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8) 자작 졸시 '이마자토' 등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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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8) 자작 졸시 '이마자토' 등 3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1.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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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졸시 이마자토 등 3편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한국은 날마다 3000명을 넘고 있는데, 일본은 100명 이내로 줄어들었다. 코로나 방역 모범국으로 세계의 이목을 받던 한국이 갑작스런 증가와, 이웃 나라 한국과 비교하면서 연일 만명을 넘어서 지탄받던 일본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미스터리를 전문가들도 자신 있게 설명을 못하고 있다.

오사카 이쿠노(生野)의 코리아타운은 코로나바이러스 증감에 관계없이 제4차 한류붐으로 방문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쓰루하시역을 시발점으로 속칭 "조선이치바(시장: 정식명칭은 미유키모리상점가이지만, 필자는 조선이치바라는 명칭을 좋아한다)"를 목표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압도적이다.

조선이치바에는 온수풀장이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주위에 살고있는 우리 동포가 많이 이용했었는데, 특히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도 많았었다. 어느 날 그분들이 풀장을 갔다 오다가 식당에 들렀었다.

 

풀장과 바다

 

오사카 이쿠노 한국식당에

온수 31도의 실내 풀장에 갔다 오다가

칠,팔십대 할머니 두 분이 들어왔다

 

생맥주 두 잔 주문하시는 할머니에게

오늘도 풀장에서 수영했느냐면서

대단하시다고 주인 아줌마가 인사했다

그게 사실이냐고

곱게 나이 드신 할머니들 그 나이에

그 수영이 부럽고 그 인생을 존경한다고

다른 자리 손님들이 맞장구친다

 

제주에서 공수(空輸)해온 자리물회 먹던 나는

그들 대화 속에

제주 할망바다에서 물질하는 할머니 해녀가

문득 떠올랐다

 

살아 있는 바다에서 넘실거리며

깊이 패인 주름살과 그을린 얼굴이

물안경에 비친 햇살에 눈부시게 빛나고

희열의 숨비소리가 물새 노래처럼

현해탄을 건너왔다.

조선이치바에서 동쪽으로 걸어가면 약 15분쯤 떨어진 곳에 이마자토(今里)라는 동네가 있다. 이곳은 유흥가로서 한국식당, 이자카야(居酒屋: 선술집), 스낵바, 카라오케(노래방), 룸살롱 카페 등이 진을 치고 있다. 거의가 해방 후, 일본에 건너온 동포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20여년 전, 버블시대에는 한국요정만 하더라도 10군데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조선이치바는 낮에 찾아드는 손님으로 북적거리지만 저녁 5시 이후, 가게가 문을 닫으면 상점가는 적막에 쌓여 오가는 사람들도 뜸해진다. 이와는 반대로 낮에는 뜸했던 이마자토는 저녁 때부터 네온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20여년 전, 버블시대에는 밤 12시 넘어서 귀가하는 취객들이 택시를 붙잡지 못할 정도로 흥청거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류붐이라지만 이 거리만은 그 당시 호황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네온들은 변함이 없다.

 

이마자토(今里)

 

사금파리

땅빼기처럼

요에 싼 애기 오줌처럼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집들이

우리 식과 일본 식들이

비빔밥처럼 버무러져서

이쿠노 이마자토 동네에 퍼지고 있다

 

김치 팔고 술 팔고

가슴 아픈 사랑까지 파는

이마자토

우리 말 모르는 일본 사람들은

쨍쩅한 한낮의 잿빛 거리에

주눅들다가

밤에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휘황한 네온들을

쳐다보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도 모를 또 하나의 자신과 공생하고 있다. 그것이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자신이 컨트롤을 못하는 또 하나의 나이다. 결코 극단적인 이중 성격이나 이중 인격자라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가 일상 중에 갖고 있는 무의식 중의 자신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도 그렇다.

숙명처럼 공생하는

나 속의 나를 찾기 위해

종합병원에 들어왔습니다

 

더불어 살면서 나를 파괴하는 나와

또 다른 나를 알고 싶어서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잘 안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코 표면적인 나만이 아니고

내 마음까지도 잘 안다고 합니다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느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잘 알 수 있을까 하고

그러한 나를 알아보기 위해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거울 저편에도 역시

나 자신을 잘 모르는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거울 속의 나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빛 잃은 검은 눈동자가 힘없이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서 슬며시 피하고

얼굴에서 가슴으로 시선을내렸습니다

엑스레이처럼 투명한 몸과 마음을

조감도 보듯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피에로처럼

나와 똑 같은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나도 모르는 박제된 내가

만화경처럼 퍼져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른 나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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