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연말연시 항공업계의 뜨거운 이슈가 바로 슬롯 이야기이다.

지난달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여부를 이르면 내년 1월 중 결정지을 계획이다. 양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항공운수권(슬롯) 중 일부를 정부에 반납하고 운임인상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라는 언론 보도가 그것이다.

매년 전 세계 교통량의 43%인 15억 명 이상의 승객이 200개 이상의 슬롯 조정 공항에서 출발하는데,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는 세계 공항 슬롯 가이드라인(WASG)을 제공함으로써

통일된 공항슬롯 운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IATA의 슬롯 가이드라인(제8차, 2013년 8월 발표)에 따르면, 공항슬롯이란 특정 일자와 시간에 레벨3 공항에 도착하거나 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반 공항시설의 사용계획 운영안에 대한 조정자의 허가를 가리킨다.(An airport slot (or ‘slot’) is a permission given by a coordinator for a planned operation to use the full range of airport infrastructure necessary to arrive or depart at a Level 3 airport on a specific date and time.)

※ 공항혼잡도에 따른 IATA의 공항레벨 분류 ( Level 1,2는 생략)

Level 3 : airports where capacity providers have not developed sufficient infrastructure, or where governments have imposed conditions that make it impossible to meet demand. A coordinator is appointed to allocate slots to airlines and other aircraft operators using or planning to use the airport as a means of managing available capacity.

3종 공항(Level 3) : 공항능력 대비 항공교통 흐름 등이 매우 혼잡하여 당해 공항에 도착 또는 출발 항공기를 운용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사전에 슬롯조정을 받아야 운항할 수 있는 공항이다. <출처: http://www.iata.org/policy/slots/Documents/wsg-5.pdf>

IATA에서 분류한 Level 3공항 중에서 영국 런던의 히드로공항, 중국 베이징공항, 싱가폴 창이공항, 대한민국 인천공항 등 혼잡한 공항인 경우에는 슬롯배정에 치열한 공방이 발생하며 특히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기득권을 주장하고 과도한 슬롯 확보를 통한 신규항공사 진입을 저지하려는 문제점이 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슬롯과 관련된 국제기준을 살펴보면 우선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는 국제항공운송매뉴얼(Doc 9626, Manual on the Regulation of International Air Transport)에 다음과 같은

원칙을 기술하였다.

⓵ slot에 대하여는 기득권(historical precedence or grandfather rights)이 주어진다.

⓶ 사용 또는 박탈 원칙(use or lose rule)으로 확보된 slot에 대하여 시즌당 80% 이하로

사용하게 되면 기득권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서 시즌 이라함은 하계절(4월-9월)과

동계절(10월-3월), 2시즌으로 운영함을 말함.

③ 항공사 간에는 무상으로 상호 slot 교환이 가능하다.

④ 유상교환(selling and buying slot) 방식으로 slot에 대한 구입, 판매, 임대를 허용한다.

⑤ 그러나 slot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으며, 다만 장기간의 사용권을 인정할 뿐이다.

슬롯은 항공사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이다.

잠깐, 여기서 항공사의 자산이라고 하는 슬롯을 지키기 위해 특이한 경우를 하나 소개하겠다.

BMed(British Mediterranean Airways)항공사 예를 살펴보면,

실제로 BMed(British Mediterranean Airways)항공사는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자회사였다가

영국항공(British Airways)에서 인수한 항공사이다.

2006년 10월, BMed 항공사의 비행기가 런던 히드로공항과 인근인 사우스웨일즈 카디프공항 구간(승용차로 3시간거리)을 국내선으로 운항하고 있었다.

이 항공사는 런던에서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구간의 국제선 정규편을 운영해 오던중, 운항중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런던 히드로공항은 201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선 승객이 이용한 공항이다. BMed의 타슈켄트행 항공편이 중단되자 다른 항공사들이 비어있는 이 슬롯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승객 최대 124명을 태울 수 있지만 실제로 탑승한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이, 그것도 단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에 6일 같은 시간에 몇 달간 영국 국내운항만 하였다고 한다. 빈 비행기를 운항하면서 이 항공사는 대략 2백만 파운드(약 30억 원)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해야 했지만 매출이 없더라도 이 운항을 멈추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슬롯(히드로공항 출발시간/도착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

영국항공에서 2012년에 BMed 항공사를 인수한 이유도 슬롯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닐까 판단

된다.

만일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이 되었을 시 양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항공운수권(슬롯)이 반납되어 제주항공 등 LCC(저비용항공사)로 자동 배분 될지는 미지수이다.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