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4)교육부장·차관과의 협의회
상태바
[이영운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4)교육부장·차관과의 협의회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2.01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장·차관관과의 협의회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몹시 바쁜 날이었다. 미사 후에 학교로 갔다. 7시 30분 정도다. 오늘은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가 있어서 그냥 집에 있다가 회의에 참석할까 하다가 학교로 등교했다. 챙겨야 할 자료도 있고 해서다. 코이카 전경무 소장님께서 10시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해서 급히 몇 가지를 챙겨야 했다. 우선 이곳에서의 업무 추진 계획서를 인쇄했다. 또 영어교사 Felix에게 오늘 원고 번역비를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에 120달러를 준비하고 영수증도 출력해 두었다. 8시 20분에 Felix 선생이 보여서 사무실에서 돈도 주고 영수증도 받았다. 몹시 고마워한다. 알고 보니 그의 한 달 급료의 1/3에 해당되는 많은 금액이다. 급료가 적은 직원에게는 한 달치 급료에 해당된다.

교육부장관과 함께
교육부장관과 함께

교장과 교감에게 장관실에서 회의가 있다고 말하고 학교를 떠났다. 장관을 만나게 되는 만큼 우선 집으로 가서 정장을 차려 입고 오랜만에 구도도 닦아 신었다. 장관에게 선물할 제주 돌하르방 등을 챙기니 에코백이 묵직하다. 사무실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10시에 소장님 차로 교육부에 도착했다. 현관에서 기다리니 이친범 대사님이 도착한다. 10여 명의 카메라 기자들이 사진 촬영에 바쁘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장관과 두 차관 그리고 관계 국장 등이 미리 나와 있었다. 우리 쪽에서는 대사님, 소장님, 나와 통역이 배석했다. 장관과 대사님이 주로 얘기 하고 배석자들은 주로 듣는 형식이었다.

대사님은 베코라기술고등학교에서 유능한 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도록 지원할 것이고 현재 1000여명의 학생들을 3000명으로 늘려 기술 인력을 양성했으면 한다는 내용을 얘기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연수하여 한국으로 인력을 송출하는 교두보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장관은 우리학교 바로 인근에 브라질에서 설립한 기술학교도 있는데 그 곳도 아주 낡아서 한국에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한다.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바로 의견을 내기엔 적절치 않아보여서 듣기만 했다. 정원을 늘리면 교실도 최소 2배 이상 증축해야 하고 교사 인력도 증원해야 한다. 시설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대사님은 한국어 연수 교재가 교육부에 인쇄 위탁되어 있는데 아직 발간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발간을 주문했다. 이 인쇄소는 한국에서 짓고 시설을 완비하여 기증한 것인데 한국에서 인쇄비를 사전에 지불했는데도 교육부 장관의 결재가 없다며 아직 인쇄가 되지 않고 있다. 거의 7, 8개월 멈춰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사용할 교재다.

회의는 1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그런데 우리 대사님이 50분 정도 얘기하고 장관이 10분 정도 발언하는 정도였다. 누구의 요구로 이루어진 협의회 인지 모르겠으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절한 의견교환과 정보 공유가 필요해 보였다.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회의 끝에 기념 촬영이 있었다. 이때 장관이 대사님께 선물을 주었는데 우리는 준비한 것이 없었다. 마침 내가 준비한 제주 돌하르방을 대사님께 드려서 전달하도록 말씀드렸다. 대사님이 내가 직접 주라고 해서 내가 드렸다. 그리고 장관과 사진도 찍었다.

이친범 대사, 정경무 소장, 동티모르 교육부장관, 차관과 함께
이친범 대사, 정경무 소장, 동티모르 교육부장관, 차관 두 분과 함께

회의가 끝나고 시간 여유가 있어 사무실용 냉장고를 구입하기로 했다. 요즘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워낙 더운 곳이라 냉장고가 필요하고 또 몇 달 후 내가 떠나게 되면 모든 사무기기와 비품은 학교에 기증하면 된다. 혼자 가도 되지만 마침 검찰청에 근무하는 박형규 시니어 단원이 꼴베라 근처에 있기 때문에 연락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우선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버스 정류소 근처에서 이무현 선생님이 보여서 함께 가기로 했다. 박 선생님 사무실은 전에 2층에 있었는데 1층으로 이사와 있었다. 현장 활동비로 컴퓨터 연수실과 회의실이 새로 단장되어 있었다. 새 가구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15개 데스크 탑과 연수용 책상과 의자들이 준비되어 있고 같은 수의 노트북도 준비되어 있었다.

중간에 전화가 와서 조희영 봉사단원도 함께 베트남 국수집으로 갔다. 세트 메뉴가 9달러다. 국수와 만두 음료가 제공된다. 식사 후에 박 선생님과 냉장고 구매에 나섰다. 몇몇 가전제품 전시장을 살펴보고 전에 봐 두었던 LG 투도어 냉장고를 345달러에 구입했다. 학교까지 배달해 달라고 하니 기꺼이 응했다. 학교에 적절히 설치하고 돌아오면서 박 선생님 댁에서 차 한 잔 하게 되었다. 그런데 들어서다가 옆방에 거주하는 이주영 봉사단원을 보았다. 인사를 건넸더니 레몬차를 준비해서 나온다. 서로 붙은 옥탑방이어서 방음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이 선생이 어제 저녁 1시에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말한다. 12시 반까지 친구와 맥주를 마시다 보니 늦었다고 설명한다. 박 선생은 이미 설명했듯이 IT 전문가다. 그래서 많은 단원들이 컴퓨터 관련 업무에 도움을 받는다. 이주영 선생은 걸출한 외모에 성격이 밝고 따뜻하며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요즘은 무상으로 영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바쁘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노숙자의 적거지가 된 멈춰선 롯떼(LOTTE) 시계탑

어제는 두 차례 회의가 있었다. 아침엔 코이카 사무실에서 자문단 회의가 있었고 오후엔 대사관에서 시니어 단원 이상이 모이는 협의회 겸 만찬이 있었다. 코이카 사무실 자문단 회의에는 세 명의 자문단, 소장님, 강동현 코디네이터가 참석했다. 자문단만 모여서 협의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이어서 최규환, 이영대 자문관이 도착했다. 소장님과 업무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11시 40분이 되었다. 현재 추진 중인 업무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학교 운영에 대한 자문과 학교 발전 추진 계획 작성, 학교 시설 보수 요망 사항 등에 대한 진도 등을 설명했다.

강 코디는 업무추진비 진행 절차와 내용 등에 대한 변경 사항 등을 설명했다. 이제는 밥 한 끼를 먹어도 사전에 사무실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주말은 피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사무실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야간 통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중에 업무 관계자와 식사를 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자연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지 사정을 모르고 한국 본부에서 일률적인 지침을 내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또 갑자기 식사를 제공해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기는데 사전에 결재를 얻으라는 것은 무척 힘든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에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음료나 차들은 모두 개인 돈으로 지출했는데 이들은 예산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베코라기술고의 신입생 적응교육
베코라기술고의 신입생 적응교육

회의 끝에 한국식당 나리스에서 스테이크를 시켰다. 그런데 워낙 작은 크기에다가 반은 비계 덩어리다. 모두가 반도 먹어보지 못하고 포기했다. 참 대단한 식당이라고 서로 농담을 건넨다. 이곳에도 한인 식당이 두 개는 되어서 서로 경쟁해야 식단도 개발되고 서비스도 나아 질 텐데 한 곳 밖에 없어서 이러는 것 같다.

집에 와서 두어 시간 쉬다가 대사관에서 열리는 시니어 단원과 자문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택시를 세웠다. 가격이 3달러라고 하니 그냥 탔다. 정직한 기사 같다. 이렇게 비가 올 때는 3달러의 거리지만 6달러 10달러 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있어서 해변을 산책했다. 몇몇 도랑에서 엄청난 하수가 쏟아지고 있다. 이곳에는 하수구라고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하수구는 없다. 대부분 천정 없는 고랑 형 하수구다. 우리의 아주 옛날 노천 하수도와 같다. 몇몇 아이들이 하수가 쏟아지는 해안가에서 무엇인가 잡고 있다.

좀 쉬다 대사관으로 가보니 대사님과 박형규 단원, 김영실 단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 선생님은 여선생님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정년퇴직 후에 이곳에 와서 음악 지도를 하고 있다. 대사님이 우리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여서 학생 설명을 했다. 사실 이곳에서는 한 시간 정도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서 오는 학생은 없다. 조금 여유 있는 학생은 구내매점에서 튀김 등을 사먹는다. 대사님께 우리 학생들은 6, 7교시 수업을 하면서도 점심도 굶으며 열심히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조금 있으니 11명 모두가 모였다.

1층 식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식당에는 이미 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동그랑땡, 잡채, 새우튀김, 배추 겉절이 등이 나왔다. 무척 정성이 깃든 음식들이었다. 주방장 아주머니는 대사님과 친분이 많은 분으로 이곳으로 부임해 오면서 함께 왔다고 한다. 포도주, 맥주, 소주가 나왔다. 나는 포도주를 조금 마셨다. 취기가 들고 기분이 좋아졌다. 말 주변 좋은 이영사님이 좌중을 화기애애하게 이끈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이 곳 도심에 세워져 있는 Lotte 시계탑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나도 자주 이곳을 지나가지만 시계가 고장나서 멈춘 상태로 항상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밑에는 한 노숙자가 자기 집인양 적거지로 삼고 있다. 이 영사님 설명으로는 몇 년 전에 3000만원을 들여 고쳤으나 다시 고장났다고 한다. 롯데 본사에 알려서 고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롯데가 시계탑을 세울 때 롯데의 재원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국민 성금을 모아서 세웠기 때문에 롯데는 보수의 책임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계 부문을 없애고 지구의를 넣자. 형광 조명등을 설치하자. 새로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 전에 비용 계산을 해본 적이 있는데 1억 2000만원 정도 들것이다.

이것이 이 자리에서 아주 중요한 화제 거리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하려다 조금 을씨년스러워서 그만 두었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내가 제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학부형으로부터 100만원 지원을 받아 학교 시계들을 정비한 적이 있었다. 10여 곳에 전자시계를 설치했다. 모두 GPS로 작동되기 때문에 시간이 틀릴 수는 없었다. 또 코이카 사무실 현지 직원들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내용, 인터넷이 잘 안되어 업무처리를 못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태극기 훼손에 대한 내용도 얘기한다. 한 시니어 단원이 근무하는 학교에 태극기와 동티모르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태극기에 X자가 그려져 있어 다시 정성스럽게 지우고 그려 넣었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보니 또 태극기에 X자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대사님은 베코라기술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여 졸업생들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파견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사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검토되고 정책도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나는 오늘은 듣기만 하였다. 모임이 끝나고 대사관 차량으로 귀가했다. 우리 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 강화 등이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홀로 도는 선풍기

어제 감자를 쪄봤다. 집에 감자가 너무 많아서였다. 며칠 전 슈퍼에 감자를 사러 갔었다. 1Kg에 1.5달러다. 그런데 10kg 정도 되는 한 자루에 5달러다. 무겁지만 가격차가 많아서 한 번 구입해 봤다.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지만 들다가 어깨에 메다가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은 워낙 덥다 보니 벌써 순이 나기 시작한다. 감자를 쪄서 먹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찜통이 없으니 난감하다. 껍질을 벗기고 싹 난 곳을 도려내고 전자레인지에 앉혔다. 20분 정도 돌렸는데 안 익었다. 다시 20분 정도 돌리니 잘 익었다. 그러나 검은 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점들을 도려내고 먹어 보니 괜찮다. 모두 갖고 학교로 갔다. 선생님들이 출출하면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이무현 선생님은 아침을 잔뜩 먹고 와서 못 먹겠다고 한다. 커피를 대접했다. 조희영 선생님은 맛있게 드신다. 선생님들이 출근하면 우선 내 사무실에 들러 간식도 들고 차도 마신다. 오늘 등교하면서 빵을 10개 정도 사서 왔다. 점심으로 3개 정도면 되기 때문에 세 사람이 들기에 충분하다.

구내식당 점심 메뉴
구내식당 점심 메뉴

학교 구내식당을 살펴보니 문이 닫혀 있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제 퇴근하면서 안을 살펴보니 불은 켜져 있고 사람은 없고 선풍기가 혼자서 돌고 있었다. 불도 끄고 선풍기도 끄고 나왔다. 학교 구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돗물이 계속 흐르고 있고 전기가 켜져 있고 문은 물론 열려 있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관리자들이 수시로 잘 살피고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조금 무심해 보일 때가 너무 많다.

구내식당은 항상 열어 있어야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보다. 아쉬운 대로 우리도 점심 요기 거리를 구할 수 있고 생수도 살 수 있고 특히 배고픈 아이들이 먹거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도 점심은 항상 문제다. 아침 6시 경에 집을 나서니 아침은 거의 거른다. 점심 거리를 쉽게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되리라 생각해 본다. 퇴근길은 너무 더워 온몸이 불타는 것 같다. 날씨가 좀 선선히 풀렸으면 좋겠다.

종신 허원식, 그리고 수녀님의 뺨 인사

아침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힘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나이 탓이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한다. 삶은 계란 한 개와 오렌지 주스로 아침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도미니꼬 고아원 성당으로 갔다. 11시에 예비신자 교육 관련 모임이 있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서 인근의 재래시장으로 가봤다. 제주도에서 붕깡이라고 부르는 초대형 밀감 같은 것을 팔고 있어서 두 개를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디서 경적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금교건 회장님이다. 시내에 차가 워낙 밀려서 늦었다고 한다. 성당으로 가 봐도 이번엔 신부님이 안 보인다. 수녀님 말씀이 오늘 비다우 성당에서 수녀님 종신 허원식이 있어서 예식 집전을 하기 위해서 갔다고 한다. 좀 기다리니 황영숙 시니어 단원이 왔다. 함께 신부님 숙소로 갔다. 20여분 기다리니 허원식을 마친 신부님이 사제복 차림으로 들어선다.

성당이 비좁아 야외에서 미사 참례중인 신자들.
성당이 비좁아 야외에서 미사 참례중인 신자들.

옷을 갈아입고 나오신 신부님과 예비자 신자 교리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신부님 말씀은 세례는 이곳 지역 성당 주임 신부님의 승인을 사전에 얻어서 등록을 해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리키샤에서 사목하고 계신 황요한 신부님의 지도하에 해야 한다. 야곱신부님은 지역 성당 소속이 아니고 도미니꼬 수도회 소속이니 세례를 주는 데도 권한이 없는 모양이다. 절차가 필요하긴 한데 편히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히 적용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무현 선생님은 성당에 나온지 한 달이 지났다. 이 선생님 가족은 사모님을 비롯하여 모두가 가톨릭 신자다. 이 기회에 이 선생님도 세례를 받아 제대로운 신앙생활을 하려고 열심인데 이를 뒷받침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사람과 제도가 미흡하다.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 내가 예비 신자 교육을 시작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나는 예비신자 교육 경험이 많으니 문제 될 것은 없다. 내가 이렇게 의견을 제시하고 나와서 이 모임이 시작된 것이다. 어쨌든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실태를 알게 되었으니 좋은 일 같고 또 시작도 가능해 보였다.

신부님이 식사하러 가자고 한다. 비다우 성당에서 아마 허원식 후의 성대한 잔치가 있나보다. 비다우 성당으로 가보니 온 성당이 인산인해다. 수녀님의 종신 허원식은 종신토록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서약식으로 수녀님께 가장 중요한 인생 최고 최대의 사건이다. 세속에서의 결혼식과 같다. 4~50명의 수녀님들이 모였다. 뷔페식 식사가 제공되었다. 날씨는 너무너무 덥다. 수녀님들 중에서 두 분이 목에 타이즈를 걸고 있다. 그 두 분이 종신 허원을 한 것 같다. 옆에는 부모님인 듯 한 분들이 앉아 있다. 도미니꼬 수녀원의 시설 아이들이 심부름을 하고 있다. 신부님이 타이즈를 건 한 수녀님을 모셔온다. 오늘 종신허원을 한 수녀님이다. 우리는 모두 진심으로 허원식을 축하드렸다. 수녀님은 우리에게 뺨으로 인사한다. 어떨 결에 나도 뺨 인사를 했다. 경험이 없어서 무척 난처했다. 그녀에게는 가장 기쁘고 슬픈 날이기도 할 것이다.

오랫동안 계획되어 추진 중인 천주교 예비자 교리도 잘 추진되어 세례 절차가 뜻대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2018년 2월 26일, 2월 28일, 3월 2일, 3월 3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