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5) 전라남도도민회 창립50주년기념 오사카공연
상태바
[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5) 전라남도도민회 창립50주년기념 오사카공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10.2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5) 전라남도도민회 창립50주년기념 오사카공연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예향(藝鄕)의 도시를 한 아름 품은 전라남도가 코로나팬데믹을 뛰어넘어 전통문화 공연을10월 22일 오사카에서 개최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해맑은 하루가 땅거미를 지나 깊어가는 가을밤에 펼쳐진 전라남도의 전통문화 향기는 가을 날씨처럼 관람객들을 매료했다.

“오늘 이렇게 많이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취소한 관람객 좌석을 기다리고 신청한 분이 얼마나 되시는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400명이 있다고 합니다.” 사회자, NHK TV 아나운서 출신인 다카시마 유우코 프리랜서의 말에 장내가 와하는 탄성과 함께 동요했다.

전라남도
일본 오사카국제교류센터에서 개최된 '전라남도의 향기' 공연 포스터.

 

팩스나 이메일로 참가 신청을 하는 무료입장이기는 하지만 1000명의 관객석을 꽉 메우고 그래도 400명이 남았다는 사실에, 참석자들은 자신이 그 400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안도감과 공연의 인기에 놀랐다. 코로나펜데믹으로 모국의 전통문화 공연관람의 기회가 약 3년 동안 막힌 후 첫 공연이어서 그 열기는 장내에 넘쳐흘렀다.

전라남도의 수준 높은 전통문화에 대한 재일동포와 일본인의 인지도의 시각도 있지만 광의적인 의미에서는 우리문화에 대한 갈증이었다. 동포들의 이러한 목마름을 재일 전라남도 도민회가 50주년 기념행사로 주최해서 대성공리에 끝날 수 있었다.

1971년9월에 창립한 오사카 전라남도 도민회가 지난해 공연 개최를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1년 연기하고 금년에 개최하게 되었다. 화면 영상으로 박충홍 전남 도민회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인사말에서 말했으며, 김영록 도지사는 올해와 내년 ‘전라남도 방문의 해’를 맞아 그 홍보를 위해 내일 오사카를 방문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오늘 한일 전통예능, 근대예능을 지역주민들께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1부의 축하 공연에서 아쿠다가와(芥川)고등학교의 와다이코(和太鼓: 일본북)부가 전라남도의 고유민요 ‘진도아리랑’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연주자가 다음 시대를 이어갈 일본 청소년이란 것은 깊은 감동을 안겨 줍니다. 오늘 공연에서 넘쳐흐르는 감동과 추억이 한일관계에 있어서 깊은 우정의 주춧돌이 되기를 빕니다.” <전라남도 향기>라는 타이틀로 이번 공연을 담당한 남광일 실행위원장의 팸플릿에 게재된 서면 인사였다.

“오늘 저희들의 공연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많은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학년 선배님들이 오키나와 수학여행을 갔기 때문에 올해 입학한 1학년 저희들이 오늘까지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1학년 여학생이 솔직하고 재치 있는 인사는 장내에 웃음꽃을 피게 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와다이코’의 진도아리랑 연주와 노래는 짧은 시간에 한국어 발음도 어려울텐데 외워서 무대에까지 섰으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남광일 위원장의 인사말을 재음미하게 해주는 감동을 주었다.

1부 마지막을 장식한 전 국립국악원 악장인 원장현 대금국악원 원장의 ‘고향 가는 길’은 깊은 명상 속으로 인도하면서 어느 사이인가 어른들이 듣는 자장가처럼 1000명의 관객들을 숨죽이게 하였다. 대금의 연주 속에 펼쳐지는 고국의 산하영상은 동포들에게 한없이 그립고 애틋한 연민을 안겨 주었다.

2부에서는 전라남도 도립국악단 단원들의 진수가 전개되었다. 국악관현악단의 ‘룡강기나리’를 시작으로 “미로’ 가야금 병창인 ‘판소리 춘향전 사랑가’ 대표적인 남도민요의 ‘남원산성’ ‘성주풀이’ ‘진도아리랑’이 이어졌으며, 설장구협주곡 ‘마침내 바다’가 연주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돌 그룹 유엔브이에스(UNVS)가 케이팝(K-POP) 세 곡을 불렀다.

“오늘 리허설 때 ‘마침내 바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일본어로 ‘야가떼우미(やがって海)’라는 의미란 것을 알았습니다. 제주도에 갔을 때에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전라남도의 바다는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제 보고 싶습니다.” 다카시마 사회자의 발언이 제주도 출신인 필자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공연은 이렇게 <전라남도 향기>라는 타이틀 속에서 전라남도 도민회가 개최한 공연이었지만 전남을 초월한 한국의 전통국악과 새 시대의 한류 붐 속에서 일본 청소년들과의 만남과 우호가 어우러진 <한국 향기의 밤>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