremony를 하기고 되어 있었다. 이 행사를 담당하는 한국 선생님이 안 보인다. 통화도 안 된다. 한참 후에 통화가 됐는데 배탈이 나서 못 간다고 한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1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너무 초라한 개막식이 될 것 같아 30분 연기하기로 했다. 이무현 선생님 얘기로는 7, 80명이 오기로 되어있었다는데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게 잡았나 보다. 이 선생님도 늦게 왔는데 버스가 다니지 않아 늦었다고 한다.

한국대학생봉사단 태권도 시범
한국대학생봉사단 태권도 시범

개막식은 이 단장의 인사말, 교장의 축사가 있었고 선물교환, 한국 대학생들의 한국에서의 준비 과정을 담은 동영상 감상이 있었다. 2부 행사에서는 태권도 시범, 부채춤, K-Pop 공연이 있었다. 애국가 제창도 있었다. 벽화를 그릴 페인트가 도착하지 않아 벽화 작업은 미루고 학생 대상 태권도 교육이 있었다. 잠시 단장과 간부들이 내 방으로 와서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오늘은 돈보스코 기술학교에서 근무하는 이영대 자문과 부부와 점심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11시 30분에 학교를 나서서 버스 타고 끄마넥 식당으로 갔다. 우려했던 대로 오늘은 임시 휴일이다. 그러나 인근의 동방식당은 문을 열고 있다. 다행이다.

20여분 기다리니 화사한 푸른 빛 의상으로 차려입은 두 분이 보인다. 볶음 밥, 치킨, 야채 볶음 등으로 맛있는 점심을 들었다. 사모님은 세련미가 넘치는 예쁜 분이다. 사모님 얘기로는 이 곳에서 초청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항상 다른 분들을 집으로 수없이 초대하여 대접하기만 한 것 같다. 나도 처음 이곳에 와서 자문관들이 환영식이나 송별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서로 인사를 나눌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은 것에 조금 섭섭했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었다. 결국 이 자문관이 집으로 초대해 주어서 후한 대접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오늘 화제는 주로 나이 들어서 우리가 겪게 될 노후에 대한 것들이었다. 치매와 요양병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자문관의 어머니도 치매 4등급을 받아 지금 요양병원에 계시다고 한다. 나도 장모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 놓는다.

아시아태평양한국대학생봉사단 방문 환영식
아시아태평양한국대학생봉사단 방문 환영식

두 분의 얘기는 나중에 혼자되었을 때, 상태가 안 좋아지면 노양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이 자문관은 어머니를 노양병원에 위탁하면서 국가 부담금 말고도 1년에 개인 부담금이 1400만원 들었다고 한다. 또 병원을 방문할 때 마다 돌보는 사람, 또 간호사 등에도 적절히 인사를 해야 하니 부담하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했다.

서로 기쁜 마음으로 헤어지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날씨는 더웠으나 마음이 선선하고 확 트이는 시간이었다.

(2017년 12월 30일, 12월 31일, 2018년 1월 1일, 2018년 1월 2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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