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5)돼지 키우는 한국 대학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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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35)돼지 키우는 한국 대학 유학생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2.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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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돼지 키우는 한국 대학 유학생
이영운 전 동티모르교육부정책자문관
이영운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오늘은 오전 9시에 Stanford Clinic 병원에서 간염 A형 2차 예방 접종을 하는 날이다. 이미 접종을 받은 이무현 선생님으로부터 병원 위치를 파악해 두었다. 미크롤렛을 타고 검찰청 주변에서 내렸다. 설명에 의하면 이슬람 Butcher Shop(식육점)에서 2, 30미터 골목을 따라가면 있다고 했다. 길 양편을 세심히 살피며 갔으니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1Km 정도 가니 공원 지역이 나타난다. 아무래도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 뒤 돌아서 다른 길로 반대쪽으로 출발 지점으로 뒤돌아 갔다. 역시 못 찾겠다. 출발 지점에서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천천히 가면서 살펴보니 10미터 정도의 거리에 조그만 간판이 하나 보인다. 간판은 모두 지워져서 글자가 보이지 않고 그냥 화이트보드처럼 보였다.

초등학교 교장과 함께
초등학교 교장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 조금 기다리니 코이카 현지 직원인 Cornellio가 들어온다. 함께 가서 등록을 했다. 얼마 후에 추경숙 선생님도 오셨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고 이곳에서 초등학교 미술을 가르치고 계시다. 선생님은 건강 검진을 한다고 한다. 봉사단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다. 거의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체온과 혈압을 잰다. 혈압이 130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높다. 혈압관리를 잘 해야 하겠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모든 운동이 힘들다. 걷기도 쉽지 않다. 주사를 맞고 병원을 나섰다.

오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렀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 기사가 부른다. 알고 보니 내가 내리면서 문을 세게 닫았나 보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 조심해야 하겠다. 문이 잘 안 닫히는 차들이 많아 무의식적으로 세게 닫았나 보다. 파파야 3달러, 바나나 1달러, 아보카도(5개) 1달러어치를 구입했다. 거의 5Kg 정도의 무게다.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다. 자기는 얼마 전까지 한국 대사관에서 대사 비서로 일했다고 한다. 대구의 계명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새 대사님이 부임하자 실직했다. 지금은 일이 없어서 쉬고 있다는 것이다. 쉬는 동안에 집에서 돼지를 10마리 기르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젊은이가 일이 없어서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면서 헤어졌다. 우리도 이런 젊은이들을 위해서 이곳에서 무엇인가 혁신적이면 희망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서 내려 두 손에 물건을 들고 1.5Km 정도 걸어서 오는데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눈이 몹시 아프다. 아보카도 두 알을 먹고 쉬었다.

초등학생들과
초등학생들과

일만 기와 이천억 소득

어제 오후 3시부터 한국대사관에서 우리학교 취업반 운영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신임 한국대사는 육군소장 출신이고 육군정보학교장을 역임하는 등 정보 분야의 배터랑이다. 정보라는 것이 생소한 때부터 정보 분야에 먼저 입문하여 많은 성과와 승진을 이룬 것 같다.

나도 지난 며칠 간 거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 했다. 대사는 취임한 이래 한국 파견 산업연수생 증원에 목을 멘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소위 1만기라는 말을 SNS에 올려서 한국에 산업연수생을 1만 명 양성하여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동티모르에 2000억 원의 소득을 한국으로부터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계획으로 이대로 성취된다면 엄청난 성공이지만 자칫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작년에 141명을 파견했는데 어느 기간 동안 그 정도의 실적이 이루어질는지 난감하다. 3년 정도 근무한다고 쳐도 일 년에 3000명 정도씩 보내야 하는데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다.

이 문제가 우리학교에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 우리학교 학생들을 한국어 취업반으로 편성해서 3학년 학생들이 정규 수업이 끝난 후에 오후 2시 30분부터 매일 3시간씩 심화학습을 시켜, EPS(한국어 능력 시험)와 기술 숙련, 체력 향상에 집중 훈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술고등학생이니 기술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바로 한국에 취업시키면 된다는 생각이다. 지난번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고 우리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세 번 정도 같은 말을 해왔다.

우리 집 근처에서 한국어 선생님들이 집결하여 코이카 차량에 합승하여 대사관으로 갔다. 도착해 보니 대사님은 코이카 전 직원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접견실에서 회의를 했다. 주로 대사님이 앞의 내용을 다시 반복했다.

나는 참고 자료를 별도로 작성하여 모두에게 배부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설명했다.

우선 이곳의 학령이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도록 짜여 있다. 과연 한국의 기업체들이 10대의 외국인들을 노동자로 뽑을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고용주들은 현장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사회적 경험, 좋은 체격, 기술 경험이 풍부한 근로자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 최근에 전문계 고등학교 고3생이 현장 실습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한국 교육부는 오랫동안 시행해온 고3생 사전 취업제를 폐지시켰다. 한국 근로자 환경이 17세의 외국소년들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산업연수생 EPS 응시는 18세 이상 돼야 응모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수업 모습
초등학교 수업 모습

또한 우리 학교는 3학기에 걸쳐 시험을 치르는데 과목 수가 18개에 이른다. 한 과목이라도 규정 점수를 받지 못하면 탈락 유급한다. 고3생들은 INDMO라고 하는 국가 기술 자격 4급을 취득해야 하는데 국가고사와 OJT, 실기를 통과해야 자격증과 졸업장도 받게 된다.

또 우리나라의 대입 수능에 해당되는 국가고사를 치러야 하고 좋은 내신 성적도 얻어야 대학 입학의 영광을 얻게 된다. 그밖에 3학년은 6개월에 걸쳐서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설계도에 따라 작품을 제작 시연과 전시를 해야 한다. 이것을 반드시 통과해야 졸업도 가능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이곳도 기술고등학생들이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우선 목표로 한다. 우리학교는 진학성적이 아주 우수하여 작년의 경우 165명이 졸업하여 100명 정도가 합격했다. 60~70%가 대학에 진학한다. 학생들은 매일 9시에 등교하여 점심시간 없이 수업을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2~3시간 동안 수업을 받는다는 것은 건강상, 발육상 어려움이 많다.

만만한 대상이 코이카 봉사단원이라는 생각인지 또는 군인 출신이어서 지시나 명령만 하면 다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젖어서인지 조금 상식을 벗어난 생각을 하고 있어 보였다. 지시 일변도로 쏟아내는 말들에 봉사단원들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나는 대사님이 듣기에 거북할는지 모르지만 선생님들을 대신하여 상황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또 우리 선생님들에게 어떤 지시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교육과정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대사관과 코이카에서 이곳 교육부와 우리학교에 공문으로 요망 사항을 발송해 줘야 학교가 교육부와 의논하여 필요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대사님은 공문시행 등 모든 것을 코이카에서 하라고 지시한다. 책임을 면하려는 모습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조희영 선생님이 언급한다. 대사님이 준 자료를 잘 살펴보니 현장에서 대사님이 설명하지 않은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1, 2학년 정규 한국어 수업은 폐지하고 졸업반 취업반 한국어 수업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코이카 소장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대사님은 맞다고 한다. 나는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1, 2년 전에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는 것으로 학기 중간에 임의로 교육과정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내용을 얘기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갑자기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 험진 외국에 한국어 교육 봉사를 위해서 왔는데 갑자기 대사가 끼어 들어서 교육과정을 뒤집고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교육과정은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로 폐지한다면 학생들은 졸업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대사님은 이런 내용을 모르는 것 같다. 또 선생님 수요도 없어지게 되어 몇 선생님은 임지를 옮기거나 떠나야 할 것이다. 신임대사로서 많은 실적을 내려는 의욕은 이해되지만 여러 가지 상황과 내용을 잘 알고서 추진했으면 좋겠다.

회의는 예정 보다 아주 늦게 끝났는데 점심 제공도 없다. 힘없이 축 쳐진 선생님들을 모시고 끄마넥 식당으로 가서 내가 접대했다. 9시 경이 되어서 귀가했다.

기쁜 날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와 함께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와 함께

오늘은 기쁜 날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인터넷이 접속되어 문서처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침에 역시 제일 먼저 출근하여 7시 30분경에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인터넷 연결용 개인 모뎀을 USB에 끼우자마자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화면에 떠올랐다. 눈이 의심되었다. 평소에는 모뎀을 끼우고 5, 6분은 지나야 연결되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Source에 연결된 다음에야 아주 느리게 연결되었다. 메일을 보내려 해도 5, 6번 정도 껐다 켰다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겨우 보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모뎀을 빼보았다. 그런데도 역시 인터넷이 연결 상태를 표시하는 아이콘이 켜져 있다. 메일을 켜보니 작동된다. 전에도 가끔씩 와이파이가 겨우 연결되어 희미하게 작동되다가 끊기곤 한 적이 있지만 신호가 너무 약해서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메일과 카톡을 확인하고 지난 방송 보기도 해보니 연결이 되고 소리와 영상도 작동된다.

얼마 전부터 윈도우 10 업그레이드를 시도해 보니 아주 위험한 상태라는 메시지가 올라왔으나 업그레이드를 시행해 보았다. 세 시간이 지나도 50%밖에 진행되지 않았었다. 모뎀은 5 기가가 모두 소모돼 버렸다. 그 후에 모뎀을 다시 충전하여 다운로드를 시도했으나 두세 시간이 지나도 53%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4, 5만원어치의 모뎀 충전을 하고 시도했으나 모두 사라지고 다운로드도 완성하지 못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TV 다시보기에 들어가서 뉴스와 건강 관련 프로그램도 보면서 호강을 누렸다.

교장을 만나서 인터넷이 터진다는 얘기를 했더니 교육부에서 돈이 내려와서 와이파이 성능 향상 증폭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는 사람들이 쓰지 않기 때문에 괜찮겠지만 수업이 시작되면 많은 곳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느려질 것이다. 특정 시간대라도 쓸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학교 방문

어제와 오늘은 학교 방문을 했다. 어제는 초등학교 오늘은 중학교다. 5분 거리에 있는 학교들이라 교감 선생님과 함께 갔다.

초등학교는 30학급에 학생수는 1500명이다. 교사는 40명 정도다. 수업은 2부제이다. 오전 반 수업이 끝나면 학생도 교사도 함께 퇴근한다. 오후반 선생님들은 2시 경에 수업에 맞춰 출근한다.

중학교지만 초등학교처럼 기초의무교육을 하기 때문에 급식을 제공하는데 한 끼에 25센트를 지원한다. 계약한 곳에서 학교의 식당을 이용하여 음식을 제조하여 공급한다. 학교에서는 학교 운영비로 학생 1명당 한 달에 1달러를 지원 받는다. 이 돈으로 시설도 수리하고 운영도 해야 하니 참으로 버거운 살림살이다.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함께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함께

학교 시설을 두루 둘러보았다. 교사동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10개 정도 된다. 3개 동을 제외하곤 나머지 건물들은 학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헐고 조악했다. 유리창도 없고 천정은 내려앉고 벽은 부셔졌다. 벽에는 수많은 낙서와 벽화들이 가득했다. 교실과 교실 사이에는 칸막이로 허술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어떤 곳들은 3분의 2만 가려져서 이웃 교실이 다 들여다보였다. 아주 낡은 흑판이 있었다. 어느 교실이나 선생님들은 자리에 앉아서 수업하고 있었다. 학생 대표가 판서를 하거나 이미 판서된 것을 학생들이 베끼는 곳도 많았다.

교장은 강당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거의 폐허화된 교사 동들을 수리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한다. 학급 학생수는 학급 당 어떤 곳은 60명 어떤 곳은 70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두 깨끗하고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교과서는 정부에서 지급하지만 반드시 다시 반납해야 한다. 도서관도 있다. 도서는 3일 후에 반납해야 한다. 수도 시설은 많이 되어 있으나 낡아서 활용이 잘 안되고 학교 가장자리를 따라 아래쪽으로 수도꼭지들이 나와 있는데 이곳을 이용하여 물도 길고 음료수로도 사용한다.

이곳은 원래 호주에서 시설한 학교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게 낡은 상태로 남아 있다. 인터넷만은 호주에서 계속 지원해 주기 때문에 원활하다고 한다.

(2018년 3월 8일, 3월 9일, 3월 13일, 3월 14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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