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7)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수난 2대
상태바
[김길호의 일본아리랑] (67)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수난 2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11.11 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7)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수난 2대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깊어 가는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떨어진 낙엽들이 나무 밑에서 서성거리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어 정처없이 떠나간다. 구름 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소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길을 가던 사람들은 그것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까닭 모를 슬픔이 전신을 감싸면서 대상없는 그리움이 그리워진다. 그 무상함 속에 그리움들은 낙엽처럼 떠돌곤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그리움을 안겨 주는 이별의 노래가 전성기를 이루며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든다.

이렇게 마음 설레고 아픈 그리움들이 깊어 가는 가을 속에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생이별도 있었다. 잔잔한 파도가 아니라 그것은 쓰나미처럼 밀려와서 서정적인 가을의 이별과 그리움을 음미할 여유도 없는 잔인한 이별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1월 7일, 느닷없이 키우던 풍산개를 키울 수 없으니까 반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안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풍산개를 도대체 무슨 이유로 돌려주겠다는 것인지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최고 존엄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곰이’와 ‘송강’ 한쌍이었다. 2마리를 청와대에서 키웠는데 ‘다운’을 포함해서 7마리 새끼를 낳았다. 새끼 7마리 중 6마리는 입양을 보내고 곰이, 송강, 다운은 계속 청와대에서 키웠다.

“반려견은 계속 키우던 주인이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등은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키우기를 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의 배려에 고맙다면서 사저에서 계속 길러왔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사이 풍산개 3마리 사료 값은 물론이고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의 행정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11월 7일 갑자기 반환한다고 했다. 정부는 풍산개 3마리를 행정상의 대통령기록 물건으로 반환을 요청한 적도 없으며 지금 협의 중인데 갑자기 반환한다는 발표에 당혹스럽다고 했다.

국민들은 풍산개 소유권에 대한 행정상의 문제로 정부와 문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마찰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거기에 사육료 문제도 포한된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는데 이에 분노하고 상실감에 빠졌다.

풍산개 소유권 문제도 제기되지 않은 이상, 그 사이 계속 자기가 사육료도 나중에 해결하고 지금은 필요없으니 괜찮다고 묵묵히 키웠으면 이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가 커지자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합시다면서, “지난 6개월 간 대통령기록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도 표명했다. 이 발언은 국민들 마음에 또 새로운 못을 박았다.

사랑으로 풍산개를 키워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발언에는 풍산개에 대한 진실한 사랑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풍산개 부재 속에 전개된 소유권 문제와 사육료에 대한 공방이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으로서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소설 ‘대지’(大地. 1938년)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1892-1973)여사가 1960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였다. 서울의 고궁과 경주 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던 펄벅 여사에게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묻는 기자에게 말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지게에 짐을 지고 소를 끌고 가던 늙은 농부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짐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올라 타 소를 모는 광경만을 보아 온 펄벅 여사에게는 천년 신비의 석굴암보다 수백 년 고궁들 보다 소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짐을 나누어 진 농부의 인간적 배려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었다.

시골 농부도 자기가 데리고 키우는 동물을 이렇게 인간적인 배려로 외국 작가를 감동시켰다.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역임한 전직 대통령이 키우던 개를 개의 장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로 하루 아침에 버리다니 불안에 떨고 있을 ‘주인 없는 풍산개’가 가엾을 뿐이다.

풍산개를 선물한 북한의 최고 존엄은 이 소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웃음으로 대면 회담을 열었었지만 최저의 막말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구공처럼 내려치던 누이동생 김여정을 통해 또 한번 내려칠는지 모르겠다.

일본 말에 ‘히도리스모어’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로는 ‘독불장군’으로 번역되지만 그 의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혼자서 일을 다 저질러놓고 훼방치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도 끝도 문 전 대통령이 다 일으키고는 여야당의 정쟁으로 비화하자 이제는 그만합시다라고 한다. 한심하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깊어 가는 가을 속에 아름다운 이별과 그리움의 이야기를 속삭이기로 하고 문 전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는 이 말을 그만두어야 하겠다. 가을의 아름다운 이별이 오염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