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5) 아베 전 수상 저격 사건과 구 통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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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5) 아베 전 수상 저격 사건과 구 통일교회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8.0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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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아베 전 수상 저격 사건과 구 통일교회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러시아가 우쿠라이나를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 영상은 날마다 거의 매 시간마다 일본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미사일의 공격 목표 속에는 우쿠라이나 군인만이 아니고 민간인도 희생당하고 있다. 희생자 중에는 유모차에 실려서 막 지나던 어린 아기까지 포함되었다.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무고한 일반인까지 셀 수 없이 죽어 가는데 그 영상을 우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날마다 바라보고 있다.

아베 전 수상이 저격범에 의하여 선거 유세 중에 7월 8일 백주에 피살당했다. 그 충격의 패닉상태는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일본인들만이 아니라 필자의 뇌리에서도 떠나지 않고 있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미사일에 희생당하는 무수한 생명과, 평화의 일상 속에 저격당한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무게를 생각할 때 제기되는 부조리에는 당혹스럽고 가슴 아프다.

아베 전 수상의 저격 사건은 단순한 동기 속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15년에 <통일교회>에서 새로 개칭한 <세계평화통일 가족연합>(이하 가족연합)에 입신한 한 가정주부가 일화 1억엔의 헌금으로 인해 그 가정이 경제적 파탄으로 파산 당했다. 40대의 차남은 가정 파탄의 원인이 그 종교 탓이라고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종교 최고 지도자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마침 아베 전 수상은 가족연합 그룹의 행사에 비데오 영상 메시지를 보냈는데 야마가미 범인은 우연히 그 영상을 보고 저격 대상을 아베 전 수상으로 변경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만약에 아베 수상이 아니고 종교 지도자가 희생되었다면 이 사건은 그 후 며칠간 매스컴에서 화제로 올려 놓았다가 끝났을 것이다.

제2의 선택으로 범인은 전혀 관계없는 아베 전 수상을 노리고 저격했으니 일본만이 아니고 세계가 놀랐다.

아베 전 수상의 희생에 추모 바람은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면서 그에 대한 미화와 예찬론 역시 그칠 줄 몰랐다. 정치가로서의 그에 대한 공죄가 형평성을 잃고 역사적 인물이라는 평가만이 애드벌룬처럼 떠오르고 있다.

아베 전 수상의 정치 이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범인이 단언하고, 가족연합에 대한 개인적 원한으로 일으킨 단순 테러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는데 사건의 여파는 엉뚱한 곳으로 비화하기 시작했다.

약 30여 년 전 통일교회 이름으로 악덕 영감상품 판매로 당시 연일 화제가 되었던 가족연합의 비리가 다시 되살아났다. 가족연합의 치명적인 원죄의 부활이었고 컬트종교로서의 재인식화였다.

일본 정치가들과 가족연합 관계를 파고 들다 보니 여,야당 불문하고 가족연합과의 관계가 줄고구마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아베 전 수상의 친 동생 기시 노부오(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게 가계에 양자로 갔기 때문에 성이 다름) 방위대신도 선거 당시 가족연합으로부터 자원봉사자 지원을 받고 있었다.

가족연합에 대해서 돌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 반대로 맞아야 할 입장이 되고 말았다. 판도라 상자가 열려버렸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인가.

보수를 대표하고 아베 전 수상을 지지하던 요미우리신문까지 7월 30일자 사회면 톱기사에는 <구 통일교회와 관계, 선거 목적>, 부제는 <정치가 자민당과 야당도>라는 제하 속에 10명의 정치가가 관련된 내용을 게재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는 사회면만이 아니고 국내 정치면에도 게재되었다. 가족연합과 관련된 정치가는 여기에 게재된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캐어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수상의 장례식은 9월 27일 국장으로 치르기로 7월 22일 각료회의에서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1967년에 타계한 요시다 시게루 전 수상 이후 두 번째의 국장이다. 아베 전 수상에 대한 미화와 예찬론 속에 구 통일교회와는 전혀 관계없다던 아베 전 수상의 가문은 물론 아베파의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유대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재일동포가 이 사건에 개입되지 않은 안도감에 쌓였다가 가족연합의 관여로 다시 마음 졸이던 재일동포들이었다. 가족연합의 발상지 한반도를 훌쩍 뛰어넘어 일본 정계는 물론 미국 정계까지 파고 들었다.

7월 30일 TBS TV(도쿄TV)는 제2탄으로 <극비 내부자료 헌금실태>를 방영하면서 미국 현지 취재까지 방영했다. 제2탄이라고 했으니 제3탄도 있을 것이다. 9월 27일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치르기 전까지 이 사건의 여파는 계속될 것이다.

범인은 아베 전 수상의 정치 신념과는 관계없다고 했지만, 아베 전 수상의 사망으로 인해서 일본 보수 세력과 자민당의 권력 구조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집권 정당으로서 자민당의 1강 속에, 자민당 세력에서 1강으로 군림하며 보수 세력의 1강이었던 아베 수상의 부재는 일본 정치 방향을 예측 불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가족연합은 어떠한가. 평범한 일반 가정으로부터 재산까지 팔면서 1억엔의 헌금으로 인해 파산에 이르고, 한 가정의 붕괴에 일본인의 국민감정은 도저히 용서 못할 일이었다. 윤리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순수하고 고귀해야 할 종교가 가정의 붕괴를 초래했으니 그 책임은 막중하다.

신앙의 자유 속에 가족연합은 세계적인 종교 단체로 성장했다. 신자 속에는 필자가 아는 지인들도 있고 동포사회 속의 조직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 <반사회적인 단체>와 <컬트종교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아직도 정정당당한 시민권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족연합의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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