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일본아리랑] (70)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발행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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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일본아리랑] (70)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발행 ‘한라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12.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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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발행 ‘한라산’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외국에서 조직된 고향 친목단체에서 정기발행집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在日本關東濟州道民協會)가 지난 7월 1일자로 자료집 『한라산』 제10호 60주년 기념호를 발행했다. A4사이즈로서 244쪽의 묵직한 컬러 책자였다.

관동(關東)이라면 도쿄를 중심으로 말하는 지역명(오사카는 관서: 關西)인데 알기 쉽게 말하면 도쿄제주친목회이다. 필자는 앞에서고향 친목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좀 더 자세히 표현한다면 본적지가 제주도인 친목단체이다.

고향이라는 개념은 유년시절 스스로가 몇 년간 보냈던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첫 기억이 새겨진 곳이다. 즉 유년시절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첫 화석이다. 지금 재일동포사회는 2세를 훌쩍 뛰어넘어서 제3, 제4세가 그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 발간 『漢拏山』 제10호 표지.

그들의 세대에서의 고향은 당연히 그들이 태어난 일본이며, 제주도는 부모나조부모들이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에 ‘본적지는제주도이지만 고향은 일본’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세대로 구성된 친목단체가 외국에서 정기적으로 간행물을 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제10호 60주년 기념호에는 ‘제51기, 2010년 6월부터 제60기 2020년 5월까지 10년의 도민협회 발자취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2년 전의 2020년에발행 못한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활동이 지연된 관계였다.

양일훈 회장의 인사말로부터 오영훈 제주도지사, 강창일 주일대사, 여건이 재일본민단중앙본부단장, 김경학 제주도의회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청교육감, 김일환 제주대학교총장의 축사와 이상훈 도민회상임고문, 조연자 재일제주부인회회장 인사말이 차례대로 게재되었다.

연도별의 각기마다 도민회 활동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그해에 일어난 한국은 물론 세계, 일본, 제주의 톱뉴스 하나를 첫 머리에 게재하여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접목성(接木性) 편집이 신선하고 돋보였다.

2010년 <동일본대진재> 2011년 <김정일에서 김정은 세습> 2012년 <박근혜대통령취임> 2013년<제주도관광객 1천만 명 돌파>최근의 2019년은 <BTS 유엔연설> 2020년 <기생충영화 아카데미상 4관>(기생충영화타이틀, 일본에서는 ‘파라사이트’> 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필자가 놀란 것은 도민협회의 활동사항의 자세한 기술(記述)이었다. 간단히 항목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그항목에 대한 배경과객관적 해석이 마치 짧은 수필체 형식으로게재되어서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돋구게 했다. 일반적인 자료 활동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편집이었다.

이렇게 충실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자료보관이 정연해야 한다. 영리목적의 단체가 아니라 친목단체로서 봉사직의 임원들로 구성된 조직체에서 ‘한라산’ 처럼 10년동안의 활동상을 아기자기하게 편집된 책을 필자는 본 기억이 없다. 임원진은 물론 실무자의 책임성 있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재일제주인>이라는 단어가 관용구로서 재일동포 사회만이 아니고 제주에서도 지금은 완전히 시민권을 획득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재일동포사회에서 한반도의 다른 지역명을 <재일경기인> <재일충청인> <재일경상인> <재일전라인>이라는 관용구로서 들어본 적이 없다.

고국, 한국에서는 ‘한반도 1%의 제주도’라는 개념이 강하지만 재일동포사회에서는 역현상이다.

재일제주인이 그만큼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라산』기념집의 발행에 있어서 편집 협력을 하면서 인쇄를 한 회사는 재일동포만이 아니고재일제주인이 가장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 이쿠노에 있는 <KBS주식회사>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 환경 속에서 재일제주인 속에 영향력 있는 <재일본관동제주도민협회>가 『한라산』 제10호 60주년 기념호를 발간한 것은 그 단체만의 역사가 아니고, 재일제주인 더 나아가서는 재일동포사회의 살아 있는 역사물로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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