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일본아리랑] (57) 일본 유일의 한글 동인시집 조총련계 『종소리』제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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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일본아리랑] (57) 일본 유일의 한글 동인시집 조총련계 『종소리』제91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8.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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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일본 유일의 한글 동인시집 조총련계 『종소리』 제91호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아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8월 9일 체온이 38도 이상에 가까워서 검사를 하니 코로나 양성이었다.

담당 의원에서의 진단인데 확진자 폭증으로 PCR검사는 받지 못하고 신속항원검사(RAT) 결과 알았다.

경증인 아내는 자택 격리에 들어갔고 필자도 동거인으로서 밀접접촉자(일본에서는 농후:濃厚접촉자라고

함)이기 때문에 같이 자택 대기를 하게 되었다.

밀집접촉자인 필자는 체온의 상승도 없기 때문에 아무런 검사도 받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시판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집에서 세번이나 검사했지만 14일 현재까지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 사이 체온이 37도를넘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36,5도로 평균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8월 1일 저녁 아내와 같이 일을 마치고 귀가 중에 오사카시 아베노구에 있는 장례식장 <안식의 덴구간:天空館>에서 코로나 왁진 제4차 접종까지 마쳤다. 왜 하필이면 장례식장에서 왁진 접종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회사 동료의 말도 있었지만, 도시 중심지에 있는 공설 장례식장으로 천명의 조문객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어서 대다수의 왁진 접종에는 최적지였다.

4차 접종까지 마쳐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일 주일이 막 지나서 감염되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필자는 지금 코로나에 감염된 아내와 자택내 별거 중으로, 아내는 2층에, 필자는 1층에서 지내면서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8월15일 하루, 일본 코로나 감염자 수는 13만 8613명 중, 오사카부는 9541명, 오사카시는 2880명이다.

8월 15일 오후 8시(일본시간) 현재 세계 각국 중 한국의 누계 합계는(미국 존스 흡킨스대학 발표) 2,141만

명(사망. 2만 5,673명)으로 세계 8위, 일본은 1,581만 1,959명(사망. 3만 5,406명)으로 11위이다.

아내와 식사를 비롯해서 모든 것을 따로따로 하면서 엇박자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자택 대기 중에 15일 오전 11시 50분부터 일본NHK TV가 중계한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천황의 ‘깊은 반성’이라는 추도사를 들었고, 기시다 수상의 추도사에는 그러한 내용이 어디에도 없었다. 예상대로 힌국에서는 수상의 추도사 중에 반성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반응이 연중행사의 메시지처럼 들려왔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 속에 돌연변이처럼 엄습한 위리안치 일상에 조총련계 동인 시집 <종소리>가 배달되었다. 재일동포 사회 속에서 유일한 문예 계간지로 제91호까지 발간되었다. 필자도 코로나 전에는 오사카 조총련 문학동맹맹원들의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작품 합평회에 참석했었다. 여기에서 논의된 작품이 여러 곳에서 모집한 작품과 함께 도쿄에서 발행하는 <종소리: 대표 오홍심>에 게재되었다.

낯 익은 이름들의 작품이 게재되어서 반갑지만 그것도 받아보았을 때, 솔직히 일시적인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감전의 짜릿한 느낌 같은 작품들과의 만남을 언제나 갈망하고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기대에 불과했다. 필자는 언제나 어른이 읽는 동요에서 탈피한 작품을 쓰라고 부르짓지만 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그 작품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이유는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고,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에서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문예지는 <종소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카나다 등에서는 독자적으로 한인문인협회가 조직되고 정기적으로 소설, 수필까지 포함한 한국어 종합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다.

북미 지역은 해방 후, 한글 세대의 이민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일본에는 이민 제도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글(총련에서는 조선어) 교육이 철저한 총련에서는 한글 창작이 가능했다. 지금 한국의 한글 세대로서 일본에서 한국어 문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시에는 도쿄에 거주하는 왕수영 시인, 소설에는 필자 밖에 없다.

이민 제도가 없는 일본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새로운 한글 세대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그 수가 확대 일로에 있다. 그러나 한국어 문인의 출현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런 의미에서 <종소리>의 발행 의미는 작품의 수준 운운을 떠나서 그 의의가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몇 차례 소개했지만 이번에는 여섯 작품을 소개한다. 필자가 작품마다 해설을 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생략한다.

시집 <종소리>에 게재된 단어, 받침, 띄어쓰기 등을 그대로 게재한다. (북한 국어표기법)

첫 번째 작품은 오홍심의 동요 <우리는 알았습니다>이다.

 

우리는 알았습니다

 

동무들아 노래부르자 소리높이 부르자

꽃피는 화원에서 함께 키운 우정을

배움의 꽃대문에 들어선지 아홉해

동무사랑 귀중함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선생님

오래오래 사랑 주셔 고맙습니다

 

동무들아 노래부르자 소리높이 노래부르자

애지중지 키워주신 부모님 사랑을

철없는 우리에게 꿈과 용기 안겨주신

부모님사랑 뜨거움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선생님

오래오래 사랑 주셔 고맙습니다

 

동무들아 잊지 말자 영원토록 잊지 말자

우리함께 쌓아올린 귀중한 전통을

대를 이어 지켜가자 졸업생들의 전통을

어깨곁고 미래향해 함께 걸어갑니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선생님

참으로 참으로 고맙습니다

 

다음은 이방세의 <수첩>이다.

 

수첩

 

나의 수첩에

당신은 자기 주소를 적었지

휴대전화를 안 가지는

드문 사람이라고

그래 자주 편지 교환하자고

많은 시이야기 나누자고…

세상을 떠났다는 갑작스런 소식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목소리가 들린다

상실의 아픔으로

가슴이 미여진다

수첩을 펼쳐본다

이바라끼껜 이시오까시(茨城縣石岡市)

편지를 보내고 싶다

계속 시 쓰느냐고

나는 기다린다

당신의 답편이 올것 같아서

 

다음은 허옥녀의 <오늘도 찾아간다네>이다.

 

오늘도 찾아간다네

 

어린 아이들과

오늘도 우리 말 공부를

함께 할수 있는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남의 땅에서 태여나 자랐지만

어디에서 살아도

아무리 가난해도

우리 학교 보내주신 부모님덕분에

 

우리 말, 우리 글이 너무 좋아

일흔고개를 넘은 오늘도 난

춤추듯 우리 말 공부를 한다네

밥먹듯 우리 글 공부를 한다네

 

그럼 새힘이 솟고

조선사람된 긍지가 넘친다네

그래서 난 아이들을 찾아간다네

보물 같은 유산을 함께 나누자고

 

다음은 진승원의 <그래서 좋다>이다.

 

그래서 좋다

 

애쓰셨어요

가끔 듣는 소리가

나는 좋다

 

입학식날에

운동회날에

정년퇴직하던 날에도 들었었지

 

잘한것 많지 못해도

긍지와 자부가 그득

그래서 좋다

 

힘내세요

가끔 듣는 소리가

나는 좋다

 

들어앉지 말라

할일 많을거라

오늘은 부청 앞에 세웠었지

 

잘할 힘 모자래도

심장의 다짐이 툭툭

그래서 좋다

 

애쓰셨어요

힘내세요 하며

벗들과 함께 웃는다

 

그래서 더 좋다

 

5연의 3행 ‘오늘은 부청 앞에 세웠었지’는 매주 화요일 오사카부청 앞에서 총련학교 무상 교육비 지원을 요청하는 항의 집회를 말하고 있다.

 

다음은 채덕호의 <효성>이다.

 

효성

 

어머니와 함께

친구가 경영하는 가게에 초밥을 먹으러 갔다

어머니는 비싼걸 주문하지 말라 했지만

나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전복과 참치(또로)를 주문했다

오징어다리(게소)가 좋다는 어머니에게

오늘은 괜찮다고 좋은 걸 먹자고

배불리 먹고 실컷 마셨다

돌아갈 길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거듭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효성을 다하고싶었다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그때 가장 행복했던건

나자신이었다

 

끝으로 김애미의 <네가 할수 있는 일>이다.

 

네가 할수 있는 일

 

무용하는 딸애가

긴 머리를 자른다

삼십센치 넘게

여섯묶음으로 하여

지원단체에 부친다네

 

나이, 국적, 성별을 막론하고

암치료로 탈모한 환자들에게

가발 만드는 머리카락의

무상제공

 

백혈병으로 돌아간

네 이모 심정 알아선가

휴대전화로 찾은

네가 할수 있는 일

 

그래

어린 투병자

네 또래

 

앓아누우신 할머니들

더 고운 모습으로

오래 살아주시길 바라며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네가 쉽게 할수 있는 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가 할수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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