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헌의 비행기이야기](34)슬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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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헌의 비행기이야기](34)슬롯2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1.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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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2
문영헌 사무국장
문영헌 사무국장

지난달 29일(2021.11.29.)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 항공사에 보낸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그리고 영국·호주·싱가폴 등 7개국의 승인을 전제로 양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의 슬롯 중 일정 기준의 슬롯을 반납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슬롯은 국가 간 항공협정을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다. 배분권은 국토교통부가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슬롯 점유율은 대한항공(24%), 아시아나항공(16%)이 총 40%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가 9%를 보유 중이다. 양사가 보유한 슬롯은 사실상 인천공항의 절반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롯(항공기 운항시각) 조정업무에 관한 지침(국토교통부 훈령 제242호, 2013.7.1 제정) 및 슬롯 조정업무 세부운영지침(서울지방항공청 훈령 제445호, 2016.7.28.)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데, 국내선 슬롯조정 업무는 서울지방항공청(스케줄협의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국내선의 슬롯조정 대상이 되는 공항은 제주, 김포, 김해공항이다. 그중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황금슬롯’으로 불리는 제주공항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수립 바탕에는 현 제주공항 활주로 관련 안전문제도 큰 현안이지만 제주공항의 슬롯문제가 국내선, 국제선 모두 다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7월에 개정된 항공기 운항시각 조정업무 세부운영지침에 언급된 인천공항·김포공항·제주공항 슬롯 현황은 아래와 같다.

* 인천공항 (활주로 3개) : 시간당 63회
* 김포공항 (활주로 2개) : 시간당 41회
* 제주공항 (활주로 2개) : 시간당 35회
그러나 꾸준히 활주로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인천공항은 2021년 6월부터 활주로 4개를 운영, 시간당 107회로 증가 되었다.

인천공항 4활주로와 주기장
인천공항 4활주로와 주기장

대한항공에서는 지난 21일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아직 밝혀진 내용은 없지만 조건부 승인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할 것이다.

사실 기업결합이 이루어지고 공정위의 요구대로 국내공항에 대한 대형항공사가 반납한 슬롯을 배분받을 항공사는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이다.
저비용항공사는 5시간 이내의 운항거리인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 위주로 운항하고 있다.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반납된 인천공항의 슬롯을 배분하게 될 때 중·장거리 노선에 대한 슬롯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저비용항공사에게 배분해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슬롯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미주나 유럽 등 외국공항에 배정된 자국 항공사의 슬롯은 자동적으로 사용치 못한 상태에서 외국항공사에게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려면 장거리용 비행기가 여러 대 필요하고 기종에 적합한 훈련된 조종사가 있어야 하며 서비스 거점, 기내식에 대한 네트워크 등 국내의 저비용항공사의 재무상황으로 고려해 볼 때 시기상조이다.
오히려 저비용항공사 측에서는 인천발 중국노선, 김포발 하네다(동경)노선·몽골노선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종과 인력으로 운항이 가능한 단거리 국제노선을 우선 확보하려 할 것이고 중·장거리노선의 슬롯은 반납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가 있다.

배분된 슬롯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반드시 변경신청을 하던지 반납을 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에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국토교통부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항공사에서는 기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슬롯은 출발지와 목적지의 시간대를 맞추어 서로 양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공항 또는 한쪽
공항의 슬롯만 조정한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내선(제주관련노선)을 예로 든다면, A 항공사가 내륙지방 공항에서 출발 시각을 관계기관으로부터 배정받아 취항계획을 세우더라도 제주공항의 도착시각에 맞추어 착륙할 수 있는 시간대가 비어 있어야만 슬롯이 해결되는 것이다. 때문에 한 번 배정 받은 슬롯은 반납하고 나면 필요시에 슬롯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번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 독과점으로 운임이 인상되는 것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하지만, 국내공항 슬롯의 반납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관점으로 그 기준에 걸맞게 조치가 되어야 하고, 기업에 대한 제재를 위한 조치보다는 국토교통부 및  해당 항공사와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1차 국내선, 2차 단거리 국제노선, 3차 중·장거리 국제노선 순으로 시간을 두고 융통성 있게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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