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0)미사로 끝마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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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0)미사로 끝마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2.0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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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로 끝마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폐막식이 있는 날이다. 9시 30분에 신입생들은 질서 정연하게 학과별로 대강당에 모였다. 이미 중앙 무대 위에 미사를 집행하기 위한 제대가 크고 성스럽게 마련되어 있었다. 강당 입구에는 봉헌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 바나나, 파파야, 사과, 망고 등 온갖 과일들이 바구니 마다 풍성하게 담겨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제대 오른 쪽에는 30여명의 학생들이 성가 연습을 하고 있다.

교감이 교장실로 가보라고 해서 가보니 바로 도미니꼬 수도회 주임신부와 중국신부 Pius, 원장수녀님 Patima, 또 낯선 수녀님 한 분이 와 계셨다. 주임 신부와는 지난번에 인사를 나누었었고 또 중국

미사로 끝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미사로 끝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신부와는 식사도 했었기 때문에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잠시 후에 강당으로 가서 미사를 했다. 대강당은 신입생만으로도 가득 찼다. 스페인 주임 신부는 이곳에 오래 계셨는지 테툼어가 유창하다. 미사도 기쁘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신입생 전체가 가톨릭 신자였다. 왜냐하면 성체를 모시지 않거나 예식을 따라하지 않은 학생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완전한 가톨릭 국가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사이에는 종교적 문제로 다툼이 없으니 우정과 화합의 교육 공동체가 자연히 구성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주일간의 고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동티모르 최고의 기술학교에 들어왔다는 자부심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어 보였다. 오리엔테이션을 대미사로 마무리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의 있고 기쁜 행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사가 끝나고 교장실에 다시 모여 학교 현황과 발전 계획, 특히 코이카의 지원 상황과 계획 등을 설명했다. 신부님 일행은 아이들이 봉헌했던 과일 바구니만 들고 떠났다.

신부님 일행이 떠나고 다시 강당으로 가자고 한다. 앞쪽 대형 탁상 위에 샴페인 20병과 대형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폐막식이 진행되었다. 교장과 학생과장의 인사가 있었다. 신입생 대표, 교장, 교사들이 나와 케이크를 커팅했다. 교장이 케이크 조각을 신입생에게 먹여주었다. 이어서 샴페인도 터트려 학생에게 교장이 한잔 따라 주고 함께 마신다. 이어서 뷔페식으로 세 곳에 차려진 음식 진열대에서 서로 음식을 가져다 나눠 들었다. 거의 30여 종의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나나 튀김, 찐 감자, 치킨, 돼지고기, 쇠고기, 해초 등이었다. 모든 신입생, 재학생, 외빈들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2시 가까이 돼서 나는 도미니꼬 고아원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 귀가해야 했다. 한인 교회에서 장학금 전달을 할 예정이다. 2000달러를 전달하게 된다. 이 금액은 35명의 초, 중, 고 학생들과 3, 4명의 대학생들의 1년 학비에 해당된다. 파티마 원장 수녀님이 대표로 수령하고 과자와 음료수를 대접 받았다. 기념 촬영도 했다. 다시 학교에 가야해서 금교건 회장님께 우리학교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했다. 금 사장님도 학교장에게 부탁할 일도 있고 하니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한다.

교장실에서 인사를 했다. 금 사장님은 사실 우리학교 리모델링을 할 때 입찰을 했는데 차점차로 탈락했었다는 얘기를 한다. 지금 시공한 학교 시설이 보수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금 사장이 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장님은 앞으로 전기나 에어컨, 그 밖에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집에 도착하니 4시가 되었다. 오면서 가져온 뷔페 음식 잔반을 가져다 땡칠이 가족에게 주니 너무 잘 먹는다. 오늘 바쁘지만 기쁜 날이었다.

백단목을 심으며
백단목을 심으며

백단목 묘목 구입

9시 영어미사에 참례했다. 도미니꼬 고아원 여학생들이 전례를 담당했다. 그들이 주로 담당한 전례는 신자들의 기도와 성가다. 이 곳에는 성가 책이 없다. 어떤 아이들은 공책에 가사를 쓰고 음의 높낮이를 숫자로 써서 보며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 초등학교부터 대학생까지 40여명의 여학생들이 모두 암기해서 부른다. 화음이 아주 아름답다. 천상의 목소리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마당으로 나오니 몇몇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도 하고 악수도 청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내 손을 그들의 이마에 갖다 대고 친구도 한다.

귀가 길에 리따 냉동 마트에 들러 돼지고기, 양파, 마늘을 14달러 주고 샀다. 물건 값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싸다. 그런데 진작 사려고 했던 계란은 보이지 않는다. 오는 길에 길가에서 양배추 한 통과 바나나 한 손을 샀다. 3달러 지불했다. 급히 집에 와서 고픈 배를 채우러 바나나 두 개를 먹었다.

11시에는 교장, 교감과 함께 백단목인 산달우드 묘목을 구입하러 가기로 했었다. 10여 분 늦게 교장 오토바이에 교감이 함께 타고 왔다. 나와 교감은 버스로 교장은 오토바이로 출발했다. 가는 곳은 UN House 근처인데 여러 골목을 지나서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보니 큰 백단목이 서너 그루 서있다. 밑동 폭이 10센티 정도다. 그런데 백단목은 모두 포루투갈 등에서 베어가 버려서 이 정도의 백단목도 딜리에는 없다고 한다. 사진으로 남기고 나서 묘목을 보니 겨우 잎이 두세 개 나온 것들이었다. 다른 곳도 가보기로 했다. 우선 교장이 나를 태우고 가고 다시 돌아와서 교감을 태우고 왔다. 기다리는 사이에 길 옆 웅덩이에 카사바 같은 연 잎 같은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 옆에 있는 쓰레기 비닐봉지에 두세 개 뽑아서 담았다. 집에서 키워보면 관상용으로 좋을 것 같았다.

교장 교감이 와서 함께 인근의 묘목 집으로 갔다. 여러 인가 중에 약간의 공터에 묘목들을 키우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서글서글하다. 아마 교장과 친한가 보다. 이 곳에도 조금 큰 묘목이 겨우 두 개 있는데 부실해 보인다. 다른 곳으로 안내해서 가보니 10센티 정도의 묘목이 5개 있었다. 일곱 개의 묘목을 모두 구입하기로 했다. 큰 것은 10달러 작은 것은 5달러다. 4월이 돼야 묘목들이 많이 나오고 지금은 귀하다고 한다. 나중에 묘목을 더 구입하기로 하고 돈은 추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오면서 보니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비다우 성당에서 왼쪽으로 쭉 들어간 지점이었다. 어쨌든 PAS학생들이 마지막 송별식 때 사용할 행사용 백단목을 구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곳에서도 큰 백단목 가지에서 잎 몇 개를 따서 수첩 사이에 끼워 두었다.

백단목은 히브리어로 ‘알무김’이다. 학명은 ‘Pterocarpus santalinus L’이다. 박달나무, 흑단과 거의 흡사한 나무이다. 줄기 안의 색이 자색에 가까워 자단으로 불린다. 세 나무 모두 고가에 거래되며, 조직이 조밀하고 단단하여 특수한 용도로 사용된다. 자단(紫檀)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약간 다른 나무로 알려져 있다. 백단목은 나무 중심이 황토색에 가깝지만 자단은 자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의 특성이나 성향은 매우 비슷하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때 사용한 나무라도 전해진다. 계단이나 수금 등의 악기를 만들 때 사용된다. 두로와 히람이 오빌에서 수입한 것을 솔로몬이 구입해 가져와 성전을 지었다고 한다.

백단목에 대한 얘기를 SNS에 올렸더니 제주도 친구가 백단목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포루투갈 등 서양에서 성전의 제단과 가구들을 이 백단목으로 만들어 사용했었다고 한다. 실제 백단목 가구라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신입생들에 부채춤 공연을 보여주다
신입생들에 부채춤 공연을 보여주다

부채춤

오늘은 8시 30분에 신입생들을 위한 PAS 공연이 있었다. 학교에서 전에 PAS학생들이 했었던 공연을 신입생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 해서 재차 부탁하여 성사된 것이다. 신입생만으로도 강당이 가득 찼다. 재학생들은 뒤쪽에서 서서 관람하였다.

태권도는 송판이 없어서 격파할 수 없어서 지난번 보다 재미가 덜했다. 그러나 발차기, 품새, 앞지르기 등 젊은 학생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부채춤이다. 전보다 더 화려하고 우아하게 차려입고 춤을 추었다. 그 사이에 또 몇 번의 연습과 공연이 있어서 아주 훌륭한 자태와 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치 선녀들이 군무하는 느낌이었다.

K-Pop은 음악에 맞춰 다섯 곡을 율동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공연은 단원 전체가 ‘행복’에 대한 노래를 율동과 함께 제창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지난번 약속했던 대로 경비를 절약해서 모은 돈 400달러를 큰 팻말에 적어서 기증했다. 백단목 묘목 구입비로 기증한 것이다.

공연 후에 단장, 부단장, 학생대표 그리고 나도 함께 미리 파둔 구덩이에 백단목을 식수했다. 의미 있게 PAS 방문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10시가 지나서 이원호 경기기술과학대학교 교수가 방문했다. 베코라기술고등학교의 재건축, 발전 프로그램 구축, 교사연수, 기자재 확보 등에 큰 공헌을 했던 분이었다. 이번 방문은 현재 운영 현황도 보고 또 대학교와 MOU도 맺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2명의 우리학교 학생을 선발해서 보내면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하고, 그 후 4년간 대학생활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비의 50%는 한국 대학에서 부담하지만 50%는 교육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총 부담액이 1억 원 정도가 된다. 내일 교육부에서 총괄국장을 만나서 협의할 예정이다. 지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제한처럼 보였다.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신임 대사님을 맞으며

만디리 인도네시아 은행에서 일을 보고 은행 부근에서 근무하는 최규환 자문관의 경찰청인 PNTL(Political National Timor-Leste)에 들러보기로 했다. 은행에서 걸어서 5, 6분 거리다. 경찰청 정문에는 수위도 없다. 전에 설명 들은 대로 그의 사무실 근처에 이르렀는데 마침 정문 밖에서 최자문관이 들어서고 있다. 12시에서 2시 사이가 점심시간인데 집에 가서 점심을 들고 오후 출근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고 10여분 열기를 식혔다. 경찰청 입구에 있는 아주 작은 사무실인데 밖에서 사무실로 들어선 다음 다시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가야 자문관 사무실이다. 1.5평 정도인데 컴퓨터와 프린터, 작은 서류함 정도가 전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입구의 사무실에는 여자 경찰들이 근무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떠들고 외치고 해서 도저히 사무를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최자문관의 운영비로 방음 시설을 했는데 이 시설을 한 한국 업체가 깔끔히 마무리를 하지 않아 아직도 시끄럽다고 한다.

최자문관은 마침 오늘 새로 부임한 대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려고 내 방 문을 두드렸으나 사람이 없어 혼자 가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함께 문을 나섰다. 대사관까지는 택시로 3달러가 들었다. 대사님은 이친범이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정권 인수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큰 키에 성품이 서글서글해 보인다.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부임해서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벌써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나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우리 학교 학생 두 명이 한국 강남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이런 유학 지원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강남대학교와의 교류 사업은 전 대사님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성사되었다고 들었다. 두 번째 제안은 동티모르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의 숫자가 200여 명되는데 아직도 교민 조직이 없어서 교민의 안녕과 복지, 재외 교민의 위상과 대 정부 업무 추진 등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교민회를 조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세네갈에 있을 때는 규모가 비슷한데도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교민 연례회의, 체육대회, 야유회, 봉사활동, 교민대표 한국 파견 활동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곳에는 교민 조직이 없어 교민 활동은 대사관 주최 몇몇 행사에 참여하는 것 밖에 없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대사님은 운전기사에게 집까지 바래다주도록 배려해 주었다. 우리는 티모르 플라자까지 가서 내려서 10번 버스로 돌아왔다. 옷이 많이 젖어서 빨래를 하고 쉬었다.

(2018년 1월 13일, 1월 14일, 1월 15일, 1월 17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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