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45) 문재인 대통령과 ‘큰 바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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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45) 문재인 대통령과 ‘큰 바위 얼굴’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5.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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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문재인 대통령과 ‘큰 바위 얼굴’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5일 후인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양산시 하북면 평산 마을로 낙향한다. 전에 살고 있던 양산시 매곡동의 시골집은 경호상 문제점이 많아서 팔아버리고 새로 지은 집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듯, 연어가 강으로 돌아오듯, 아니, 매곡동 주민들은 금의환향하는 전직 대통령을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둥지를 틀었던 그 둥지마저 처분하고 이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니 주민들의 실망은 컸을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이별 속에 새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은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우는 영축산 기슭기인 하북면 평산 마을이다. 필자는 가본 적이 없지만 영남의 알프스라니 명산이다.

이 기사를 읽고 문득 머리에 떠오른 것이 중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었다. 소설 ‘주홍글씨’로 유명한 미국 작가인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약 45년 동안 한국 교과서에 게재되었었으니 한국의 40대 이상이면 거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옥같은 작품이어서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교 시절에 읽었으니 아련한 그리움 속에서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어서 잊어버렸을는지 모르니 그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미국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위산이 있다. 이 마을에 평범하게 사는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바위산을 보고 자랐으며,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들어서 굳게 믿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마을에서 살았다.

어니스트가 소년기에 만난 첫 번째 인물은 성공한 재력가였다.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인상에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다. 그러나 큰 바위 얼굴은 실망하지 말라고 어니스트에게 타이르는 것 같았다.

다시 세월이 흘러 어니스트가 청년이 되어 목수로 지내면서 일을 돕고 있었는데 그가 만난 두 번째 인물은 유명한 장군이었다. 그에게는 강한 의지와 힘은 볼 수 있었지만 자애로움과 지혜는 볼 수 없었다. 큰 바위 얼굴은 그래도 잔잔한 미소를 띠면서 기다리라고 어니스트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다시 세월이 흘러 어니스트는 결혼을 하고 목수 일을 계속하면서 세 번째 인물을 만났는데 성공한 정치가였다. 그는 당당하고 힘찬 외모를 갖고 있지만, 큰 바위 얼굴의 장엄함이나 위풍, 신과 같은 위대한 사랑과 같은 표정보다는 권력과 명예욕에 찌든 인상이 가득함을 알고 다시 실망한다.

어느 덧 노년기에 들어선 어니스트는 목수 일을 자녀들에게 맡기고 사람들을 깨우치는 설교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느 유명한 시인의 시를 읽고 감탄하며 큰 바위 얼굴에게 (이사람이야말로 당신과 닮은 인물이 아니냐?)냐고 묻지만, 큰 바위 얼굴은 미소 짓는 것 같지만 대답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어느 때, 어느 시인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시인이 자기가 읽었던 시의 시인임을 알게 되고 실망한다. 그러나 시인은 어니스트를 탓하지 않고 자신도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시인 본인도 시를 쓰며 훌륭한 이상을 꿈꿨지만, 빈약하고 천한 현실 속에서 살기를 선택하게 되고, 항상 신념을 지키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둘은 친하게 지낸다.

마지막으로 어니스트의 설교를 들으러 온 시인은 어니스트가 곧 큰 바위 얼굴과 닯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놀란 시인은 사람들에게 “보시오! 어니스트씨야말로 저 큰 바위 얼굴이랑 비슷하지 얺은가요!?”라고 외치고 사람들은 비로소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놀란다.

그렇지만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일 것이라고 말하며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을 끝내면서 내려온다. 그리고 큰 바위 얼굴은 어니스트의 말처럼 말없이 어니스트가 그리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이 그 줄거리이다.

영남의 알프스라는 명산 영축산 기슭에서 한국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는지 기대해 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도 ‘고향에 가면 고향(법)에 따르라’는 비슷한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 일상생활도 전직 대통령이 새로운 입주로, 60가구가 채 안 되는 조그마한 평산 마을이 지금까지 지켜온 마을의 일상적인 향약(鄕約)은 이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고요한 아침의 마을’이었던 평산리였는데 호화로운 사저를 짓고 경비병은 물론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당당하게 입성한 전 대통령은 새로운 마을 주민이 되었다. 그로 인해 몇 십 년을 토박이로 살았던 마을 선주민들은 주눅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고 말았다.

전직 대통령이 입주로 평산 마을이 유명세를 타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면서 긍정적 평을 하는 사람들과 당사자인 마을 주민도 있다는데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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