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10)이영운 선생님, 적거지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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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10)이영운 선생님, 적거지 탐색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3.01.24 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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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적거지 탐색

김형철 코디네이터 선생님 그리고 장 안토니오 현지 직원과 함께 주택 물색에 나섰다. 우선 정부 임대 주택이 한 채 있다고 해서 가봤다. 4층의 긴 아파트형 주택이다. 2층으로 들어서니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다.

세네갈 다카에는 정부에서 봉사단원이나 공무원들을 위한 주택을 임대해서 제공한다. 한국 봉사단원을 위한 임대 주택이 몇 채 있다. 그런데 이 주택 안을 살펴보니 폐가나 다름없었다. 전에 일반 단원이 사용했다고 했는데 장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온갖 쓰레기와 널려있는 낡고 녹슨 중고 가구들, 워낙 음침한 화장실과 방 등 모든 것을 리모델링하든지 대규모 수리, 구입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유아교육청 장학관들과 세미나를 주재하면서
유아교육청 장학관들과 세미나를 주재하면서

그런데 사무실과는 가깝다고 했다. 앞쪽에 나무와 넓은 공터가 있어서 새로 고치면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정부 주택은 정부에서 임대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무상으로 제공된다. 한국에서는 리모델링도 빠르게 진행되지만 이곳은 워낙 느려서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거실과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탁 트인 전원풍의 구조는 좋아 보였다.

다른 곳으로 갔다. 현재 봉사단원 황영희 단원이 살고 있는 집인데, 곧 귀국을 하게 된다고 한다. 원룸형이다. 너무 좁고 답답했다. 임대료는 월 17만 세파정도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35만원 정도 된다. 마지막으로 김유나 단원이 살고 있는 아파트다. 유나 선생의 숙소 바로 옆방으로 전에 살던 임대자가 떠났고 그의 친구들이 임대기간이 남아서 살고 있었다. 지은 지는 1년 되었다고 했다. 관리를 잘 못해서 변기들이 깨어져 있고, 좀 지저분하다. 가격은 20만세파다. 월 40만원 정도다. 이사 온다면 수리를 해준다고 한다.

그곳으로 정했다. 나는 성격이 좀 자상 자세한 편이 아니고, 마음에 어느 정도 들면 그대로 정해 버리는 성격이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다. 그런데 계약할 때는 중개업자에게 20만 세파, 보증금 20만 세파, 임대료 20만 세파 해서 60만 세파를 지불해야 한다. 첫 달에 12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가구와 집기류는 황영희 선생이 귀국한다고 하니 일괄 인수하려고 한다. 냉장고 등 필요한 가구, 가전, 그릇 등이 필요할 것 같다. 모두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오후에는 코이카 사무실에서 정종량 자문관으로부터 자문관 실무 연수를 2시간 정도 받았다. 그는 나보다 8개월 정도 먼저 오신 분으로 어느 정도 사무와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전직 서울시 사무관으로 국제회의, 국제교류 등의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추진해온 전문가이고, 현재는 Good Governance 부처에서 정부조직 개편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부처의 장관은 7월 6일 임명되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취임식을 하고, 취임식 후에는 20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사무실에 출근도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좀 이상하다. 장관은 41세이고 14살까지 코란학교 교육을 받고, 1년 만에 초등학교를 마치고, 그 후 대학까지 졸업했다. 은행에서 7년간 근무하다, 대통령의 측근인지 신설 부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모든 게 워낙 생소한 조직과 행정이다.

정 자문관은 모든 일에 열심하고 열정적인 분으로 보였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 보였고, 아니면 부소장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자신의 능력과 실적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특이한 형태의 연수였다. 어쨌든 배우는 것은 많았다. 운동을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주말마다 4시간씩 뛰고 걷기를 한다고 했다. 건강관리에 철저해 보였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분이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도움을 많이 받은 정종량 자문관.
왼쪽에서 세번째가 도움을 많이 받은 정종량 자문관.

일찍 유숙소에 들어 왔으나 아직 짐도 안 푼 상태이고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빈둥댔다. 묶고 있었던 단원들은 대부분 돌아갔고, 태권도 단원 4명이 들어와 있었다. 저녁때 처음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불랙 신라면을 끓여 먹고, 과일의 여왕이라는 망고도 한 개 먹었다. 아주 달고 부드럽다. 오늘은 날씨가 좀 선선하다. 비라도 한줄기 쏵 내려 풀풀 날리는 먼지를 씻어냈으면 좋겠다.

(2014년 7월 25일)

세네갈 유아교육청

오늘은 10시 30분에 출발하여 코이카 사무실로 갔다. 하유선 관리 선생님과 함께 국제협력기구(DAT) 세네갈 소장을 만났다. 세네갈에 있는 모든 국제원조기구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소장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공식직함은 프랑스어로 Administateur Civil Directeur이고 이름은 Papa Birama Thiam 이다. 그는 영어가 유창했다. 나는 내가 이곳에서 하게 될 유아교육정책 자문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을 얘기했다. 여자 부소장도 합석하여 의견을 개진했다. 건물 일부를 빌려 쓰고 있었는데 계단마다 여러 종류의 농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국제협력기구 세네갈 소장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개발원조에 대한 접근 방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개발원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서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국제협력”, “경제협력”, “개발협력”, “공적원조”, “공적개발금융” 등 개념이 유사하지만 정의가 다른 용어와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원조에 관한 명확한 개념은 개발원조위원회가 1969년 공적개발원조를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개발을 증진할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적거래와 양허적 성격(concessional)으로 이루어지는 자금으로 설정하면서 정립되었다. 공적개발원조를 기타 공적자금의 흐름과 분리시키고 증여율(Grant Element)을 양허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하게 된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는 공적개발원조의 개념을 중앙 및 지방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나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개도국 및 국제기구에 제공한 자금의 흐름(Resource Flows)을 의미하며, 각각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 또는 그 실시기관에 의해 개발도상국, 국제기구 또는 개발 NGO에 공여될 것,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및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 주목적일 것, 차관일 경우, 양허성이 있는(Concessional) 재원이어야 하며 증여율(Grant Element)이 25% 이상이어야 할 것 등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원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국가임을 국민들이 널리 인식하고 있다. 1999년도 IMF 경제위기의 흔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할 시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개발원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아이들
귀엽고 똘망똘망한 아이들

1999년 코리아리서치 센터가 실시한 국제협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3%가 잘사는 나라가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ODA 재원이 국민들의 세금에 의하여 조성되고 주로 원조공여국의 정부조직을 통해 집행되는 만큼 개발원조를 제공하는 동기는 순수한 인도적인 고려보다는 원조를 제공하는 정부의 국가목표와 국익에 의해 더 영향을 받기 쉽다.

점심은 한인 식당 Arirang에서 함께 했다. 나는 해물탕을 하 선생님은 볶음밥을 먹었는데, 합해서 만 세파 정도 했다. 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다.

오후에는 다시 사무실로 가서 안전과 적응 교육을 받았다. 급료도 지급받았다. 코이카에서는 급료라고 하지 않고 생활비라고 한다. 봉사단원들이 실비로 필요한 생활비를 지급한다는 개념일 것이다.

아프리카이고 또 서아프리카 세네갈이어서 특별한 사안, 특별한 환경에 따른 안전과 예방 교육이 꼭 필요하다. 특히 교통, 치한, 말라리아 등 질병, 대인관계, 주택 관리 등 유의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생활비는 누런 봉투에 들어있는데 상당한 두께다. 어떻게 갖고 가나 걱정했는데 집 이사 후에 가져가라며 코이카에서 그 동안 보관하겠다고 했다. 안심이 되었다. 7월 며칠과 8월과 9월 생활비다. 코이카에서는 생활비를 분기별로 지급한다.

오후 3시에 근무할 교육부 유아교육국을 찾았다. 국장(Directeur)인 Ousmane Diouf와 인사했다. 서글서글하고 미남형인데다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좀 어둡고 무더운 사무실에서 고생이 많아 보였다.

추진 업무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나는 우선 현재의 세네갈 유아교육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 지향적인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국장은 최초 임기인 1년은 너무 짧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3년까지는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8층 건물로 그중에서 3층(이곳에서는 2층)을 빌려 쓰고 있는데 8층 건물이다 뿐이지 너무도 허술하고 부실해 보였다. 모든 방을 돌면서 30여 명의 모든 직원들과 잠깐씩 인사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종합 쇼핑가인 Sea Plaza에 들러 장을 보았다. 요구르트, 빵, 수세미, 세제 등을 구입했다.

저녁때 집에 돌아와 황영희 선생과 통화했다. 그녀는 부산의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코이카 봉사단원이 되었다. 그런데 기본 근무 기간이 2년인데,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1년 근무하고 귀국한다고 한다. 그녀가 쓰던 살림살이를 내가 인수하기로 했다. 나는 가능한 모든 것을 인수하고, 돈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모두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35만 프랑(우리도 70만원 정도)를 요구했다. 나는 동의했다. 어떤 것들이 있고, 물건들의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믿고 사기로 했다.

유숙소에 두 단원이 와 있었다. 컴퓨터 권덕용 단원, 요리 김누리 단원이다. 양고기를 사 와서 요리를 했는 데, 소스는 맛있었으나 고기는 너무 질겨서 전혀 먹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피곤하고 빈틈없는 하루가 지났다. 그러나 적응 연수를 무사히 마쳤다. 다음 주에는 이사를 하고 짐 정리도 하고 8월 4일부터 출근하면 된다.

(2014년 7월 26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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