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1)엘리자베스 여왕과 아베 전 수상의 국장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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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1)엘리자베스 여왕과 아베 전 수상의 국장 명암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2.09.21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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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아베 전 수상의 국장 명암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할 수 없어서 아베 전 수상을 노렸습니다. 그의 정치 신념과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지난 7월 8일 일본

참의원 유세 중에 아베 전 수상을 저격한 야마가미 데쓰야(42)가범행 동기를 밝힌 내용이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통일교회, 이하 가정연합)> 지도자를 노렸지만 기회가 없어서 그 대신 아베 전 수상을 노렸다는 진술이었다.

야마가미 범인 모친이 가정연합 신자로서 파산에 이르기까지 가정연합에 1억엔의 헌금을 하면서 가정붕괴를 초래했다.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가정연합교회 지도자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야마가미는 지난 해, 가정연합 계열 그룹이 서울에서 개최한 이벤트에 온라인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아베 전 수상의 영상을 보고 범행 대상을 아베 전 수상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너무나 단락적인 범행 동기에 일본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세계의 지도자라고 스스로만이 아니라 일본의 보수 세력들도 자랑하던 아베 전 수상이 자신의 정치 이념에 의해서 피살된 것이 아니고, 가정연합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대리 희생당한 것이다. 그러나 범인의 이러한 진술이 알려지기까지는 선거 유세 중의 저격 사건이어서 정치 테러 사건으로 클로즈업되었다.

가정연합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그 단체를 지원했다는 논리로 아베 전 수상을 저격하기에 이르렀다는 범인의 진술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의 희생이지만, 할 수 있어서 가정연합 이벤트의 경비가 소홀하여 야마가미 범인이 종교 지도자를 노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정치 테러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아베 전 수상에 대한 반감과 분노도 아닌 제삼자적 입장에 있는 아베 전 수상이 이율배반적인 부조리에 의해서 희생 당한 것이다. 자민당 1강 속에서도 1강의 아베파를 스스로 이끌면서 제일인자로 일본 정계에 군림했던 아베 전 수상의 피살은 충격적이었다.

8년 8개월이라는 최장수 수상직을 역임하고 개인적인 원한, 그것도 아베 씨 당사자가 아니고 가정연합 그룹의 이벤트에 온라인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 빌미가 되어 희생당한 그의 사망은 비극의 주인공으로 일본열도를 망연자실의 상실감에 빠지게 했다.

일본 국내만이 아니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로부터 애도의 메시지가 넘쳐났다. 미국 백악관은 조의를 표명하여 조기가 게양되었고 토니 볼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애도차 일본을 방문했다.

사건 후, 6일이 지난 7월 14일 기시다 수상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발표했다. 1967년 요시다 전 수상 국장 후 처음이었다. 국장 이유로서 4개 항목을 들었다. 1. 헌정 사상 최장수 수상 역임. 2. 내정 외교에서 큰 업적. 3. 외국 정상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 4. 선거 기간 중에 돌발적인 만행으로 인한 서거였다. 그리고 7월 22일 정식으로 각의 결정했다.

일본에서 여기저기서 추도 행사가 이어지고 아베 전 수상에 대한 애도 뉴스와 특집방송이 연일 계속되었다.

아베 전 수상 당시 일어났던 그에 대한 불상사들도 거론되었지만 비극의 정치가로 미화되는 추세에 그러한 불미스러운 점은 희석되고 있었다.

국권의 최고기관인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내각 결정으로 국장을 정한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야당의 항의도 있었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장의 반대론은 다른 곳의 의혹으로부터 퍼지기 시작했다.

야마가미 범인의 진술에 따라 가정연합에 대한 관련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정연합의 영감상법(靈感商法)과 가정파산까지 초래한 헌금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다. 가정연합 신자를 탈퇴한 신자들이 과잉 헌금 요구 문제와 영감상법을 폭로하고, 신자 2세들(종교 2세라고 한다)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7월 11일 가족연합 일본지부 다나카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반론을 폈으나 의혹은 더욱 깊어갔다. 가족연합 측의 정치가 선거 개입 사실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정치가 특히 자민당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의 비난은 날로 높아 갔다.

자민당은 소속 국회의원 379명을 대상으로 가족연합과의 관련을 스스로 자체 조사를 실시하여 9월 8일 모테기 간사장이 발표했는데 소속 의원 179명이 관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베파의 관여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실에 국민들은 놀랐다. 물론 야당에도 있었지만 자민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작은 숫자였다.

애도의 물결 속에서 추진된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이 가족연합과의 유착으로 날이 갈수록 국민의 반대가 찬성보다 늘어가고 있다. 반사회 단체의 종교 집단으로 낙인찍힌 가족연합의 헌금과 영감상법 자금이 한국 가평에 있는 일명 <가평궁전>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일본 국민감정은 일본 정치가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때를 같이 하여 지난 9월 8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96) 여왕이 서거했다.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웨스트민터사원에서 국장으로 엄수되었다.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은 9월 27일 도쿄 무도관(武道館)에서 치른다. 아베 전 수상의 경우에는 7월 12일 가족장으로 치렀고, 국가 행사로서의 국장은 9월 27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늦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여왕의 국장은 영국 왕실에 가족장과 같은 장례의식이 없기 때문에 서거 후, 바로 장레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재임 75년을 여왕 혼자만의 삶이 아니고 역사라고 한다. 즉 영국의 역사라는 말이다.

여왕은 윈스턴 처칠 수상으로부터 15명째 수상인 리즈트러스 수상을 임명한 후 이틀 후에 서거했다. 마지막까지 여왕으로서 임무를 다했다.

여왕의 서거는 전 세계가 상중에 휩싸인 것처럼 미디어들은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도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으로 갔으며, 일본 나루히토 천황 부처,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독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영연방 왕국에서는 수상들과 외국 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19일 일본 NHK TV는 태풍14호(난마돌)가 일본열도를 종단하는 비상사태 속에서도 저녁 7시 뉴스에서 많은 시간을 여왕의 국장을 생중계했으며, 밤 8시 15분부터 8시 55분까지 ‘세계에서 사랑 받았던 96년의 생애’라는 타이틀로 생중계한다.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와 애도 속에 영국 여왕의 국장이 장엄하게 엄수되는 장례의식을 생중계로 보면서 찬반의 양극화 속에서,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취소하라는 상황에 일본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아베 전 수상이 저격되었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재일동포 사회는 모두 가슴 철렁한 불안에 휩싸였다.

현장에서 바로 범인이 붙잡혔고 자위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그 불안감은 안도감으로 변했다. 재일동포의 소시민적 생활습관일지 모르지만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발 동포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기원에 가깝다.

그러한 안도감도 한순간이었다. 저격 사건 원인이 가족연합에 대한 분노의 결과라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 뉴스가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일본 정계까지 파고들면서 미해결인 채, 표류 상태 속에서 각종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가족연합의 발상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남의 일이라고 외면할 수 없는 일이어서 재일동포 사회는 주눅 들고 있다.

반대 소리가 많다고 해서, 기시다 수상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아베 전 수상의 국장을 취소 못할 것이다. 절대 지지층의 보수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9월 27일 국장은 반쪽짜리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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