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40)미운 오리 새끼가 우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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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40)미운 오리 새끼가 우리 대통령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3.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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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40)미운 오리 새끼가 우리 대통령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우리 총장님'이 '우리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 총장님이 승승장구해서 우리 대통령이 되었다면 사다리 올라가듯 순조롭게 올라가서 큰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 채 모두가 그런가 하고 쳐다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역동 속에서 우리 총장님이 반대편의 우리 대통령이 되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까지 수사해 달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조선시대의 양반 모시듯 모셨던 상머슴처럼 우리 총장님은 그 말을 철칙 같이 지키고 실행했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는 신념 속에 대통령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직속 상급자, 조국 법무장관의 가족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서 사임까지 몰고 가니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고려 멸망 후, 조선 개국 당시의 시조)

(백로에게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백로처럼 순수하게 희고 고결함을 자처했던 그를 까마귀처럼 검게 오염된 검찰 개혁을 위해서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검찰 개혁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개혁해야 했었다.

법무장관 일가의 비리는 일본의 각 방송 TV의 와이드쇼에 '다마네기(양파)장관'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소개되어 재일동포들을 낯뜨겁게 했다. 필자는 한국에서 '양파장관'이라는 수식어로 불리웠던 것을 지금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양파는 까면 깔수록 더욱 희고 눈부시다. 그리고 영양 가치도 아주 높다. 이렇게 품위 있는 양파가 왜 겉 희고 속 검은 법무장관의 비유의 대상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것은 양파에 대한 모독이었다.

양파에 대한 모독도 그렇지만 또 하나는 '조국(曺國)' 씨 이름에 대한 혐오감이다. 외국에 나가서 살다 보면 자신의 모국을 국명 그대로 한국이라고 사용할 때도 있지만, 모국, 고국, 조국(祖國)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이러한 단어 속에는 아련하고 따뜻한 애국심과 그리움의 향수가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조국(曺國) 씨의 이름이 주는 혐오감 때문에 즐겨 사용하던 조국(祖國)이라는 단어는 트라우마가 되어서 이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해외동포들께는 엄청난 피해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법무장관은 노골적으로 우리 총장님 학대에 몰입했다. 검찰총장 측근들에 대한 '인사 학살'이라는 인민재판식의 어마어마한 칼바람의 조치는 한여름에도 서리를 내리게 할 정도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세도의 극치였다.

날갯죽지를 잃어버리고 아니, 잘라져버린 우리 총장님은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해서 최고의 보금자리였던 둥지를 떠나야 했다. 배제의 논리를 궤변으로 정당화시킨 그들은 자화자찬의 자축연에 빠졌지만 그것은 순간적인 한때였을 뿐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위선적으로 부르짖었던 굴레에서 벗어나서, 스스로가 이것을 제대로 지키고 실현시키겠다고 대권에 도전하여 우리 대통령이 되었다. 부조리가 낳은 최고의 역설적 아이러니였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조국 씨와 법무장관 후임인 추미애 씨는 '저를 지뢰밭에 보내놓고 지뢰를 밟고 있는 제 옆에서 도와주기는커녕 피크닉을 하고 있더라. 그 지뢰가 터지면 같이 죽을 텐데'라고 법무부장관 시절을 술회했다. 그녀의 숱한 저질의 발언 중에 심중을 콕 찌르는 설득력 있는 진실의 발언이었다.

5년 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이임 후에 양산 시골로 낙향한다. 조용한 그곳에서 조국, 추미애 씨와 다정히 둘러앉아 그동안의 '마음의 빚'을 갚고 즐거운 '피크닉'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란다. 연민의 정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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