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8)기시다 정권의 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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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58)기시다 정권의 오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8.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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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기시다 정권의 오산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황금의 3년간>이라는 일본 정계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관용구가 있다. 일본 국회 구성원인 중의원, 참의원의 국정 선거가 없는 3년간을 말한다. 국정 선거가 없으니 정권을 잡은 여당은 여유롭게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한 자민당은 앞으로 3년간 국정 선거가 없으니 <황금의 3년간>이 될 것이라고 누구나가 처음에는 예측했다. 아베 전 수상의 충격적인 피격 사건도 있었지만 동정적인 의미에서 자민당의 1강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새로운 돌풍이 역습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통일교회, 이하 가정연합)>의책임자를 노렸지만 기회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아베 전 수상을 노렸다”는 야마가미 용의자의 범행은 일본 정계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렸다.

가정연합과 일본 정치가들의 교류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처럼 잘라도 또 잘라도 끝나지 않았다.

기시다 수상은 8월 8일 전격적으로 내각 개조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10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개각을 단행했다.

인적 쇄신을 위해 구성한 새로운 각료들 사이에도 가정연합과의 교류가 연쇄적으로 공개되었다. 모두가 두루뭉술하게 가정연합이라는 것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결과라고 유치원생들에게도 먹히지 않을 변명으로 일관했다.

52%의 지지율을 유지하던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마이니치신문과 사회조사연구센터가 8월 20일과 21일 조사한 전국 여론 조사 결과 36%로 추락했다. 7월 16일과 17일 조사한 52%에서 16%포인트의 엄청난 추락이었다.

날마다 가족연합의 기사는 코로나, 우크라이나 기사와 함께 정치면만이 아니고 TV의 와이드쇼 방송에도 단골 메뉴가 되었다.

특히 가족연합의 정치가와의 교류는 아베 전 수상이 파벌 영수로 있는 소속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7월 8일 아베 전 수상의 피격된 후, 일주일도 안 된 7월 14일 기시다 수상은 아베 전 수상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때에도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돌발적인 사건으로 인한 아베 전 수상에 대한 국민적 추모 물결이 끊기지 않아서, 기시다 수상의 국장 발언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견 없이 내각에서 8월 22일 결정하였고 26일에는 국장 비용 일화 2억 5000만엔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장은 9월 27일에 실시한다.

가정연합에 대한 미디어 공세는 날이 갈수록 마녀사냥식의 양상을 띠고 있어서 영감상법과 지나친 헌금의 부조리와 불법은 밝혀져야 되겠지만, 신앙의 자유 속에 종교 법인으로 인가된 가정연합의 순수한 신자들에 대한 인권문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제1회영감상법 등 악질상법에 대한 검토회>가 8월 29일 오후 5시 30분부터 정부 소비자청 주최로 열렸다.

앞으로 가정연합에 대한 대책이 어떠한 결말 속에 막을 내릴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 아베 전 수상에 대한 국장은 가족연합 관계도 있지만 그의 정책 평가면에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국장 비용 2억 5000만엔에 대해서도 27일 개최되는 일본부도간(武道館) 내의경비만 들어있다고 한다. 외국 요인들의 방문에 대한 경비와 각 부서에서 동원되는 인원에 대한 제경비들은 계산도 안했다고 야당 의원들이 담당 부서에 가서 물었을 때의 답변이었다. 비용이 눈사람처럼 엄청나게 불어난다고 야당은 지적하고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자민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아베가(家)에서 국장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자민당이라고 하지만 기시다 수상과 아베 전 수상은 정적 관계에 있었다. 아베 전 수상의 업적을 평가해서 국장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시다 수상의 점수 따기라는 것이다.

아베 전 수상의 선거구는 규슈 야마구치현인데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 때는 지역구 통폐합으로 2인 지역구가 1인 지역구로 정해졌다. 현재 2인 지역구는 아베 전 수상과 하야시 외무대신이 의원이다. 하야시 외무대신은 기시다파로서 장차 수상직을 노리고 있다.

다음 총선거 때는 치열한 지역구 공천과 선거 열풍을 예상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견원지간이었다는 아베 전 수상과 하야시 외무대신이었는데 기시다 수상이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치르면 기시다파 소속인 하야시 외무대신의 주가가 야마구치현 선거구에서 올라간다는 어부지리론이다.

아베 전 수상이 사망으로 내년에 보궐 선거가 있다. 아베 전 수상의 측근이 나올 것이다. 아베 씨의 부인 아키에 씨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지금 인선 중이라고 한다. 그 다음 총선거 때는 2인구가 1인구가 된다. 이제까지 지켜 온 아성을 아베가에서는 자존심을 걸고 지킨다고 한다. 그래서 아베가에서는 국장에 대한 의구심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제7파의 코로나 감염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과 아베 전 수상의 국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흐름 속에 <황금의 3년간>이 희석되고 있다. 아베 전 수상의 최장수 수상직을 보좌하면서, 자신도 최장수 간사장직을 역임했던 니카이 전 간사장은 기시다 정권의 발족과 함께 비주류로 전락해서 찬밥 신세가 되었었다.

그는 기시다 정권의 <황금의 3년간>은 간단히 있을 수 없다고 견제하고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또 다른 관용구도 잘 사용한다. <잇승사키와야미 : 一寸先は闇>라는 말인데 <일촌 앞은 어둠>이라는 의미로서, 정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정계는 그야말로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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