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무례하다’가 아닌 바로 ‘마음의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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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무례하다’가 아닌 바로 ‘마음의 빚’이다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10.1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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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무례하다’가 아닌 바로 ‘마음의 빚’이다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고국은 문재인을 보유하고 있다. 아니 한국은 문재인을 보유하고 있다.’ 모국을 떠나 외국에 살면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입니다!!!” 2021년 1월 24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 생신. 많이 축하드립니다. 벌써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습니다”면서 올린 글이다.

자랑스런 문재인 보유국인 대한민국 국민이며 공무원인 이대준 씨가 서해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서 사살 당했다.

그 의문의 죽음을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인 아들이 2020년 10월 6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실 규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회답 전문이다.

“아드님께.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합니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버지 일로 많이 상심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드님도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합니다.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더내 주길 바랍니다.

2020년 10월 8일 대통령 문재인”

이상이 대통령 편지 전문이다. 그런데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이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전혀 연락이 없으니까 2022년 1월 18일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후 편지 반환을 위해 청와대로 가다가 경찰의 저지로 갈 수 없어서 청와대 앞 분수대 바닥에 놓고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편지를 보낸 아들은 앞으로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어 궂은일은 제가 하려 한다며 어머니 권 씨가 아들 편지를 대독했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드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대통령님이 직접 챙기겠다면서 항상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편지는 당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 법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사실 관계를 알고 싶어 하는 제 요구를 일부분 허락했지만, 대통령님께서 그것을 막고 계신다. 힘없고 억울함을 외치는 국민을 상대로 항소하는 행동이 그것을 증명한다”면서 편지 반납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났다. 지금 감사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서면 조사를 요청했는데,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면서 거부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직권남용이며 예우 차원에서도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감사원에서는 이제까지 전직 대통령들에게 서면 조사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때의 감사원도 사전 의결 없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을 감사할 때도 감사위원회의 사전 의결을 받지 않고 감사에 착수했던 것이 나타났다.

이러한 법적 절차상의 문제로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요청한 것을 두고 ‘정치 탄압’이라면서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10월 5일에는 박범계 전 법무부장관이 벌였다.

논리적인 법으로써 해결해야 할 법무부장관직을 맡았던 박범계 의원까지 시위 행동에 참가했다니 필자는 어처구니없었다.

다른 의원들이 시위를 벌여도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만류해야 하는 것이 법무부장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이전의 문제로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스스로가 챙기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직을 떠났지만 그 결과에 대한 회답을 개인적으로라도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이제는 놓아 주자”고 했다. 누가 붙들었는가. 대통령 자신이 끝까지 붙들었었다. 이러한 ‘마음의 빚’은 조국 전 장관에게가 아니고 바로 이대준 씨 유족에게 들려줘야 했었다. 자랑스러운 문재인 보유국이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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