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4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은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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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4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은 당연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4.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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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은 당연한 것
재일 작가 김길호선생
재일 작가 김길호선생

한국 보수 정권 대통령이 제주 4.3평화공원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판 "후미에(踏み絵)"였다.

‘후미에’란 일본의 에도시대에 에도 막부가 금지령을 내렸던 기독교 신자(기리시탄이라고 함)를 색출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목조판이나 금속제판의 그림을 말한다.

(십자가에 못 박혀서 매달린 예수나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목재나 금속 성화상을 기독교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밟고 지나게 하여 기독교 신자를 가려내는 방법의 하나로 사용되었었다. 신자로서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밟지 않으면 기독교 신자로 간주하여 체포하였다. 한국에서는 사상 검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수 정권 대통령이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다면 보수 진영에서는 4.3사건은 한국 정부를 부정하여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과연 반공의 보수가 맞느냐고 대통령의 4.3희생자 추념식 행사 참석에 미리 쐐기를 박고 항의를 했다.

2006년 4월 8일 필자는 시를 쓰는 일본인 여성 세 사람과 4.3평화공원을 찾아갔다. 80넘은 할머니와 60대와 30대 여성인데 제주도 방문은 처음이었다. 한류붐을 일으킨 '대장금'이나 '올인'보다도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한 위패들이 안치돼 있는 4.3평화공원을 꼭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넓은 4.3평화공원에 방문객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위패가 안치된 곳에 가다보니 커다란 조화가 하나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2006년 4월 7일>이라고 조화 리본에 써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전 날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세 사람에게 필자는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4.3평화공원을 꼭 가고 싶다고 요청했던 일본인의 마음에도 찡했는데, 필자의 설명을 듣고 그녀들은 더욱 좋아 했다. 박근혜 대표 조화와 그녀들의 좋아 하는 모습에 필자에게는 새로운 감동이 일어났다.

2003년 10월 3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4·3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가 있었을 때 4·3은 이념 논쟁에서 화해의 차원으로 승화되었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계승되면서 보수 대통령의 4·3희생자 추념식의 참석은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예비 후보일 때,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후, 2012년 대통령 예비 후보일 때 4·3평화공원을 찾아갔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4·3평화공원의 방문은 없었다.

보수 정권 대통령의 4·3추념식 불참가는 야당이 다시없는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대통령 예비후보 때의 방문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보수 세력을 의식한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화해의 차원으로 승화되었던 4·3의 아픔은 다시 이념 논쟁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일 때, 대통령에 당선되면 반드시 추념식에 참석한다고 제주 유세 때, 제주도민들에게 약속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보수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처음으로(지금까지는 대통령 취임식이 2월에 있었기 때문에 4월 3일 4·3추념식 때는 당선인 호칭이 없어졌음) 지난 4월 3일 4·3추념식에 참석했다.

다음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추념사를 발췌한 내용이다.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집니다."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4.3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4·3은 당시 국정(國政)을 맡은 국가 권력이 국내 치안을 정상적으로 유지 할 수 없는 상태 속에서, 이념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고한 제주도민의 희생자를 낳게 했다. 이것은 국정의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인 실정이었다.

국정을 맡은 최고 책임자는 이분법적인 이념을 떠나 광의적인 의미에서 국민을 희생시킨 당시의 책임에 대한 반성과,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추념식에 참석하여 다짐하는 날이, 바로 <4·3평화공원의 진정한 추념식>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 당시부터 추념식 참석을 호소해 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은커녕,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한 달도 안돼서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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